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호환’ 피해 ‘착호군’ 통해 호랑이 사냥
일제 ‘해수 구제 사업’ 이후 1921년 마지막 발견

[검증대상]
네이버 지식iN Q&A에 ‘한국에서 호랑이가 언제 멸종되었나?’라는 제목과 함께 “듣기로는 일제강점기 1920년대쯤에 멸종되었다고 들었는데 확실한가?”라는 질문이 게재됐다. 이에 흔히 알려진 ‘한국 호랑이는 일제강점기 때 멸종했다’에 대해 일요서울이 확인에 나섰다.

한반도 호랑이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호랑이 [국립생물자원관]

[검증방법]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호랑이’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한국 호랑이’ 참조
국립생물자원관 ‘호랑이 개요’ 참조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포유류과 관계자 인터뷰

[검증내용]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iN Q&A에는 일제강점기 때 호랑이가 멸종했는지, 왜 절멸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즐비하다. 한 네티즌은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일제강점기 1920년대쯤 멸종됐다고 하셨는데 확실한가?”라고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실제 호랑이는 과거 아시아 대륙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했으나, 과도한 포획과 서식지 감소로 대부분 지역에서 멸종하거나 멸종 위기에 놓였다. 한반도에서 분포하던 아종은 시베리아 동부, 러시아 극동 지역, 중국 동북부에 걸쳐서도 서식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호랑이’에 따르면 아홉 종에 이르는 아종 중 아무르호랑이로 불리는 한반도 아종은 러시아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500마리 정도 남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가 멸종했다.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부터다. 조선 중기인 17세기부터 인구 증가와 농경지 확대로 인해 호랑이의 서식지가 감소했다. 이에 호랑이와 사람이 접촉하는 빈도가 늘면서 사상자 발생과 함께 가축의 피해가 커졌다.

조선왕조는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화하기 위해 건국 초기부터 호랑이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특수부대 ‘착호군’을 중앙과 각 지방에 두고 호랑이와 표범을 적극적으로 없앴다. 착호군 제도는 총포가 널리 보급된 이후 호랑이 사냥이 쉬워짐과 동시에 개체 수가 많이 줄며 18세기 후반 폐지됐다.

조선시대 때 우리나라에서 호랑이의 수가 많이 감소하기는 했으나 1900년대 초까지도 적잖은 수의 호랑이가 생존해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짐승들을 잡아 없앤다는 명목으로 ‘해수 구제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때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포획했고, 이와 함께 호랑이도 절멸 단계에 이른다. 

결국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1마리가 마지막으로 포획된 이후 관찰되지 않았고, 환경부는 이를 두고 1996년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멸종했음을 선언했다.

이런 내용은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한국 호랑이’와 국립생물자원관 ‘호랑이 개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사상식사전은 “한국 호랑이는 우리나라에서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사살된 것이 마지막 공식 기록이다”라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도 “남한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전했다.

지난 22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일제강점기 때 멸종한 것으로 추정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조선시대부터 호랑이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살했다”라며 “호랑이 피해가 극심해 조직적으로 잡았고, 개체수가 점차 줄어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강점기 때 해수 구제 사업 차원에서 더 좋은 병장기와 조직력을 통해 호랑이를 사살했고 이것이 멸종에 치명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복합적으로는 조선시대 당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식량이 부족해졌다. 이에 산지 개간을 시작하고 임야를 방화해 그 지역에 농작물을 경작하는 화전 농업을 실시하면서 호랑이와 사람의 서식 지역이 겹치게 됐다”라며 “이렇게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호랑이를 잡기 시작한 것. 이렇게 개체 수가 감소하다 일제의 해수 구제 사업을 끝으로 멸종한 게 공식 기록이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우리나라 외에도 주로 19세기 때 세계적으로 호랑이가 어마어마하게 사라졌다”라며 “겨우 100년 남짓한 기간 동안 거의 97%가 사라졌다. 무차별적인 개발에 의한 피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범위를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으로 하면 1993년도 자강도 낭림산에서 호랑이 3마리가 생포된 기록도 있다. 이때 생포된 호랑이 중 한 마리가 1999년 1월 서울대공원에 반입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관계자는 “북한 같은 경우는 기록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라며 “자강도 이후로 북한에서 호랑이를 발견했다는 목격담은 계속 나왔고, 러시아 학자들이 몇 번 백두산 일대를 조사한 적도 있다. 그렇게 발견한 게 발자국인데 호랑이인지 표범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라고 전했다.

[검증결과]
따라서 ‘한국 호랑이는 일제강점기 때 멸종했다’는 ‘사실’로 판명된다. 다수의 기록에서 우리나라 호랑이는 1921년 대덕산에서 1마리가 포획된 이후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이 일관됐고, 이를 두고 환경부가 1996년 멸종 선언을 한 점과 국립생태원 취재 결과 올해까지도 공식 기록이 유효한 점을 파악했을 때 ‘사실’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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