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3.8 전대 불출마 입장 공식화
"당내 분열, 혼란 우려 막아야"...특정후보 지지 "역할 없을 것" 일축
羅 불출마로 유승민 출마 가능성 비등...'비윤·반윤' 새 구심점 누구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SBS 유튜브 방송 갈무리]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SBS 유튜브 방송 갈무리]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장고 끝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이하 전대)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집권당의 2024 총선 승리와 내부 결속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나 전 의원은 줄곧 전대 국면에서 최대 이슈로 지목된 만큼, 이번 불출마 선언 여파가 집권당 전대 판세에 미칠 영향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나 전 의원은 2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소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일성과 함께 당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 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고 했다. 또 그는 "건강한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 직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선 "솔로몬 재판의 엄마와 같은 심정이었다"라며 "저의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극도로 혼란하고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불출마를 결정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이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련해선 "앞으로 전당대회에 있어서 제가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 역할을 할 생각은 없다"고 지지 선언 가능성을 일축했다.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羅 국힘 전대 불출마까지 우여곡절 여정 

나 전 의원의 출정 여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지목돼 왔다. 전대 출마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대통령실과 여당 친윤계의 비판과 불출마 압박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지난 5일 출산 시 부채 탕감을 골자로 한 '헝가리식 출산 장려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즉각 공식 브리핑을 내고 "정부 정책과 기조가 다르다"며 나 전 의원의 저출산 대책을 공박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언행에 대해 공식·비공식 채널을 가리지 않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전대 출마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을 향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 등 친윤계의 집단 공세가 이어졌다. 결국 윤 대통령이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직 사의를 징계성인 '해임'(기후대사 직 포함)으로 처리하면서 갈등 국면에 방점을 찍었다. 이로 인해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은 역풍을 맞으며 '친윤'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에게 당심 1위를 내준 데 이어 안철수 의원에게도 밀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나 전 의원은 줄곧 자신이 '반윤'(反윤석열)이 아님을 강조하며 당 대표 선거 출마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지난 20일에는 윤 대통령의 공직 해임 결정과 관련, "최근 저의 발언, 특히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대통령님 본의가 아닐 것이라 말씀드린 것은 제 불찰"이라며 "대통령님께 누가 된 점, 윤석열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윤심'(윤 대통령의 마음) 수습에 각별한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지난 설 연휴에는 자신을 정계에 입문시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만난 데 이어, 최근 자신을 도왔던 정치권 인사들과 전대 출마 여부와 관련해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 23~24일 선거캠프 인적 구성 및 사무실 선정에 대한 세부 논의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고심과 논의를 이어간 끝에 지난 24일 밤 불출마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나경원 이탈...김기현-안철수 2강 압축? 유승민 참전?  

한편 나 전 의원의 당권 포기로 국민의힘 전대 구도가 '김기현·안철수' 2강 구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발표된 복수의 여당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친윤(친윤석열) 당권주자인 김 의원이 당심(黨心)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안 의원이 그 뒤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이에 당권 대열에서 이탈한 나 전 의원의 지지층 표심이 향후 어디로 유입되느냐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윤(비윤석열)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안 의원이 유동 표심을 대거 흡수하며 몸집을 불릴 것이란 관측과 함께, 나 전 의원 지지층이 현재 당권에 가장 근접한 김 의원을 지지하며 대세론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교차한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비윤계 좌장 격인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를 촉매하고 있다는 점도 중대 변수로 꼽힌다. 당·대 불출마 압박에 백기투항한 나 전 의원의 공백을 유 전 의원이 채우며 비윤 표심의 새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 유 전 의원은 최근 공식 일정을 삼가한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대 출마와 관련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결국 국민의힘 전대가 친윤-비윤 구도로 굳어진 상황에서, 비윤·반윤 표심이 누구에게 쏠리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