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자재 발주? 노원구에 발주 강제한 바 없어”

노원구 아동·청소년 복합체험시설 점프 구의회 지적 이유는 해외 송금된 선급금 지급 때문. [이창환 기자]
노원구 아동·청소년 복합체험시설 점프 구의회 지적 이유는 해외 송금된 선급금 지급 때문.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노원구에서 추진 중인 500억 원 규모의 ‘점프’ 사업과 관련 서울시가 긴급회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외 송금된 선급금 지급에 대한 노원구의 답변에 서울시가 정면으로 반박하며 향후 노원구의 사업 추진을 두고 적잖은 잡음이 예상된다. 노원구는 해당 사업 콘텐츠 확정 및 선금 지급 등의 이유를 서울시로 넘겼으나 서울시는 합리적인 기획안을 포함하라는 제안을 냈을 뿐, 발주 등의 선행을 구하는 강제사항이 전혀 아니라는 검토의견을 내놨다.

 선급금 지급 보도 후 서울시 부서 회의 소집 및 의회 보고
 노원구, 11월에 지급했다는 선금 내역 영수증에는 12월 기록

지난 1월 서울시에서는 ‘노원구 아동 기초체력 증진 및 스포츠 체험시설 건립’ 관련 관계부서가 회의를 열었다. 일요서울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월8일자 보도(제 1550호) 노원구 점프 사업 관련 기사를 두고 내부적인 검토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원구는 앞서 취재진의 ‘선급금 지급의 타당성’에 대한 물음에 ‘서울시의 공공건축심의위원회 결과’를 언급했지만, 이와 관련해서 서울시는 오히려 노원구에 의문을 제기했다. 건축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기자재 발주가 이뤄진 사실이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라는 데는 이견을 두지 않았다. 

앞서 본지는 건축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사업의 기자재 발주를 위한 선급금 지급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노원구는 “콘텐츠에 맞춰 건축 설계가 들어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면서 “서울시 공공건축심의를 통해서 서울시 의견을 받았고, (건축물) 내부에 가장 중요한 콘텐츠에 맞춰 건축설계를 들어가야 하니까, 콘텐츠를 먼저 발주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노원구 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서울시의 공공건축심의위원회에서 의견을 냈고, 이에 따라 노원구청은 콘텐츠(기자재) 발주를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취재진이 의문을 제기한 ‘설계 우선 및 건축 승인 이후 기자재 발주가 순서’라는데 대해서는 “콘텐츠 발주 후 그에 맞춘 건축설계에 들어가야 한다”라며, 우선 기자재 발주의 이유를 설명했다. 

노원구 답변에, 서울시도 의문 제기

이런 사실이 전해지면서 서울시에서는 관계 부서 회의가 소집됐고, 시의회 보고도 이뤄졌다. 더불어 심의 당시의 의결 내용을 바탕으로 노원구에 어떤 것도 강제한 것이 없었다는 내용을 의회에 보고했다. 더불어 심의 의결 내용을 토대로 서울시가 노원구에 ‘보완하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5월10일 노원구로부터 서울시 공공건축위원회로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심의가 접수됐다. 이에 같은 해 6월3일 공공건축심의위가 열렸고, 심의요청에 대해 수차례 보완 내용이 오고갔다. 

취재진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이에 앞서 서울시는 2020년 10월 공공건축 사업 계획 사전 검토 결과를 노원구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설계 공모 수행전에 운영계획, 체험콘텐츠, 계획 및 시설 세부 계획을 구체화하시기 바란다”라면서 “체험콘텐츠의 계획 방향과 운영 프로그램 계획에 따라 시설의 소요 공간 및 동선, 부속시설 등 요구조건이 상이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후 2022년 공공건축심의위는 “콘텐츠 기획 내용에 따라 건축계획 변경 가능성이 예상된다”라며 “설계공모 발주 전 콘텐츠 공모 시행 예정이므로, 공모 시행으로 구체적인 콘텐츠 계획안을 확정해 건축계획에 반영하라”는 심의의결을 전달했다. 더불어 “설계 공모 ㅜ진 시 콘텐츠 구성계획을 설계자에게 상세하게 제공할 것”을 당부했다. 

그 외에도 서울시는 2023년 1월부터 수차례 심의 내용을 전달하며 재보완을 요청했다. 이런 중에 2023년 7월 열린 공공건축심의위는 노원구의 조치결과 보고서를 수용했다. 이후 노원구는 조달청을 통해 ‘아동 청소년 초대형 이색레포츠 복합체험시설 콘텐츠 구입 및 설치 계약 의뢰’를 진행했다. 

11월에 지급했는데, 12월에 영수하는 미국?

이후 일요서울이 앞서 보도한 선급금 지급 등으로 결과물이 나타났으며, 설계 확정이나 건축 승인이 나지 않은 가운데 ‘콘텐츠 확정’이라는 이유로 35억 원 수준의 기자재 구입비가 해외 업체 등으로 지급됐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공공건축심희희결서에 따르면 합리적인 공간 구상 및 활용을 위해 건축 계획에 구체적인 콘텐츠 기획안을 포함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라면서 “공모 시행 전 콘텐츠 발주, 생산, 운송, 설치를 선행토록 강제하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즉 노원구가 500억 점프 사업을 앞두고 설계나 건축 승인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발주했다는 콘텐츠(기자재)는 타당성이 떨어진다.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설계 공모 추진 시에 콘텐츠 구성 계획이 설계자에게 제공이 돼야 하니 당연히 그 내용을 보완하시라는 취지였다”라면서 “그 말은 (심의위 결정대로) 설계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설계 발주를 하기 위해서 내용을 보완하라는 의미였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해당 선급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노원구와 의회 사이 논란이 크다. 지난해 11월27일 열렸던 노원구의회 행정감사에서 “노원구는 선급금 지급 내역 및 계약서, 영수증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이 있었으나, 노원구는 “추후에 제출하겠다”라고 답한바 있다. 이후 의회에서 수차례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지난해 12월 말경부터 자료제출이 이뤄졌다. 

노원구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하면 11월에 지급이 이뤄진 것도 일부 있으나, 12월6일, 12월21일 등 12월에 지급된 입금내역서가 대부분이다. 명확한 영수 내용도 없고, 계약 내용이 증명된 것도 없다. 이에 대해 취재진이 구의회로 해당 내용에 대한 노원구청의 구체적인 답변이 있었는지 묻자, “노원구청 담당과에서는 미국이나 불가리아 등 해외 발주는 영수증 발급 방법이 다르다고 했다”면서 “11월 행감에서 이미 지급됐다고 했던 내용에 대한 영수증에 어떻게 12월 지급 날짜가 찍힐 수 있는지는 분명히 소명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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