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SRT, 충북선 등 3개 분기역 ‘오송역’
‘청주오송역’으로 명칭 변경 이뤄낼까

이범석 청주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오송역' 명칭의 '청조오송역'으로의 개명을 둘러싸고 주민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안에 역명변경심의위를 예고하며 개명을 완수해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론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역사에 들어서고 있는 KTX의 모습. [이창환 기자]
이범석 청주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오송역' 명칭의 '청조오송역'으로의 개명을 둘러싸고 주민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안에 역명변경심의위를 예고하며 개명을 완수해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론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역사에 들어서고 있는 KTX의 모습.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오송역은 국내 최대 철도 분기역이다. KTX와 SRT 등 고속철도를 비롯해 충북선(일반철도)도 지난다. 여기를 방문하는 이도 연간 10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청주시가 오송역명칭의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명칭 변경에 나서면서, 청주오송역으로 개명 입장을 밝혔지만 반대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이다. 문제는 이범석 청주시장이 당선되면서 공약으로 걸었던 명칭 변경을 아직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미 2010년부터 KTX 역사로도 이름이 10년 이상 유지돼 온 터라 그에 대한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청주오송역으로 개명을 하자는 쪽은 “청주라는 이름이 가진 브랜드 파워가 높다”는 주장을 하고, 이를 반대하는 쪽은 “이미 오송역이 충분히 알려져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범석 시장, 주민 반대 문제 해소 못하나 … 마찰만 확대

충청북도 청주시는 민선 8기 시정부가 들어서면서 오송역의 역명칭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마찰도 있다. 그럼에도 이범석 시장의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해당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청주시가 고속철도 오송역의 명칭을 개명하고자 하는 이유는 우선 고속철도역의 명칭 대부분에 지자체명이 사용된다는 데 있다. 오송역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이름을 따 오송역으로 명명됐다. 최초 오송역이라는 이름의 사용은 충북선 개통과 함께 간이역으로 사용되던 1921년부터다. 

분기역으로서의 역할, 과학단지의 포진

오송역은 우여곡절 끝에 1977년 충북선 복선화로 보통역으로 승격된 이후 2010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과 함께 고속철도역으로 다시 한 번 도약했다. 이후 2015년에 호남고속철도까지 이어지면서 충북선과 KTX 및 SRT 영·호남선을 아우르는 분기역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사실 오송역이 지금의 지위를 갖게 된 데는 오송생명바이오국가산업단지(오송과학단지)가 역할을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미 오송 지역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보건산업진흥원과 보건복지인재원 등 관련 공공기관도 진입해 있다. 특히 민간 사업체의 연구기관도 상당수 설립되면서 명실상부 과학단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한 의료기기 전문회사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현재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자사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라면서 “이미 오송은 생명과학 분야 기관들이 상당수 있다는 특징을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청주시가 내세운 개명의 또 다른 이유는 지역 홍보효과에 있다. 사실상 앞서 언급한 인지도에 대한 이유 보다는 ‘청주’지역의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 더 크다는 풀이도 나온다. 다만 오송과학단지와 오송역 등이 이미 끌어올린 인지도를 청주시가 오히려 등에 업고 이름을 앞에 붙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누가 누구의 인지도를 등에 업나’는 의문이 제기된다.

청주는 충청북도 도청이 소재하고 있으나, 국내 타 지역의 중소도시 대비 도시의 특징이 크지 않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 등을 알리는 고인쇄박물관 및 국립청주박물관 등이 있지만, 음식이나 주요 관광자원으로 방문객을 집중시키는 도시도 아니다. 2014년 충북 청원군과 통합도시로 재탄생해, 규모는 확대됐으나 집중 개발에 실패하며 개발된 구획이 상당수 분리돼 있다. 

청주보다 인지도 높은 오송읍의 ‘오송역’

이에 오송의 인지도를 업은 청주오송역으로 개명하면서 얻게 되는 홍보효과 및 지위 상승이라는 이유라면 납득이 된다. 다만 오송역의 인지도가 낮아서 청주오송역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북이나 청주를 제외한 타시도에서는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주오송역으로의 개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오송역은 이미 알려져 있고 연간 1000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곳”이라며 “오송역의 지명 인지도가 낮아 청주오송역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라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서울과 광주광역시를 오가며 KTX나 SRT를 모두 이용한다. 오송역은 시간대에 따라 정차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에게는 오송역의 이름이 이미 익숙하다. A씨는 취재진에게 “인지도? 그런 이유로 오송역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기차(고속철)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중구 거주자 20대 남성 B씨, 그는 대구광역시와 서울을 오가며 고속철도를 이용하고 있으나, 그 역시 이름 변경이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서는 반문했다. B씨는 “차내에서 안내 등을 통해 오송역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정확히 잘 모른다”라면서도 “청주라는 이름의 브랜드파워가 해당 역의 인지도 상승에 영향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일각에서 청주오송역으로의 개명이 ‘지금까지 오송역의 지명 인지도 상승에 청주를 붙여 청주지역의 발전과 홍보효과를 얻기 위함’이라는 말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재 오송역을 중심으로 10여년이나 진행돼 왔던 오송뷰티엑스포 등의 대규모 행사가 청주라는 이름을 앞에 붙여야 할지 고민일 수 있다는 이른바 ‘웃픈’ 주장도 나온다. 

청주오송역으로의 개명을 두고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광주송정역의 이름과 유사한 사례라고 풀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광주송정역의 경우 기존 광주역이 사라지면서 송정리역의 소재 지역을 알리기 위한 이유로 광주를 붙여 광주송정역이 됐다. 오송역은 이미 분기역으로 충분히 알려져 오송역이 속한 지역을 알리기 위한 것이 ‘청주를 붙이는 이유’라는 말은 맞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오히려 오송역의 이름 인지도를 청주시가 얻어 청주시의 홍보 및 지역 브랜드 상승효과를 위해 청주오송역으로 개명한다는 주장이 더 무게 있다. 

청주시는 올 상반기 역명변경심의위원회를 예고하고 있다. 상반기 중 심의위를 통해 개명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범석 시장이 반대 여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부 마찰이 있어 법적 대응까지 이뤄진 상황. 청주시가 향후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범석 청주시장이 오송역을 둘러싼 국토교통부의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이범석 청주시장이 오송역을 둘러싼 국토교통부의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