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분간 개각 없다" 발언, 대통령실 직속 羅에 부담으로 작용?
尹대통령 '재가' 떨어져야 윤심과 출마 명분 동시에 챙길 수 있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인구미래전략 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심(黨心)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전대) 출마를 머뭇거리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전대까지 약 60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3일 당 대표 선거 일정 논의에 들어갔다. 아울러 자천타천 거론됐던 여당 당권주자들 대다수가 일찌감치 출사표를 냈거나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수권에서 유의미한 지지를 얻고 있는 나 부위원장이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를 놓고 정치권 설왕설래가 활발하다. 일각에선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부위원장은 여전히 당권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다. 앞서 전날(3일) 나 부위원장은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이라며 "제가 맡은 역할 뭐 이런 부분과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 직속으로 기후 대사 직을 겸임하는 등 복수의 중책을 맡고 있긴 해도, 비상근직인 만큼 결심만 굳히면 당권 도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나 부위원장으로선 이른바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읽지 못한 상황에서 당권 출사표를 던지기엔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로우키(low-key) 행보를 유지하며 윤심의 방향타를 가늠해 보겠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나 부위원장의 전대 출마 유보와 관련, "(윤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하는 입장에서 책무를 내려놓고 조기에 (전대) 출마를 도모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진 않다"라며 "어쩌면 윤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겠나"라고 내다봤다. 정부 중앙청사 소속인 나 부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허가를 받아야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당분간 개각(改閣)은 없다"라며 연초 내각 개편설을 일축한 것이 나 부위원장의 당권 행보를 주춤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며 종국적 탄핵 승부수를 띄운 데 대해 '내각 보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여당 안팎에서 말이 나오는 '국무위원 전대 차출설'에 선을 그은 언사로도 비춰지는 가운데, 그 연장선상에 나 부위원장이 있다는 말도 돈다.

이렇다 보니 나 부위원장이 당권 도전 명분을 굳히기 위해서라도 금명 간 윤 대통령과 물밑 담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 부위원장은 그간 당권 행보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최근 TK(대구·경북)를 찾아 '모태 TK'를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는 총선 공천이라는 막강한 권한 행사가 가능하고, 미래 대권주자로 거듭날 수 있는 교두보로도 지목된다. 당심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현재 당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되는 나 부위원장이 전대 출마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배경이다.     

한편, 나 부위원장은 지난 1일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여권 지지층에서 30.8%의 지지율을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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