[일요서울이기우 언론인]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의 당권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당권을 놓고 친윤계와 비윤계 간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공천권을 포함한 향후 여권 내 권력 지형을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윤심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권에서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에 윤심이 실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왜 그럴까.

웃고 있는 김기현-장제원 의원. 뉴시스
웃고 있는 김기현-장제원 의원. 뉴시스

- , “개각없다김기현-장제원 연대 친윤계 윤심실렸다
친윤계 당권주자 교통정리...비윤계 대표 유승민도 고심중

윤심이 작용하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윤심이 없다고 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소위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개각은 없다고 말한 것과 3·8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교통정리 등 여당의 물밑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들에서 뭔가 기획되고 조정된 듯한 인상이 느껴진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또 다른 의원도 현재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의원들은 윤심이 어디로 쏠리는가를 보고, 윤심에 쏠린 당권 주자를 적극 밀어주려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에 윤심이 쏠렸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고 평했다. 

친윤 후보군 정리 수순...개각 X, 권성동 불출마

대통령실에서는 윤심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당무에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친윤 후보군이 정리돼 가는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이런 평가가 틀린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전당대회 일정이 나오기 전 여권 주변에서는 장관들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정치인 출신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내각에서 내보내고 당 대표로 차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개각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이들의 당권 출마도 물건너 갔다. 2월 초로 예상되는 전대 후보등록과 향후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현직 장관 신분인 두 사람의 출마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심에 대한 교통정리에 윤 대통령이 나섰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이 돌연 당대표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당초 권 의원은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 캠프 사무실을 계약하고 전국 당원을 만나는 등 사실상 당대표 주자로 뛰고 있었다. 정치권에선 그가 6일에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그러나 권 의원은 출마 대신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당의 운영 및 총선 공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총선 승리가 절실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일말의 오해도 없어야 하며, 당의 화합과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과 과제를 가장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차기 대권 욕심이 없고, 강력한 대야 투쟁을 이끌며 대선 승리를 이끈 어젠다를 이어가고,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강화시킬 인물이 차기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권 욕심이 당의 이익보다 앞서서는 안된다. 차기 대통령 출마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당 대표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것이라며 당권·대권 분리를 요구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출 당권주자를 뽑아야 한다는 의미로, 대선주자급인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비토한 셈이다.

친윤계 핵심인 권 의원의 사퇴로 윤심과 연결되는 흐름은 한층 뚜렷해지고 가속도가 붙었다. 또 다른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친윤계 의원들이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심논란을 증폭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출마 여부 결정못한 나경원 친윤계 나경원 불출마 압박

전화통화하는 권성동 의원. 뉴시스
전화통화하는 권성동 의원.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친윤계에서는 김장연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마치 기다리기도 한 것처럼 또 다른 친윤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 불출마를 권유하는 분위기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을 향해 정치인으로서 유의미한 일, 인구 문제에 집중하고 어떤 결과물을 내 윤석열 정부에서 큰 경험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치는 진중하고 길게 보는 것이 맞다고 말해, 사실상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만류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또 대통령이 지난 10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 두 가지를 한번에 줬는데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문제라며 맡은 자리가 3개월이 안 됐는데 이를 접고 대표를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위원장직을 수락하던) 3개월 전에도 전당대회 얘기가 나왔고, 이 자리를 수락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전당대회를 나오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런 기류 탓에 나 전 의원도 정치적 결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나 전 의원의 경우 당심은 앞서고 있으나 윤심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 전 의원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윤심을 가늠해 보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나 전 의원은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의 지원에 더해 윤 대통령과 2차례 관저 회동을 한 김기현 의원에 비해 윤심을 주장할 뚜렷한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한다면 정치적 재기 또는 이를 위한 대통령실과 관계 회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이 주신 업무도 중요한 업무라 어떻게 하면 잘할까,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당이나 국민이 요구하는 욕구가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발탁한 배경에 대해 전당대회 불출마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나 전 의원도 결국 윤 대통령으로부터 사인을 받지 못하면 불출마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나 전 의원도 주변 인사들에게 윤 대통령이 사인을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출마하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승민 거취도 관심 출마냐? 불출마냐? 기로에

얘기나누는 유승민.나경원. 뉴시스
얘기나누는 유승민.나경원. 뉴시스

친윤 진영의 교통정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대표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친윤 대 비윤 구도를 형성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기존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반영되는 전대룰이 적용됐을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아 막판까지 친윤 후보들이 경합할 수 있지만 당원투표 100%에서는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2030세대가 대거 유입됐고, 컷오프 통과, 결선 투표에 진출하면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당내 친윤 논란에 지친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 등 변수는 남아 있다.

유 전 의원은 “1년 사이 당원이 50만 명 정도 늘었다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특히 지방선거 치르면서 들어오신 당원들이 굉장히 많다. 그분들이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 이거는 정말 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결심 못했다. 때가 되면, 결심이 서면 국민들께 밝힐 것이라며 설 연휴까지 여론도 듣고 주변에서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의 솔직한 의견도 계속 듣고 있다. 이번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서는 유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하려 했다면 지금과 같은 구도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최고위원에 유 전 의원과 가까운 분들을 대거 포진시킬 것이라며 유 전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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