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도 쫓겨난다…67주 연속 전세 가격 고공 행진

홍남기 부총리조차 벗어나지 못한 전세 대란. 홍 부총리는 전세 가격을 잡기 위해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홍남기 부총리조차 벗어나지 못한 전세 대란. 홍 부총리는 전세 가격을 잡기 위해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전세 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전세 물건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반면 전세보증금 9억 원이 넘는 서울 시내 초고가 전세아파트가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5%에서 9%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1월 현재 세 들어 살고 있는 마포구 소재 아파트의 계약 만료와 함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연일 ‘최고가’ 경신…실수요자 위주 ‘전세 가격 잡기 실패’ 지적 이어져
서울 시내 4억 원 이하 전세 아파트 50% 미만…“나가면 갈 곳 없다”

홍남기 부총리가 사는 마포구 염리동 소재 아파트는 현재 전세 가격이 8억 원에서 9억 원 사이를 호가하고 있다. 올 초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해 1월부터 해당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 살고 있다. 당시 보증금은 6억3000만 원으로 현재 전세 시장에 나와 있는 가격과는 무려 2억 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지난달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 아파트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달 전국의 전세 가격이 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이에 홍 부총리가 사는 아파트 역시 물건이 사라지고 씨가 마르면서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서 홍 부총리가 새로운 집을 알아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홍 부총리가 전세 보증금을 빼더라도 그 가격으로 해당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갈 곳이 없다. 염리동 주변 지역 유사한 규모의 아파트도 홍 부총리의 전세 보증금 6억3000만 원으로는 갈 만한 곳이 없다. 대한민국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갈 곳을 잃은 셈이다. 

전셋값 따라 오른 저가형 아파트 가격

홍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전세 아파트에서 새로운 곳을 찾지 못한 이사철 방랑자들이 찾아간 곳은 어딜까. 이른바 중저가 아파트. 지난 2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하위 20%에 있는 1분위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4억4892만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9%나 올랐다. 

2년 전보다는 무려 35.2%나 올라 서울 시내 고가 아파트의 평균 상승 폭인 15%를 훨씬 웃돌았다. 정부가 세운 부동산 정책과 임대차보호법 등으로 이른바 고공 행진 중인 전세아파트 가격과 저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전혀 관련 없어 보이지 않는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를 살펴봐도 2017년부터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45~50% 수준으로 상승했음을 나타냈다. 문제는 서민들이 서울 시내에 거주하기 위해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도 받기 힘들어 졌다. 

달리 말하면, 서민들은 아파트 살 돈, 전세 들어갈 돈 구하기도 힘든데 아파트 가격과 전세 가격은 한없이 올라가고 있다. 저만치 멀리서 바라보는 서민들에게는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다.  

전세 정책 실패, 새로운 대책 나오나

정부가 추가적인 전세 가격 잡기에 나설 모양이다. 8일 홍 부총리는 21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홍 부총리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상당수 전세 물량이 연장되는데도 불구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매물도 적고 일부 임대차 3법을 피해 과도하게 전셋값을 올린 상황을 인정했다. 과거 전세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던 당시에도 4~6개월 동안 전세 가격의 상승을 경험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홍 부총리는 “전세 가격이 단기적(짧은 기간 동안)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고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며 “앞서 2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안정화 되지 못해 추가 대책을 계속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67주 연속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전세 가격과 달리 매매 가격은 부동산 대책 이후 보합세가 유지되고 있어 이런 흐름 속에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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