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 5년째 제자리…47만평 내팽개친 제주도

공사 중단 상태에 있는 JDC 제주헬스케어타운에 건물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창환 기자]
공사 중단 상태에 있는 JDC 제주헬스케어타운에 건물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했던 국내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타운이 제주도에 설립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2017년 공사 중단 이후 5년 넘게 도돌이표에 그치고 있다. 무려 47만평에 이르는 대단지에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녹지그룹이 투자자로 나서면서 병원개설 허가 과정에서 제주도와 마찰을 빚은 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주지사 시절, 개설 허가를 취소하며 발목 잡았던 해당 사업이 원 장관이 국토부를 맡게 되면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떠올라 귀추가 주목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제주지사 시절 ‘발목 잡았던’ JDC 헬스케어타운 사업
‘병원개설 취소’ 및 소송전 47만평 공사 중단… 짓다만 건축물 흉물로 덩그러니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설립된 JDC는 7대 핵심 사업으로 국제화사업, 스마트시티실증단지, 업-사이클링 클러스터, 첨단과학기술단지,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조성 등을 내세웠다. 이 가운데 총 사업비 1조5000억 원 규모의 복합의료관광단지를 앞세운 계획이 삐걱대고 있다. 

서귀포 시청 5km 인근에 계획된 47만 평에 이르는 JDC의 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에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이 최대 투자자로 들어왔다. 가장 중요한 병원을 비롯해 콘도미니엄과 호텔, 리조트, 복합몰 등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했고, 초기 자금으로 약 7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2017년 중국 정부의 ‘해외 투자 제한령’이 떨어지며 도중에 사업 자금 조달이 불투명해졌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한 사드(THAAD, 고고도공중방어시스템) 배치로 인한 한한령(禁韓令)의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런 이류로 녹지그룹의 자금 투입은 끊겼고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 헬스케어조성 사업 3개 시공사에는 공사비 일부가 지급되지 못하고 중단됐다. 

흉물 된 제주헬스케어타운 47만 평 공사 중단 5년

이에 JDC는 중국 본토를 오가는 등 2년여의 노력 끝에 2019년 녹지그룹과 함께 정상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이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은 쪽은 제주도였다. 녹지그룹은 JDC 헬스케어타운 프로젝트로 국제병원을 설립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진료를 포함해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내렸고, 녹지그룹은 보건복지부 사업 승인에 내국인 제한 조건이 없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2년 여간 공사가 중단되고,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가 이뤄지기까지도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지며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녹지그룹은 2017년 8월 제주도에 병원 개원 신청을 하며 의사, 간호사를 포함해 134명의 의료 인력을 고용하고 시설과 장비도 모두 마련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무슨 이유에선지 총 6회에 걸쳐 민원처리를 차일피일 미뤘다.

최종 제주도가 내린 결정은 ‘내국인 제외’ 조건부 허가. 이마저도 2018년 말에 내려져 대기 중이던 인력이 이탈해 녹지국제병원은 당장 진료에 나설 수 없었다. 제주도는 “의료법 위반”이라며 90일 만에 녹지 측의 개원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녹지그룹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희룡 제주지사의 허가 취소처분이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녹지제주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 허가에도 녹지제주가 허가 후 3개월(2019년 4월17일) 내 진료를 시작해야하는 의료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2심 결과는 달랐다. ‘제주도가 허가 여부 결정을 두고 6차례나 연기하는 동안 녹지국제병원 채용 인력이 대거 이탈해 정상적인 병원 개원이 어려웠다’는 녹지 제주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헬스케어타운 시공사 가운데 하나인 포스코건설이 세워둔 가림막 뒤로 휼물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건물. [이창환 기자]
제주헬스케어타운 시공사 가운데 하나인 포스코건설이 세워둔 가림막 뒤로 휼물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건물. [이창환 기자]

대법원, 녹지병원 손들었지만…제주도, 또 다시 허가취소 

사실상 채용 인력 대다수가 제주도의 판단이 지연되는 15개월 동안 사직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는 녹지병원의 행정절차 연기 요청도 거부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정당하지 않은’ 행위로 봤다. 최종적으로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조건부 허가 등으로 개설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인정했다. 

녹지제주 측은 “대한민국 헌법이나 법률상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으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조건을 붙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별도로 재판이 진행된, ‘내국인 진료 금지’ 관련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조건부 허가 부당”을 판단했다. 이달 중 2심 결과가 예고된 상황. 하지만 수년간 소송 과정에서 녹지제주는 병원 지분 75%를 국내 법인에 넘겼고, 병원 설립 요건을 채우지 못해 제주도는 ‘또’ 병원 개원허가를 취소했다. 

일요서울이 JDC 측에 헬스케어타운을 둘러싼 소송전 등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JDC는 말을 아꼈다. 다만 최근 한국의학연구소(KMI) 종합검진센터 유치 등에 나서고 있지만 약 3000평 규모에 불과해 47만평의 대규모 사업 전체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47만평 사업 부지를 매각할 수도 없다. JDC 의료사업처에 따르면 유원지 관광단지 용도로 조성된 해당 부지는 특별법이 적용돼 사업시행자에게 준공 시까지 마무리해야하는 책임이 있다.

갈등의 중심 ‘원희룡’ 장관…국토부 vs 제주도

대규모 사업 추진으로 짓다만 건축물이 흉물처럼 놓여 있지만 제주도는 “JDC측과 녹지그룹 등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요서울은 제주도청 공보실을 통해 보건관광위생과, 방역총괄과, 의료수급관리팀, 투자유치과 유원지관리팀까지 연락을 취했다. 이들의 공통 답변은 “JDC에 문의하라”였다. 다만 투자유치과 담당자는 “현재 녹지그룹 등으로부터 자본이 좀 안 들어오고 있다”라며 “투자 지속을 위해 시행사인 JDC 쪽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아직은 헬스케어타운 연장 허가 기한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만료 이후에 연장 허가 요청이 있다면 그 때 가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헬스케어타운 허가 기간은 오는 2024년 12월까지다. 제주도는 47만평 대지에 짓다만 건축물이 덩그러니 놓여있어도 ‘그냥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내국인 진료’ 여부에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일요서울이 ‘내국인 진료 금지가 법원에서 인정되고 지속 투자를 못하면’이라고 질문했지만, “2024년 12월까지 지켜보다 판단을 내리겠다”는 원칙만 반복했다.

현재 국토부는 산하 공기업의 가장 큰 숙제를 두고 제주도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오히려 한걸음 뒤로 물러난 듯 보였다. 국토부에서 JDC를 담당하던 공무원은 그간 지자체로부터 파견돼 근무해 왔으나, 최근 복귀했다. 새로 온 담당자는 아직 업무파악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제주지사 재직 시절 진행된 해당 프로젝트의 병원 개설허가와 취소 및 소송전을 두고 장관의 입장을 요청했으나, 국토부 대변인실에서는 “담당부서로부터 확인해 달라”고 답변했다. 앞뒤 정황을 설명하고 재차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마찬가지. 

JDC는 중국 자본 투입이 멈춰버린 사업 앞에 발을 동동거리며 국내 업체 유치에 진땀을 빼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허가 기한인 2024년까지 기다릴 수 있다”며 외면하는 실정이고, 헬스케어타운 핵심 사업인 병원 개설을 취소했던 당시 제주지사, 원희룡 장관은 반대쪽 입장에 서있지만 당장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JDC의 제주헬스케어타운 조감도 일부. [제주헬스케어타운]
JDC의 제주헬스케어타운 조감도 일부. [제주헬스케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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