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질문 한 마디에 곧바로 떠오르는 배달 앱이 있다. ‘치킨은 살이 안 쪄, 살은 내가 쪄’라 말하며, 다이어트는 운동으로 하는 게 아니라 포샵(포토샵)으로 해야 한다고 능청스레 말하는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2010년 사업을 시작한 배민의 기업 가치 평가는 놀랍게도 3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2019년 5654억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배민에 입점한 소상공인 매출을 추정하면 약 8조6000억 원이나 된다고 하니, 경이로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크리에이티브로 승부...브랜딩 전략 탁월
 위치 기반 배달앱에서 로봇 배달로 확장


기업은 자사 브랜드나 제품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한다. TV 광고뿐만 아니라 온라인 광고, 오프라인 광고 등 모든 홍보 수단을 총동원하지만, 고객의 뇌리에 꽉 새겨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배민은 간단한 질문 하나로, 브랜딩 전략을 끝내버렸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그들은 명화를 패러디해 TV 광고를 만들었다. 밀레의 '만종', 마네의 '풀밭 위의 역사' 그림을 보여주며, 다른 민족은 무언가 참 아쉽다고 운을 뗀다.

동시에 우리 민족은 이전부터 달랐다는 나레이션을 하며, 우리는 밤잠보다 밤참이 많은 민족, ‘사시사철, 천지사방, 불철주야 배달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는 재미난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 ‘과한’ 문구는 이미 학창 시절부터 머릿속에 자리한 상식과 연상 작용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물론 배달의 민족에서의 ‘배달’이 그 뜻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배민은 특히 20대를 집중 겨냥

배민은 많은 사람에게 회자될 수 있는, 컨텐츠 마케팅에 초기부터 집중했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 그중 20대를 코어타깃으로 겨냥했다.

특히 20대는 1인 가구가 많으며, 앱 사용에 능하다. 자기 개성이 강하고, SNS로 재미난 이슈를 공유하려는 특성이 강하다. 또한 회사에서 ‘오늘 뭐 시켜 먹을까’ 고민할 때 메뉴를 정하고 배달시키는 일은 20대 젊은 사원들이 많이 할 것이다.

다이어트 때문에 먹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시켜 먹을 수 있도록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치킨은 살이 안 쪄, 살은 내가 쪄’라는 식의 카피를 만들어 대량 유포시킨 것이다. 특히 야근을 많이 하는 직업군을 별도로 공략한 컨텐츠 전략은 탁월했다.

프로그래머들이 많이 보는 잡지에는 ‘닭 JABA 먹자’ 말하고, 자동차 잡지에는 뜬금없이 ‘밥 좀 주유소’라는 타이포만 커다랗게 노출한다. 마니아들이 많이 보는 장르 잡지에는 ‘둘이 먹다가 왜 하나는 죽었을까?’ 난데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디자인 잡지에는 ‘잘 먹고 한 디자인이 때깔도 좋다’는 식의 농담을 던진다.

배민은 배민 신춘문예를 통해 컨텐츠 마케팅의 정점을 찍었다. 365마리, 500마리 치킨을 내걸고, 음식을 소재로 한 재미난 짧은 글을 모집했다. 신춘문예라는 등단의 영예를 안기 위해 도전한 것이 아니라, 치킨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재미로 도전한 것이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 –사골국물
박수칠 때 떠놔라 –회
함께 였을 때 우린 항상 빛났었다 –셋트메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고생했을 당신 -누룽지
난 한 방이 있어 -삼계탕

등 재미있고 위트 있는 글짓기 대회를 통해 고객을 참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배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고의 치킨 전문가들을 뽑겠다며, 치믈리에 자격시험까지 준비한다. 오성급 호텔에서 필기시험을 치른 후, 눈 감고 어떤 치킨인지 알아맞히는 미각 테스트도 한다. 배민은 재미와 맛을 즐길 수 있는 장을 열어 또한번 브랜딩 전략을 강화한 것이다.

핵심 고객층 겨냥 콘텐츠 마케팅 주효

배민이 배달앱을 시작한 2010년, 그 당시 경쟁사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배민은 쿠팡, 크래프톤, 토스, 빅히트, 옐로우모바일에 이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앱에서 자신의 위치를 ON으로 노출하면, 주문 가능한 식당이 보이고, 메뉴, 가격, 상세 후기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앱을 만들었는데, 사실 이 정도 기술은 IT 강국 한국에서 어느 배달 앱 또한 금세 추격할 수 있는 수준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배민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핵심 고객층을 겨냥한 콘텐츠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위트 있는 콘텐츠 전략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고, 그들은 콘텐츠를 즐기면서 동시에 배민의 고객으로 참여한 것이었다. 마케팅 전반에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가 핵심 툴로 계속 사용되었던 스타트업은 아마도 배민이 처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배민은 4차산업혁명에 발맞추어 더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누적된 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하여 소상공인과 고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로봇 배송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그 변화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이제 배민은 콘텐츠 전략으로만 승부할 수 없는 규모의 기업이 됐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들이 배민이 초기부터 진행해 온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응용해 도입해 본다면, 분명 초기 사업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한 줄은 오랫동안 회자될 탁월한 마케팅 전략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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