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12일 진행된다. 고 씨가 범행을 저지른 지 정확히 80일 만이다.

결국 재판은 시신을 발견하지 못 한 상태에서 열리게 됐다. 고유정은 우발적 사실을 주장하며 계획범죄 입증을 자신하는 검찰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 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훼손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에 대한 1차 공판을 연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고 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엔 출석의무가 없었지만, 정식 공판에서는 반드시 출석해야하는 만큼 고 씨가 법정에서 어떤 태도로 자신의 재판에 임할 지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지난 준비기일에서 사건을 심리하는 정봉기 부장판사가 고 씨 측 국선변호인에게 '우발적 살인 근거를 가지고 오라'며 신속한 쟁점 정리에 나선 만큼 1차 공판의 향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고유정이 1차 공판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역시 '우발적 살인'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고유정은 체포된 후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수박을 자르다가 성폭행을 시도하는 전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증거로 고유정은 자신의 몸 여러 군데 에 난 상처를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전 남편이 자신을 덮치려하는 것을 막다가 상처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고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검찰은 이미 고 씨의 몸에 난 상처가 범행 도중 전 남편을 공격하거나, 범행과 상관없는 자해흔에 가깝다는 전문가 감정 결과를 손에 쥐고 재판에 임하고 있다.

범행 보름 전인 지난 5월 10일부터 휴대전화와 청주시 자택 내 컴퓨터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검색한 '니코틴 치사량', '뼈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의 해명도 요구된다.

더욱이 5월 10일은 고유정 전 남편이 신청한 면접교섭권 이행명령의 조정절차가 마무리된 시점이어서 고 씨의 해명 여부에 따라 구체적 살인 동기가 발생한 변곡점으로 지목될 가능성도 높다.

재판부는 준비기일에서 고 씨 측에게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인터넷 검색에는 마치 살해를 준비한 듯한 내용이 있다. 왜 검색했는지 다음 공판까지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첫 공판에서 고유정이 우발적 살인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재판은 의외로 쉽게 끝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재판부는 고 씨의 구체적 범행 동기 파악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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