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퀄리티 보장” “지역 어디든 가능” 호언···이벤트도 진행

경찰에 압수된 필로폰. [뉴시스]
경찰에 압수된 필로폰.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마약 범죄가 속출하면서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잃어버린 모양새다. 국제 사회는 통상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마약 범죄 건수가 1년간 20건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 인구를 대략 5000만 명으로 계산, 마약류 사범이 1년간 약 1만 명 미만이면 마약 청정국 지위를 얻게 된다. 그러나 국내 마약류 사범은 지난 2007년 1만649명으로 처음 1만 명 이상을 기록, 2015년부터 꾸준히 1만 명선을 넘고 있어 마약 청정국의 기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오히려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 형국이다. 특히 ‘온라인 마약 거래’가 마약류 사범의 대폭 증가 이유로 꼽힌다. 일요서울은 온라인 마약 거래 실태를 집중 추적해 봤다.

샘플’ 20만 원에서 ‘10g’ 500만 원까지···거래 방식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610억 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 4년간 태국에서 도피생활을 해 온 일명 ‘아시아 마약왕’인 5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최근 선고공판에서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17년에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7억8000만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3년 9월5일부터 2017년 12월20일까지 인터넷 광고를 통해 16명의 국내 운반책을 모집, 18.3kg(610억 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015년 10월6일부터 2018년 1월21일까지 인터넷 광고를 통해 연락해 온 구매자들에게 총 185차례에 걸쳐 9000만 원 상당의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마약청정국’ 지위

잃어버렸다

과거와 달리 마약 구입 경로가 온라인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텔레그램,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등에서 마약을 사고파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고, 쉬워지자 마약류 사범은 대폭 증가했다.

지난 6월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9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604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만2613명) 대비 무려 27.2%가 증가한 것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이렇듯 마약 범죄가 일상 속에 스며들면서 ‘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는 잃어버린 지 오래다. 오히려 ‘마약 공화국’이라는 비판과 오명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가 활발한데, 다크웹(아이피 주소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 공간)에서의 홍보, 금융 추적을 피하기 위한 가상화폐 거래 등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SNS에 공개적으로 홍보하고, 실제 상담이 이뤄지는 것으로 일요서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마약 거래상들은 구매자 후기와 마약 정보 등을 버젓이 공개하는 과감성을 보이고 있다.

마약 거래에는 여러 은어가 사용된다. ‘떨’과 ‘고기’ 등은 대마초, ‘캔디’ 등은 엑스터시, ‘작대기’, ‘아이스’, ‘빙두’, ‘얼음’, ‘차가운 술’ 등은 필로폰을 의미한다.

마약 거래상들은 주로 해외에 서버가 있는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통해 비대면으로 거래한다.

이들은 일명 ‘던지기 수법’을 이용하는데, ‘드롭’이라는 은어로도 표현한다. 던지기 수법은 구매자가 돈을 선입금하면 마약을 숨겨 놓은 특정 장소를 알려줘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접촉한 마약 거래상들은 “선입금 하면 좌표를 알려드리는 방식”, “지역 어디든 드롭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SNS 등에서 공개적 활동

청소년 ‘무방비’

마약 거래상들은 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 또는 ‘무통장 입금’ 방식을 이용한다. 기자가 접촉한 한 업자는 “무통장으로도 가능하지만 안전한 장을 사용 중이라 손님께서도 안전하다면 (계좌) 이체로 해주셔도 된다. 서로 안전하게 거래를 하는 게 좋다”며 “요즘 한 거래처에서 (성공) 거래를 하면 쭉 이어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손님 잃을 짓을 안 한다. 안전하고 오래 거래하실 사장님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 거래상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스(필로폰)의 가격은 ▲0.2g(샘플) 20만 원 ▲0.5g 40만 원 ▲1g 70만 원 ▲5g 300만 원 ▲10g 500만 원선이다.

이 거래상은 “최상의 검증된 퀄리티로 승부한다”고 호언했다. 선드랍(선거래 후입금), 할인, 외상, 직거래는 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심지어 일종의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누적 구매량이 5g이 될 때마다 0.5g을 준다는 방식이다. “혜택은 무제한 반복”이라며 이벤트를 홍보하는 문구도 올려놨다.

온라인을 통해 마약 거래가 진행되다 보니, 판매자, 구매자 서로가 누군지 모르게 된다. 전문적인 마약사범끼리 만나 거래를 하던 과거보다 마약사범 검거가 더욱 어려워진 이유다. 서로가 모르는 상태에서 거래를 진행해 마약을 구매 후 투약한 투약사범부터, 공급책, 밀수책까지 거슬러 올라가기가 어렵다.

물론 마약 거래상이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SNS 등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탓에 누리꾼들의 신고가 잇따르기 때문. 한 마약 거래상은 “요즘은 (마약 거래) 업체가 다 딸려가서 업체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딸려간다’는 표현은 수사기관에 적발됐다는 뜻이다. 그는 “업체가 거의 다 구속된 상태다. 현재 한국에 우리 업체 말고, 제대로 된 업체는 모두 구속됐다. 안전하게 거래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온라인에는) 개인 (거래상)이나 퀄리티가 안 좋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개인이랑 거래하는 것은 정말 해선 안 될 짓”이라며 “그중의 반 이상은 마약수사대다. 함정수사로 걸린 손님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마약 거래가 성행하면서 청소년들마저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된 실정이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2019년 5년간 전체 마약류 사범은 1.3배 증가한 데 비해 19세 미만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2.6배 증가해 전 연령 중 가장 높은 폭을 보였다. 이는 전년 대비 67.1%가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관련 기관 합동으로 마약류 특별 단속을 시행하며 온라인 마약 거래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마약 구입 경로가 다양해지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어, 이를 따라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마약 청정국’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