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세원 ‘전환사채’ 비용은 실제로 지불됐는데

발행 정보에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나머지 글씨는 지운 듯 잘 보이지 않게 된 상태. 흐리게 프린트 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발행 일자는 명확하게 2020년 5월28일로 표기돼 있어, 의심을 사고 있다. 해당 사진은피해자 A씨가 조합 관계자 등으로부터 받아 차용증을 쓰고, 체리힐 조합에 입금한 수표 가운데 하나. [이창환 기자]
발행 정보에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나머지 글씨는 지운 듯 잘 보이지 않게 된 상태. 흐리게 프린트 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발행 일자는 명확하게 2020년 5월28일로 표기돼 있어, 의심을 사고 있다. 해당 사진은피해자 A씨가 조합 관계자 등으로부터 받아 차용증을 쓰고, 체리힐 조합에 입금한 수표 가운데 하나.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현대자동차의 주요 부품 협력사 가운데 하나인 ‘폴라리스세원’ 인수를 빙자해 만든 조합을 통해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600억 원에 이르는 투자 예정금액 가운데 피해자들만 일부 금액을 입금하며 계약불이행 이라는 이유로 몰취를 당하게 된 것. 이에 피해자는 조합장 등을 고소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는 폴라리스세원 지분 인수가 가능한 통장에도 입금된 바 있으며, 여기에 사용된 수표의 발행처가 일부 지워진 것으로 의심되는 일도 발생했다. 

폴라리스세원 CB(전환사채) 비용 지급 수표로 지급됐는데
“전환사채 비용으로 지급된 수표 발행처가 지워져 있다”

본지는 앞서 폴라리스세원 인수 조합이 조합원의 투자금이 계약불이행 등으로 의도적으로 몰취되도록 만든 조합장 이 모 씨(60대)와 자금유인책 김 모 씨(50대) 등 일당이 피해자에 의해 고소당한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제1526호 [단독취재] 현대차 협력사 ‘폴라리스세원’ 인수 조합 알고 보니 사기꾼 집단? 참조) 

그런데 피해 조합원이 투입한 금액 가운데 일부가 실제로는 폴라리스세원의 지분 매입이 가능한 통장으로도 흘러들어갔던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입금 과정 또는 입금 전후에 비정상적으로 작성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계약서에 의해 이마저도 전액 몰취당했다.

A씨는 2020년 지인 등과 함께 폴라리스세원 인수를 위한 쿼드파이오니아1호(쿼드1호) 조합 참여를 권유받아 약 70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조합 등에 투입했다. 하지만 해당 조합은 최종적으로 폴라리스세원 인수에 실패했다. 계약 내용을 지키지 못하면서 전액 위약벌 등으로 넘어갔다. 결국 A씨 등이 투입한 자금은 고스란히 날아갔다. 

해당 조합이 처음 폴라리스세원 인수에 나서면서 주식 매입비용 등으로 투자를 예정했던 금액은 234억 원. 해당 조합과 공동으로 투자에 나섰던 다른 조합들과 합친 총 투입 예정 금액은 약 6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를 가정할 때 해당 조합 통장에 최소한 100~200백 억 원은 입금돼 있어야 했지만, 몰취를 당한 이후 통장을 살펴본 A씨는 크게 놀랐다. 

그간 통장에 입금됐거나, 출금 및 지급된 과정에서 투입된 대부분의 자금이 A씨 등을 통해서만 나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취재진에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입금됐던 비용은 수십억 원에 불과했다”라면서 “나와 내 지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입금 내역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쿼드1~3호 등을 거치며 폴라리스세원 인수 비용 등으로 투자된 금액은 6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총 72억5000만 원뿐이었고, 이마저도 A씨 등이 투입한 68억9000만 원을 제외하면 거의 자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었다. 

크게 세 차례나 자금을 투입하며 전재산을 모두 잃은 A씨는 “최초 조합에 투자를 예정했던 비용은 11억 원이었다”라면서도 “조합장과 자금유인책 등이 234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액 중 일부 금액이 모자라 폴라리스세원 인수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추가 비용 투입을 종용해 그들의 말대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폴라리스세원 전환사채 매입비용 20억 정상 입금

이렇게 A씨가 투입한 총 68억9000만 원 가운데 일부인 19억4000만 원은 수표 형태로 폴라리스세원 전환사채(CB) 매입을 위해 투입됐다. A씨는 대주주 이석호 등이 보유한 체리힐 2-1호 투자조합 계좌로 20억 원을 입금하고 2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넘겨받을 계획이었다. 

이는 처음 A씨가 입금할 예정이 아니었으나, 조합 유인책 김 씨 등이 A씨가 입금하도록 비용을 마련해 주겠다고 나서면서 미뤄진 일이었다. 다만 이들은 “당신 명의로 20억 원을 입금하니 차용증을 써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이를 받아들여 차용증까지 썼다. 또 조합이 알려준 대로 전환사채를 넘겨받을 목적으로 동부증권에서 A씨 명의로 증권계좌까지 개설했다. 

이들은 19억4000만 원을 수표로 전해주고 A씨가 전환사채 매입에 나서게 했다. A씨는 2020년 8월18일 오후 3시40분경 김 씨로부터 “늦기 전에 빨리 입금하라”는 독촉 전화를 두 차례나 받고 오후 3시46분경 청담동 소재 국민은행 지점에서 체리힐 2-1호의 국민은행 계좌에 19억4000만 원을 입금했다. 

수표 입금 후 1시간이 넘도록 A씨는 전환사채 입고를 기다렸다. 하지만 전환사채는 입금되지 않았고, 오후 5시경 김 씨가 전화로 “체리힐 대주주 측에서 잔금 비용을 올려 계약이 이행되지 않았다. 계약 이행이 되지 않아 전환사채 입고가 안 되니 기다리라”고 전해왔다. 

결국 그렇게 계약 이행일 연기를 김 씨가 세 차례나 통보해왔고, A씨가 기다리던 중 같은 해 9월10일 체리힐의 대주주 이석호 측이 “계약 불이행으로 계약 해제 및 입금 비용 몰취”를 통보해왔다. 하지만 A씨는 이후 고소 과정에서 체리힐 대주주 이석호 측이 19억4000만원 입금 30분 만에 해당 자금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조합장 이 씨와 유인책 김 씨 등이 계약 불발 이후 내민 전환사채매매계약서를 통해 A씨는 또 한번 놀랐다. 앞서 입금한 19억4000만 원은 ‘계약 불이행시 위약벌 지급을 위한 보증금’으로 입금하는 것으로 작성돼 있었던 것. 하지만 A씨는 부당하게 작성된 계약서는 배제하고, 자신이 입금한 금액에 상응하는 전환사채 청구에도 나설 예정이다. 

발행 정보 사라진 수표 발행장소는 피해자 근무지 코앞

A씨는 당시 기록을 확인하며 “오후 3시40분에 ‘입금하라’ 독촉해서 오후 3시46분에 입금했는데 입고돼야 할 전환사채는 오지 않고 오후 5시에 ‘사채 비용을 올리겠다’고 하더다”라면서 “그런 중에 (조합 관계자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 작성된 ‘19억4000만 원이 보증금으로 지급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내밀더라”고 말했다. 

20억 원만 입금하면 모든 잔금 지급이 종료될 줄 알았던 A씨는 혼자서만 조합에 의해 당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특히 A씨가 입금해야할 비용도 아니었던 전환사채 비용에 대한 차용증을 써준 일은 A씨의 발목을 잡았다. A씨 소유의 주택까지 경매 처분됐다. A씨는 조합장 이 씨, 유인책 김 씨, 체리힐 대주주 이석호 등에 대한 고소에 나선 상황.

이런 중에 A씨는 김 씨 등으로부터 차용증까지 써주고 수표를 받았던 사실이 억울해 자신이 입금한 법적 절차에서 근거 자료로 쓰고자 수표 내역을 전해 받았다. 하지만 수표 내역 중 일부 수표가 이상해 보였다. 원칙적으로 수표에는 발행기관(은행명), 발행처(발행지점), 발행자(지점장 명) 등이 기입된다. 다만 B은행 발행 수표 5장에서 이런 내용이 흔적만 남아 보이지 않았던 것. A씨는 “누군가 자신의 수표 발행 내용을 숨기려고 일부러 지운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라면서 “그렇지 않다면 한 곳에서 발행된 수표만 정보가 없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B은행의 한 지점 관계자는 “수표에 발행 정보가 지워질 수는 없다. 혹 제대로 보이지 않게 발행된다면 다시 기록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B은행 본사로 해당 수표 사본을 보내 확인에 나섰다. B은행은 “명확히 기록되는 것이 정상이나, 조금 흐려졌어도 잘 못 발행된 수표는 아니다”라면서 “발행 정보가 보이지 않더라도 고유번호가 기록돼 있기에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씨는 “B은행 수표만 발행정보가 보이지 않아 고유번호 등을 조회해 확인했더니, 바로 내 근무지 코앞에 있는 지점에서 발행된 것이었다”라면서 “은행 입장대로 잘 못 발행된 것이 아니었더라도, 누군가 나의 가장 근거리에서 수표 발행지점 등을 긴급하게 가려야 했을 일도 있었던 것이라는 의심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잃어버린 70억 원과 관련 조합과 핵심 관계자들을 고소하고 더불어 추가 혐의가 제기될 때 마다 추가 고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금은 수표 발행인의 뒤를 쫓고 있다.

위에서 보여진 수표와 달리 발행 정보가 또렷하고 정상적으로 표기돼 있다. 사진의 수표 역시 위에 있는 수표와 같은 날, 폴라리스세원의 전환사채 매입을 위래 체리힐 조합 계좌로 입금된 수표. [이창환 기자]
위에서 보여진 수표와 달리 발행 정보가 또렷하고 정상적으로 표기돼 있다. 사진의 수표 역시 위에 있는 수표와 같은 날, 폴라리스세원의 전환사채 매입을 위래 체리힐 조합 계좌로 입금된 수표.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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