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서 적발된 불법 하도급 업체... ‘건설업’조차 무자격 드러나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신도시 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 [국토교통부]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신도시 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 [국토교통부]

[일요서울 | 이창환]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3일부터 불법 하도급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77개 현장을 불시 단속해 33개 현장에서 58개 불법 하도급 업체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무자격 업체가 하도급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된 곳이 무려 72.4%에 달했다. 2021년과 2022년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지 건물 붕괴 사고와 화정동 I-Park 사고를 연이어 겪었지만, 건설업계 실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불법 하도급 업체가 시공을 맡게 되면 건설비 감소로 안전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건설업계, 사고 선례 검토 필요… 불법 업체 예방? “사전 차단 힘든 게 현실”

국토부, 불법 하도급 모니터링 강화… 상시 단속 강화 위해 신고포상제까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부터 100일간 진행되는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실태에 대한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건설노조 불법 활동 척결 추진과 더불어 각급 건설사를 대상으로 불법적인 요소를 뿌리 뽑겠다는 결의 속에 단속을 실시했다.

불법 하도급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그간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수차례 도마에 오르내린 바 있다. 2021년 광주 동구의 학동 재개발 지역 철거 현장 그리고 2022년 광주 서구 화정동 I-Park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등 대형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학동 및 화정동 사고…결국은 불법 ‘하도급업체’

2021년 6월9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붕괴했다.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 위로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단계 재하도급, 안전 관리 소홀, 감리자 부재 등이 사고 원인으로 판명났다.

당시 학동 재개발 철거 사고 현장에 구성된 ‘동구재난사고수습대책본부(재대본)’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HDC 측이 총괄했지만, 철거 부분은 다른 업체와 계약해 진행하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좀 있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직선거리 약 370m에 이르는 구간은 대부분 철거가 마무리됐었으나, 붕괴된 5층 병원 건물은 철거하는 마무리 단계까지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홀로 방치돼 있던 5층 건물이 철거 중단된 상태로, 바로 앞 버스 정류장과 인도 등을 위협하고 있는 모습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광주광역시청과 동구청 등을 상대로 항의 및 민원제기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재대본 관계자는 “보상문제가 남아있었다”라며 “한 건물이 (여러 주인으로) 쪼개져 있는 데다 보상을 포함한 요구사항이 많아 (철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사업 주체도 현장에 없었고, 철거 하도급 업체로서는 보상 문제 등과 관련해서 직접 당사자가 아니었기에 철거는 지연됐다. 결국 철거 중단된 나홀로 5층 건물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사고 이후 경찰이 재개발 및 철거 과정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HDC 측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 감리회사 대표 등 총 7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불법 하도급과 계획서 미이행이 밝혀졌으며, 지역 조직폭력배와의 연루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광주 서구에 있는 화정 I-Park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201동 건물 39층의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져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HDC 입장에서는 앞서 학동 재개발 지역 철거 현장 사고 이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대형사고가 발생했던 셈이다.

광주광역시 등 전국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십여 년간 협력사로 공사를 진행해 온 바 있는 A씨는 “붕괴 아파트 건설 공사에서 자재를 비롯해 건설 일정 등을 확인해 규정을 어긴 것이 없는지 정확히 판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의 비춰 볼 때 무너진 잔해 혹은 절단면 등의 사진을 보면 콘크리트를 지지하는 철근에 시멘트 등의 혼합물이 남아 있지 않다”라며 “제대로 철근을 잡고 있지 못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건설현장 단속, 불법 하도급 42.8%

국토부는 올해 5월23일부터 6월8일까지 전국 각지의 77개 건설 현장을 상대로 불시 단속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전체의 42.8%에 이르는 33개 현장에서 총 58건에서 불법 하도급 업체를 적발했고, 연루된 42개 기업에 대한 행정처분 및 형사고발에 착수했다. 42개 기업 가운데 28개가 발주사였고, 14개사가 하청업체였다.

적발된 58건 가운데 건설업 무등록 또는 해당 공사에 대해 자격이 없는 업체 등 무자격 하도급 업체가 42건으로 전체의 72.4%를 차지했다. 그 외 16건은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발주처 허가 없이 일부 업무를 다시 영세기업이나 무자격 기업에 하도급을 주는 재하도급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학동 재개발 지역 철거 현상 사고 당시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불법 재하도급의 경우 다단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마지막 수행 업체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라며 “그렇게 되면 당연히 투입되는 인건비나 장비가 열악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공사냐 전문공사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정식 하도급일 경우를 가정해 2단계 또는 3단계까지 내려갈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이 과정에서 면허가 없는 채로 공사를 한다던가, 발주자 몰래 용역 형태로 포장해 노동자가 실제 시공을 한다던가, 이런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어, 전반적으로 안전 관리 품질이 저하돼 사고 발생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부의 대대적 단속 전에 확인하고 적발할 수 있는 장치는 없나’라는 질의에 “불법 하도급 업체의 경우 정식 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시행되기 전에는 알아채기 어렵다”라며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불명확하게 작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단속 절차도 현장에서 실무자들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건설공사 불법 하도급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고포상제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시 단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건설공사를 도급받아 불가피하게 하도급을 하더라도 관리 규정과 허용범위를 참조할 것을 강조했다. 더욱이 하도급 규정 위반이 건설시장 질서 교란은 물론, 국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강도 높은 점검·단속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 1층 슬래브 붕괴되면서 그 충격으로 지하 2층 슬래브까지 구조물 총 970㎡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해당 위치에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것. 원희룡 장관은 현장을 찾아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발주청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은 무거운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사고 원인은 현재 조사 중에 있다.

사고 이후 화정동 아이파크 건설 현장 [이창환 기자]
화정동 아이파크 건설 현장 사고 당시 모습.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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