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는 왜 정비구역 해제된 111번지 편입에 나섰나

서울시가 노원구 상계5구역 재정비촉진지구 변경 고시 등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했다. 노원구가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동의서 작성 주민 신분증 사본도 첨부되지 않은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이를 용인하고 받아들였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창환 기자]
서울시가 노원구 상계5구역 재정비촉진지구 변경 고시 등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했다. 노원구가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동의서 작성 주민 신분증 사본도 첨부되지 않은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이를 용인하고 받아들였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서울시가 지난 1월 상계재정비촉진지구 지정과 관련 노원구 지역주민들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했다. 2014년 촉진지구가 해제된 일부 지역이 상계 5구역으로 편입되면서 재정비촉진지구로 추가 편성됐는데, 해당 지역 35명의 토지 소유주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원구가 촉진지구 변경 과정에서 편입 주민들의 동의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취합된 주민 동의서 타당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또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편입을 위한 주민간담회를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했던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예상된다.

김성환 의원 주관한 주민간담회서 5구역 편입 계획 논의
“5구역 편입된 111번지 주민 3분의2 재산권 침해 우려”

서울시 노원구 상계3동, 상계4동에 위치한 상계동 111-519번지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뉴타운으로 지정된 상계 3구역에 포함돼 한 번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이듬해,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시절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정비구역 해제를 당했다. 이때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원구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다. 

그렇게 재정비구역 해제를 당한 111번지 일대는 약 10년 간 3구역의 잔여지로, 서울시나 노원구 등 지자체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한 때는 재개발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매각을 통한 이른바 ‘프리미엄’으로 금전적 이익이라도 누려보고자 했으나, 문재인 정권 당시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가격과 공사비 상승 및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이도저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당고개역 사거리 근접지역이라는 이점으로, 해당 지역 주민 일부의 의견을 모아 A건설사가 해당 지역의 자체적인 개발 사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A사는 주민 동의서를 모았고, 111번지 일대 토지 소유주 35명(32가구)의 동의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다만 심의 과정에서 한 차례 취소가 됐고, 재심의를 요청해 노원구 건축위원회는 2022년 9월 ‘보류’ 판정을 내렸다.

111번지 주민은 원할까? 촉진지구 편성 오히려 피해

하지만 해당 부지는 앞서 노원구가 서울시에 제출했던 자료를 근거로 5구역 편입을 마무리 지으며, 2023년 7월 서울특별시고시 제 2023-295호 상계재정비촉진지구 변경 지정으로 재정비 구역으로 편성됐다. 문제는 재정비구역으로 편성된 것이 과연 해당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는지 여부다. 

결론부터 언급하면, 그 반대다. 재정비 촉진지구로 편성되면 향후 아파트 등이 들어설 때 조합원들이 각각 1채씩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주민들이 찬성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111번지 일대 토지 소유주 35명은 총 13필지를 공유하고 있다. 

재정비지구로 지정된 13필지는 5구역에 편입되면서 1필지 당 1명의 조합원만 인정받을 수 있기에 35명 중 13명만 아파트를 분양받게 된다. 공유자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행정소송당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원구가 해당 사실을 35명에게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토지주 35명이 동의서를 작성했을까. 그럼에도 노원구청은 “6명의 적극적인 반대입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의 동의서를 서울시 해당 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재정비촉진과는 지난 15일 취재진에게 “주민 동의서는 절차대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된다”라면서 “주민과의 소통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입안과정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없이 마무리 됐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송에 적극 응소하고 있다”라면서 “민원인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법적 요건이나, 합리성 등이 부족하므로 소송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주민 동의 확인” 소송에 적극 응소할 것

취재진이 찾아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6조(토지등소유자의 동의방법 등)’에 따르면 서울시 답변과 달리, “서면동의서에 토지등소유자가 성명을 적고 지장(指章)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하며, 주민등록증, 여권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첨부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었다.

이는 정비구역의 해제 연장이나 해제 동의, 재개발 시행, 공사시행자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권리·의무 변동 어디에도 모두 포함된다. 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해당하는 어떤 경우라도 주민의 동의가 요구되는 안에 동의서를 작성할 때 신분증 사본을 첨부해야한다는 의미다.

서울시에 주민동의서를 제출했다는 노원구청은 주민동의를 수렴 과정에서 신분증 사본을 첨부 받았을까. 행정소송을 제기한 측에 따르면 노원구청은 사본을 첨부하지 않았다. 해당 주민들은 111번지 일대 주민들의 명단을 공개하며, 편입의견 조사에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증거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노원구는 동의서를 서울시에 전달했다.노원구의 자료와 관련 서울시가 정무적 판단을 명확히 내려야 한다. 해당 지역 주민은 취재진에게 “서울시가 재정비구역 지정 과정에서 노원구가 제출한 서류 등의 문제가 없었는지 우선 봐주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우선 행정소송부터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소송 관련 내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111번지 일대의 5구역 편입에 앞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의 주민간담회가 열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간담회는 당시 잔여지였던 해당 부지의 5구역 편입에 대한 의견을 나눈 자리로, 김 의원 역시 잔여지 32가구 의견을 물어 동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결국은 행정소송 과정에서 노원구의 해당 지역 토지소유주 등 주민 동의 절차가 적절했는지 여부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그간 재정비촉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건축규제의 완화, 주택의 규모 및 건설비율의 완화, 지방세 및 과밀부담금 감면 등 많은 특례를 부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비촉진사업에 대한 소송이 잇따르며, 상당수 지구가 지정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취소 이유는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후 사업지구 내 토지 등 소유자들의 찬성과 반대 측 이견이 심화돼 원활한 사업추진 및 지정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서다. 입법조사처가 조사한 내용에 따른 문제점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다가구 주택 소유주가 임대수입으로 생활하는 고령층의 경우 재정비촉진 사업으로 생활안전대책이 부재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조합 설립 단계에서 토지 소유주 동의를 얻어 추진위원회를 구성토록 하고 있으나, 그 동의 절차 역시 쉽지 않고, 주민들이 철거 및 착공 직전 시점인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분담 내역’을 알 수 있어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역별로는 도시계획위원회나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촉진지구로부터 해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노원구 상계동 일대의 재정비촉진계획을 두고 서울시가 변경 고시한 해당 내용이 행정소송을 당했으나 이를 넘어, 국회 입법조사처가 과거 사례에서 언급하고 있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주민의 피해가 있을 수 있는지’ 등을 명확히 따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알려왔습니다] 

노원구는 "상계동 111-519번지 일대의 상계5구역 편입 관련 주민의견 수렴은 법정 의무사항이 아니며, 그럼에도 구가 주민 의견 수렴시 의견 제출자의 신분증 사본을 확보했고, 반대 의견 6명을 포함해 총 27명의 의견 수렴 결과를 수합해 서울시에 전달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더불어 "2022년 10월 의견조회 당시 분양대상 요건을 충족하는 주민이 29명으로, 주민 의견 수렴시 주민에게 편향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분양대상 여부에 대해 별도로 자료 제공없이 편입 찬반 여부에 대해서만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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