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적극 대응 이라고?… 부서별 근무자 명단 ‘비공개’ 전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홈페이지상 조직도에 근무자 명단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대표번호제를 도입하면서 민원인들이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홈페이지상 조직도에 근무자 명단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대표번호제를 도입하면서 민원인들이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공식 홈페이지 조직도내에 근무자 명단과 전화번호 일부가 사라졌다. 민원인들은 업무별 담당자 이름이나 연락처를 찾을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내부에서도 민원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으나, 식약처 담당 부서에는 당장 개선할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지켜보며 국민들의 편의 여부를 보겠다는 설명이다. 국회에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할 부처 가운데 하나인 식약처의 운영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근무자들의 이름이 사라진 사연을 찾아 나었다.

대표번호제 도입, 말단 직원 연락처만 나열…과장 연락처는 없어
“식약처 업무 효율 및 코로나19 백신 공급 따른 적극 대응 차원”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세를 줄이고 국민적 집단면역을 형성하고자 지난 2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 확보 및 접종 절차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행정기관으로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만 집단면역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지원 및 국민 민원 신속 대응이라는 이유로 다른 행정 부처와는 달리 인터넷 홈페이지 상 각 부서별 담당자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전화번호도 일부만 공개하는 이른바 ‘대표번호제’를 도입했다. 

“신속대응을 위함”이라는 표면상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민원 처리 및 문의를 위해 식약처 업무별 담당자 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 식약처 자체 종합상담센터(1577-1255)나 정부 민원안내 콜센터(110)를 통해야 한다. 다른 부처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운영 방식이다. 

전화번호 및 담당자 비공개 전환 이유 뭘까

이에 대해 식약처 대변인실은 “예전에는 담당자들의 명단과 연락처가 공개돼 있었는데 최근 고객지원담당관실에서 일괄로 변경했다”며 “뭔가 개선하기 위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으나 오히려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상에는 각 부서 업무 적요와 함께 전화번호가 두세 개씩 나열돼 있다. 민원인의 관련 업무로 연락을 하려고 해도 누구에게 전화 연결이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나마 유관 부서 담당자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전화 통화하기가 조금은 수월하다. 대변인실로 전화해 직통 전화번호를 요구할 수 있다. 

대변인실은 대표번호 설정을 언급했다. “전화를 해도 담당자가 업무상 자리를 비웠거나 전화 받은 근무자가 담당자가 아닐 경우 전화를 계속 돌리면 민원인이 불편할 수 있어 각 부서 대표에서 근무자를 연결해 주거나 답변이 가능토록 의도한 것”이라면서도 “간혹 업무가 달라 대표번호 설정이 안 되기도 하고 전달이 더 불편하신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를 개선안이라고 추진하면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대변인실도 불편 사항에 대한 민원 제기를 받으면서 고객지원담당관실에 건의한 바 있다. 

식약처 홈페이지상 근무자들의 명단은 사라졌고, 부서별 전화번호도 전체가 아닌 일부만 공개돼 있다. [이창환 기자]
식약처 홈페이지상 근무자들의 명단은 사라졌고, 부서별 전화번호도 전체가 아닌 일부만 공개돼 있다. [이창환 기자]

과장은 비공개 말단 직원 연락처만 공개

고객지원담당관실은 올 초 변경한 전화번호 운영체제 방식을 두고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등 현안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 대표번호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객지원담당관실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의 심사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해당 부서들이 하루 종일 전화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며 “전화를 다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서별로 대표 전화번호를 복수로 지정해 연결을 시켜주는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정부부처는 근무자를 비공개로 전환한 곳이 없다. 유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물론이고 질병관리청도 담당 부서별 근무자와 연락처를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물음에는 “국민들의 민원을 처리할 때는 담당자의 부서와 전화번호를 포함해서 안내하고 있다”며 “민원인들의 경우 담당자와 통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대표번호제를 도입하며 안내된 복수의 전화번호 리스트에는 식약처 조직 내 부서 및 담당과의 답변 및 업무 승인 권한을 가진 과장이나 책임자의 연락처는 노출조차되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 의미 있는 답변을 하기 힘든 직원들만 전화번호가 공개돼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식약처는 “국내외에서 대표전화를 운영하는 곳을 찾아 몇몇 정부 부처와 미국 FDA 같은 경우 대표번호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확인해 참고 했다”며 “민원인들의 불편 사항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 과정을 거쳐 중장기적인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며 국민들이 공황에 빠지고 어려움을 겪은 것이 지난해 2월부터인데 한 해가 지난 올해 2월에 적극 대응을 위한 근무자 비공개와 전화번호 숨기기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식약처 업무 보고 때 국민들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3월에 이어 4월까지 신천지발 확산세로 전 국민이 공포에 떨었던 바 있다. 1년간 사회적 거리두기 등 힘든 과정을 거쳐 백신이 공급되면서 겨우 안정세로 접어드는 시기에 식약처가 대표번호제로 변경에 나섰다. 

‘백신 심사와 민원 적극 대응’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 유관부처는 여전히 담당자 명단과 부서 및 연락처가 공개돼 있다. 국민 편의가 아닌 내부 편의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개 부서 과장과 연락이 닿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대표번호로 걸어 연결을 기다렸지만 전화는 먹통. 우여곡절 끝에 통화가 된 해당 과장은 “저만 전화번호가 (홈페이지 상) 공개 안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 과장들도 모두 안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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