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2027년이 두렵다 …방사청에 “지체 말고 빨리 이전” 지원

대전시가 방위사업청 이전 계획의 재빠른 진행을 돕고 있는 가운데, 방사청 선발대 240여명에 대한 인사가 완료됐다. [이창환 기자]
대전시가 방위사업청 이전 계획의 재빠른 진행을 돕고 있는 가운데, 방사청 선발대 240여명에 대한 인사가 완료됐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방위사업청 이전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부의 반대 여론과 선발대 구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무리한 이전 결정에 선발대 지원자도 없고 노조 결성 움직임까지 이어졌다. 결국 선발대 모집에 전례 없는 높은 인사고과를 내걸어 안팎으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방사청 이전 도시로 결정된 대전광역시 또한 무리한 유치에 나섰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오는 2027년까지 방사청 이전이 마무리 될 예정이지만 혹시 변경될지 모르는 계획에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에 나선 것이라는 후문이다. 그간 대전에 있던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시로 떠나자 방사청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카이스트 창업 센터 등으로 예정됐던 옛 마사회 건물을 무리해서 내주면서 당초 계획보다 재빨리 방사청 이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풀이도 나왔다. 

높은 인사고과 제안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1년 뒤 돌아올 작정
대전시, 마사회 건물 ‘KAIST 창업센터’ 2차례 계획 변경 방사청 제공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들에게도 한 가지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니 바로 승진이다. 승진에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면 자격증도 따고, 평정을 위해 연수도 기꺼이 받는다. 그런데 모두가 꺼려하는 선발대 모집에 가산점을 걸었다면 마다할 수 있을까. 더욱이 4~5년에 걸쳐야 겨우 받을만한 인사고과를 단 1년 만에 제공하겠다면, 지원자는 늘 수밖에 없다. 

서울과 맞닿아 있는 과천정부청사 소재의 방사청 직원들이 대전광역시 등 지방에 있는 다른 부처로 옮겨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지방 소재 정부부처에서 과천이나 서울청사로 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다. 즉 가족 문제 등 특별한 개인 사정이 아니라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전출 및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방사청 직원들도 마찬가지.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방사청 전체 이전을 앞두고 선발대 구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서로 가지 않으려고 눈치작전이 치열했다. 몇몇 부서가 거론되기 시작하자 소속 직원들 사이에서는 타 부처로의 이동 방법에 대한 자문자답이 이어졌다. 

하지만 타 부처로의 이동은 사실상 쉽지가 않다. 대부분 정부기관에는 필요 인력이 정해져 있는 만큼 1대1 맞교환처럼 이뤄진다. 혹시 있을지 모를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방사청 내부에서 타 부처로의 전출을 허락하지도 않는 분위기였지만, 대전으로 이전이 결정된 방사청으로 옮겨오려고 하는 이가 있을 리도 만무했다. 

이런 분위기에 해를 넘기자 방사청은 결국 묘안을 냈다. 전례 없는 높은 인사고과를 제시했다. 1년 만에 1점이라는 점수를 제공하고, 추가 근무 개월 수에 0.1점씩 더해 준다는 조건이었다. 방사청은 지난 13일 취재진에게 “자발적으로 선발대 인원이 채워졌다”라며 “현재는 가고 싶어 지원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사청 근무자 A씨는 취재진에게 “승진을 앞둔 사람은 무조건 선발대에 자원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내걸은 셈”이라며 “4년, 5년에 걸쳐서 받을 수 있는 점수를 단 1년 만에 준다니 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에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 방사청 유치에 사활… 중기부 떠난 자리 채우려

우여곡절 끝에 대전을 떠난 중소벤처기업부가 남긴 상처는 컸다. 대전시와 행정안전부 및 국무조정실 등 정부가 논의를 거쳐 기상청을 비롯해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임업진흥원,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등 3개 공공기관이 대전으로 이전토록 했다. 하지만 못내 아쉬웠던 대전은 새 정부로부터 방사청 이전 계획이 나오자 발빠르게 나섰다. 

유성구 대덕단지 인근과 자운대 부근, 현재 대전정부청사 소재지 등 여러 선택지를 제안하며 하루 속히 대전으로 이전해 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유성구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등에 대한 방사청 내부 여론이 폭발하자 대전정부청사 유휴부지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유휴부지 내 신청사를 짓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였다.

대전시는 부랴부랴 2021년 카이스트와 글로벌 혁신창업 성장허브 조성 및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으며, 창업기업 입주 공간으로 확보했던 마사회 건물을 방사청에 제안했다. 240명의 방사청 선발대가 근무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당초 건물 사용 계획까지 변경했다. 12층짜리 건물의 9층부터 12층까지 3개 층을 제공키로 한 것. 

공간을 확인한 방사청이 협소함을 토로하자, 공간을 늘려 8층부터 12층까지 사용 공간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계획이 변경된 셈이다. 그만큼 혁신 스타트업 등을 수용할 창업기업 공간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대전시는 방사청 선발대가 하루라도 빨리 대전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간도 쓸개도 다 내주는 셈이다.

대전시가 지난해 매입한 옛 마사회 건물이 당초 카이스트 창업 혁신센터 중심의 창업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었으나, 방사청의 대전 이전을 앞두고 두 차례나 계획을 변경해 창업 공간은 줄이고, 방사청 임대 공간은 확대키로 했다. 사진은 옛 마사회 건물. [이창환 기자]
대전시가 지난해 매입한 옛 마사회 건물이 당초 카이스트 창업 혁신센터 중심의 창업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었으나, 방사청의 대전 이전을 앞두고 두 차례나 계획을 변경해 창업 공간은 줄이고, 방사청 임대 공간은 확대키로 했다. 사진은 옛 마사회 건물. [이창환 기자]

선발대, 청장부터 6월 이전 계획, 240명 인사 마무리

방사청장과 차장실을 비롯해 기획조정관 중 정책조정담당관과 재정담당관 등 2곳 그리고 국방기술보호국, 방위산업진흥국, 조직인사담당관, 미래혁신담당관 및 지방TF 등이 선발대에 포함됐다. 인원은 총 240명 규모로 정해졌고, 2월 둘째 주까지 인사가 마무리됐다. 

정부청사가 이전하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각각의 부처 특성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TF가 구성돼 이전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방사청은 부랴부랴 계획과 함께 인원을 확정짓고, 부서도 결정했다.

대전정부청사 유휴부지에 방사청 예정지는 이제 겨우 공사에 들어가는데 대전시가 너무 서두른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선발대가 가더라도 오는 2027년까지 나머지 1400여명은 과천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마사회 건물 매입 초기 계획을 변경하면서까지 방사청 이전을 속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에 건물을 제공하고 협조하는 것”이라며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임대료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정과제에 발맞춰 방사청이 이전하는 것”이라며 “그에 따라 임차 건물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가 적극 지원에 나선 것으로 봐 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계획까지 변경하면서 마사회 건물을 내주고, 또 공간을 추가 제공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였다. “정부가 바뀌면 또 정책과 계획이 바뀔 수 있다”라며 “오는 2027년까지 완료하겠다는 방사청 이전 계획은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라는 것. 꼭 정권이 바뀌지 않더라도 해가 지나면서 정부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기에 ‘물 들어올 때 배 띄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방사청 졸속 이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방사청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조 설립도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방사청 관계자는 “내부 익명 게시판에 올랐던 것은 확인했으나 그 이후에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고 답했다. 

방사청 근무자 B씨는 “방사청 업무는 민간 방산업체와 국방부와 협력 및 논의를 거쳐야 할 일이 99%라고 보면 된다”라며 “방사청 이전 이후에 업무 추진 방향도 걱정되지만, 240명이 5년 동안 가 있는다고 선발대의 역할을 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1점의 인사고과 때문에 대전 선발대에 자원했지만, 1년 뒤에 돌아오겠다는 생각이 다수 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과천정부청사에 있는 방사청의 모습. [이창환 기자]
현재 과천정부청사에 있는 방사청의 모습.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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