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조합·민간업자 분쟁 방치… 표류 중인 충청권 허브 개발

KTX오송역 역세권개발 사업이 장기간 표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토목공사가 멈춰버린 모습. 펜스가 둘러쳐져 있다. [이창환 기자]
KTX오송역 역세권개발 사업이 장기간 표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토목공사가 멈춰버린 모습. 펜스가 둘러쳐져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충청권 허브이자 경부선·호남선 KTX와 SRT 등이 지나가는 세종특별시의 관문, KTX오송역 역세권개발 사업이 표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오송역 역세권개발의 랜드마크 개발이 예정됐던 유통상업지구 용도변경 계획이 해당 조합과, 민간사업자 사이의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장기간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인허가 주무관청인 청주시가 손 놓고 방치하면서 오송역 역세권개발의 중심 상권에 위치한 랜드마크 건설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풀이까지 나온다. 

청주시 뒷짐, 수천억 원대 오송역 역세권개발 사업 장기 표류 
조합 유통상업용지 용도변경 제동 vs 시행사 ‘가처분신청’ 제기

KTX오송역 역세권개발계획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충청북도는 세종특별시와 경계를 두고 있는 청주시 오송읍 지역에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국토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른바 ‘대기업집단의 관심’ 밖에 머물면서 공영방식으로의 사업 추진을 포기했다. 

사실상 국내 주요 역세권개발의 주체는 대부분 국내 유통대기업이 차지해왔다.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이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쇼핑몰을 두고 상권을 구성했고, 이를 통해 인근 유동인구를 흡수해 왔다. 다만 오송역의 경우 대전역이나 천안아산역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 상권 개발을 위해 유통 분야 대기업이 들어와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도, 수익은 고사하고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롯데·신세계 유통대기업도 외면, 정답은 랜드마크 건설 계획

청주시 한쪽 끝에 위치한 오송역은 세종시와 경계를 두고 있어 수도권 및 타 지역으로부터 세종 권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비쳐졌다. 몇몇 산업단지가 들어섰으나 관할 지자체인 청주시마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천안아산역과 대전역 사이에서 관문 역할을 이어오면서 유동인구가 늘었고, 다시 관심지로 떠올랐다. 

그사이 역세권개발 면적은 기존의 40만 평에서 23만 평 규모로 축소됐고, 인근 토지주들이 주체가 되는 민간주도의 환지방식 조합사업으로 전환됐다. 우여곡절 끝에 2021년 환지계획 인가가 떨어지면서 복합개발을 전제로 데오로글로벌이 투자 시행사로 참여했다. 

그럼에도 유통상업용도로만 제한이 걸려있는 상황 하에서는 여전히 사업성이 충족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오송역세권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서울역, 대전, 세종 등 타 지역의 역세권 및 생활권 개발사업 성공 사례 분석에 나섰다. 이에 유통상업용지를 일반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고 사업지구 내 랜드마크 조성이라는 결론을 얻어냈다. 

2021년 4월 토목공사에 착공했고, 올해 12월 말 준공이 예정됐다. 하지만 토목공사는 시작부터 삐걱대며 지연됐고, 결국 올해 7월 중단됐다. 토목 공사가 진행되던 곳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에는 펜스가 둘러져 있고 조합과 데오로글로벌의 갈등이 지속되며 표류 상태다.

랜드마크 건설이 KTX오송역 역세권 개발의 핵심이다. [오송역세권 복합시설 조감도]
랜드마크 건설이 KTX오송역 역세권 개발의 핵심이다. [오송역세권 복합시설 조감도]

청주시 “중재 어려워” 외면, 랜드마크 건설 계획 무산 우려

청주시 신성장전략국 관계자는 지난 7일 취재진에게 “공공사업이긴 하나 민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개개인의 재산권이 얽혀 있다”라면서 “조합이 한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면 협의가 수월할 수 있는데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자체가 관여하게 되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쪽에서는 ‘누구누구 편든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라며 “외부에서 볼 때는 청주시가 방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양쪽 동향을 파악하고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주시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멈춰버린 토목공사로 인력과 시간 낭비에 대한 지적은 이어진다. 더불어 최근의 공사비 상승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천문학적 손실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또한 데오로글로벌이 공사를 담당한 K시공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채권까지 압류했다. 결국 해당 업체는 검찰기소 됐고, 지역 일부 언론은 청주시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실 지난 10월까지 데오로글로벌과 조합 대의원 회의는 유통상업용지의 용도변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종 심의단계에 이르러 조합장 A씨가 K시공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이에 조합장의 해임 등을 다루는 임시총회가 개최됐다. 

지난달 4일 개최된 임시총회에서는 조합장 해임뿐 아니라 데오로글로벌의 용도변경을 반대하는 안까지 건의됐고, 그대로 통과됐다. 이날 회의에서 조합장직무대행으로 선출됐던 B씨는 지난 8일 취재진에게 “임시총회에서 유통상업용지의 용도변경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라면서 “청주시 담당과로 임시총회 결과를 전달해 처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조합원들이 ‘복합개발 사업을 위한 중도금 대출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등을 포착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데오로글로벌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고, 더불어 조합장과 데오로글로벌 대표이사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 및 배임 관련 내용으로 고소한 내용이 기반이 됐다. 

무혐의 ‘가처분신청’에도 역세권개발 장기표류 위기

데오로글로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취재진에게 “임시총회 결정 사안의 배경에 있던 금융감독원 민원 및 고소에 이르렀던 사안 모두 무혐의 및 불송치 결정됐다”라며 “임시총회 전에 조사 및 수사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문자 발송하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총회 개최를 주도했던 조합원들은 대출금 관련 위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용도변경 추진 중인 데오로글로벌의 부정적 인식을 만들기 위해 허위 사실을 임시총회 안내자료에 기재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기혐의로 기소된 시공사는 그대로 두고, 객관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용도변경을 전제로 복합개발을 지금껏 추진해 온 것을 막아서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공공성이 있는 개발로 진행되는 사업인데 인허가 기관인 청주시가 손놓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데오로글로벌은 가처분신청에 나섰으나, 청주시는 이와 관련해서도 한걸음 물러나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용도변경 관련 검토는 모두 마쳐 심의위원회 심의만을 남겨둔 상황”이라면서도 “조합 임시총회 결과 ‘용도변경 추진 반대’로 결정이 나서 지금은 보류 상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견해 차이에 청주시가 개입하기는 힘들다”라며 “오는 16일 임시총회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데오로글로벌은 조합의 ‘용도변경 반대’ 결정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민원 처리 결과 및 무혐의 판명난 수사결과 통지서가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조합은 오는 16일 한차례 더 임시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 회의에서 조합장이 결정되고 조합 대응 방향이 정해질 전망이다. 

만일 임시총회에서 ‘용도변경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법적 다툼은 길어질 수 있다. 더불어 오송역 역세권개발 사업은 다시 홍역을 치르게 된다. 약 20년에 이르는 갈등과 개발 지연 뒤로 겨우 수면위로 끌어올린 ‘랜드마크’ 건설 계획이 중재는커녕 뒷짐 지고 있는 청주시의 소극적 행정으로 또 한 번 장기 표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송역 역세권개발 토목공사가 멈춰진 상태로 랜드마크 건설 무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창환 기자]
KTX와 SRT가 지나는 오송역세권개발 토목공사가 멈춰진 상태다. 오송의 랜드마크 건설 무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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