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형 만원주택’, “전국에서 크게 주목받은 혁신”
김 지사 “중앙부처 재정·권한, 지방 대폭 이양해야”

김영록 전남도지사. [전남도청]
김영록 전남도지사. [전남도청]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저출생 문제로 국가소멸까지 거론되는 대한민국.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지역 출생률 증가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8년 만에 43만여 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21만여 명으로 급감하며 위기의식이 대두됐다.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정부는 저출생 문제 타개를 위해 3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합계 출산율 0.78명이라는 성적표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각종 권한을 지역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라남도는 2023년 3분기 기준 출생율 0.96명을 달성하며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전남은 ‘만원주택’ 등 혁신적인 저출생 대안 정책을 선보이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2월27일 김영록 전남도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가 추진하고 저출생 방안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향후 도정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간 출생아 수가 100명 미만인 지자체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4.9%인 34개에 달한다. 2013년 2개인 것과 비교해 무려 17배가 증가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저출생 대책을 내놓으며 표심을 얻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육아휴직 자동 개시, 저출생 전담 부처인 인구부 신설’ 등을 약속했고,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 인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정당들도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저출생 문제 소방수를 자처하는 건 지역과 밀접한 지자체들이다. 특히 전라남도는 2023년 3분기 기준 출생률 0.96명을 달성하며 세종시를 제외하면 전국 1위다. 이와 관련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전남은 타 선진국 사례를 발판 삼아 지자체 차원의 선도적인 정책으로 출생률 반등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 전국적으로 출생 신고가 줄어드는 상황, 전라남도 저출생 정책은

▲ 우선 전남 출생률이 전국 최하위일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사실 그 반대다. 전남 출생률은 2023년 3분기 기준 0.96명으로, 세종시를 제외하면 전국 1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아이가 많이 태어나지만, 인구소멸이 문제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매년 8000명에 달하는 청년층 유출 때문이다.

우선 청년들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지속적으로 청년이 빠져나가면 결국 지역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해 저출생이 가속화된다. 전남은 인구 재생산이 가능한 청년층을 붙잡기 위해, 지역에서 출산하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과감한 재정지원 계획을 마련했다. 

지난 2월14일, 전라남도와 22개 시군이 공동으로 출생수당 318 프로젝트 업무 협약을 맺었다. 올해부터 전남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만 17세까지 18년 동안 매월 도비 10만 원, 시군비 10만 원 총 20만 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1자녀는 4320만 원, 2자녀는 8640만 원, 3자녀는 무려 1억2960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하게 된 계기나 사례가 있나

▲ 독일, 스웨덴 등 다수의 유럽 국가는 청소년기까지의 직접적인 지원금 정책을 이미 시행했으며, 그 결과 1990년대 초저출생을 이겨내고 출생률 반등에 성공했다. 독일은 만 18세까지 월 36만 원을 지원하며 합계 출산율은 1.58명이다. 스웨덴은 만 16세까지 월 19만 원을 지원하며 합계 출산율이 1.67명에 달해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7세까지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원한다. 교육 등 자녀 양육비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정부 지원이 끊기는 것이다. 전남은 타 선진국 사례를 발판 삼아 지자체 차원의 선도적인 출생수당 318 정책으로 출생률 반등에 나서겠다.

정부도 서둘러 출생수당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출생아 수는 약 23만5000명이다. 아이들 모두에게 18년간 매년 20만 원씩 지원하면 약 10조 원이 소요된다. 국가 재정에 큰 무리가 없는 예산이다. 아동수당도 현재 7세에서 12세로 확대해야 한다. 확대하더라도 연간 약 5조8000억 원으로, 정부 총예산 656조 원의 0.9%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정부의 대책과 결단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 출생 정책 외 향후 출생률 증진을 위해 논의 중인 정책은

▲ 출생 자체에 대한 직접 지원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청년이 지역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정주할 수 있는 ‘삶의 요건’을 만드는 것이다. 전남은 청년 정착 독려하고 출생률을 제고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주거·의료·교육 등 분야별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

‘전남형 만원주택’은 전국에서 크게 주목받은 혁신적 정책이다. 월 1만 원에 미혼은 최장 6년, 부부는 최장 10년까지 거주 가능한 청년 맞춤형 임대주택을 신축 공급한다. 자녀가 많아지면 34평 등 큰 평수도 제공할 계획이다. 만원주택에 입주하면 10년간 약 7000만 원의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인 16개 군 대상으로 우선 100호 규모를 신축할 예정이다. 오는 3월에는 후보지 2개소를 공모해 2026년 말까지 첫 입주자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의료 기반 확보도 중요하다. 국립의과대학 신설은 도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가장 절실한 전남의 30년 숙원사업이다. 전남은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 광주·전남의 소아외과 전문의는 광주 소재 전남대학교병원에 계신 한 분이 유일하다. 자녀 건강을 담보하기 어려운 의료 취약지에서 부부가 출생을 결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출생률 증진을 위해 반드시 전남에 공공의료 사령탑 역할을 할 의과대학이 신설되어야 한다.

출생률과 교육 인프라 또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양질의 교육 기반을 갖추어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으면 청년 유출도 줄어들고 출생률도 올라간다. 지난해 글로컬대학 30 공모에 순천대학교가 선정됐다. 올해 전남대학교도 추가 지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어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이 통과돼 해남 솔라시도 등 초·중·고 국제학교 설립이 가능해졌다. 외국학교법인 유치에 총력 기울여 최상급 질의 교육 환경을 갖추도록 힘쓰겠다.

도 교육청과 함께 학생교육수당 시범사업인 ‘꿈 실현금’ 도 추진한다. 목포 등 5개 시와 무안군은 매월 5만 원, 인구감소지역인 16개 군은 매월 10만 원을 지급한다. 자녀 교육에 힘쓰는 학부모들이 가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하겠다. 

- 우리나라 저출생의 근본 원인은 뭘까,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 저출생의 근본적 원인은 수도권 집중화다. 인구 절반에 달하는 50.6%가 국토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밀집도는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이며 이는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좁은 땅에 과밀화된 청년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려 연애, 결혼, 출산을 거부하는 3포 세대, 나아가 N포 세대가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전체가 소멸될 지경이다. 실제로 세계적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서기 2750년 대한민국 전체의 소멸을 전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 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올해 전남이 신설한 인구청년이민국은 전남형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했다. 자녀 행복 돌봄제 등 도입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 육아지원제도 대상을 확대하고, 자녀 돌봄시간(1일 2시간)을 신설하는 등 도민의 안정적 소득부터 주거·의료·보육·교육까지 두루 돌보는 패키지형 정책을 추진해 호응을 얻고 있다.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일자리 확충도 지자체의 필수 해결 문제다. 이를 위해 전남 미래 100년 먹거리 산업 육성에 주력하겠다. 차세대 비전 가진 첨단전략산업, 우주산업 등 적극 유치해 꿈과 목표 가진 청년들이 전남에서 일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해 나가겠다.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고, 진정한 지방시대와 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중앙부처의 재정과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는 정부의 특단에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자치조직권을 보장·확대하고 지방 고유사무는 자치입법권 취지에 맞게 조례를 제정해 지역 특성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 국가 관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지방교부세율을 상향하고 지방특별회계의 지역자율계정 규모를 확대하는 등 재정 확충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 끝으로 전라남도 도정 철학과 비전은

▲ 민선 8기 올해 도정 목표는 ‘빛나는 지방시대 1번지, 사람이 모여드는 전남 행복시대’다. 모든 역량을 모아 지방시대를 이끌 선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사람이 모이는 전라남도를 만들기 위해 현장 위주의 이민 정책과 생활인구 유입 등 다방면에 걸쳐 기존 틀을 깬 혁신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남은 올해 ‘지방소멸 극복 원년의 해’를 선포하고 인구청년이민국을 신설했다. 외국인 이민자 정책을 국(3급)단위에서 총괄하는 광역지자체는 전남이 최초다. 조선업 등 산업 현장 인력난 해소에 외국인 근로자의 기여도가 매우 크다. 이에 전남은 도지사가 비자 발급권한을 갖는 광역비자를 도입해 계절근로자, 고용허가인력, 유학생 등 외국인의 유입과 정착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생활인구 유입 또한 핵심 과제이다. 생활인구란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해당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을 말한다. 거주인구가 당장 늘어나지 않더라도 생활인구 증가는 지역경제와 공동체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워케이션, 5도 2촌, 한 달 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강화해 ‘생활인구=정주인구’로 전환될 수 있는 연계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 

전남은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역량을 지니고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비전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 선도적인 정책을 추진해 ‘세계로 웅비하는 대도약, 전남 행복시대’를 활짝 열겠다.

전남도청. [뉴시스]
전남도청.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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