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적에 임상시험 피해자 조사에 나선 식약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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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회사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하고 나서 해당 시험 참가자들이 약물이상반응 등에 의해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했음에도 연관성 원인 파악은커녕 실태조사에도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식약처는 단순히 통계취합만 진행했을 뿐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회로부터 강하게 질타를 받았다. 관련 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임상시험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기관 부재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4년간 제약사 임상 참여자 1800명 약물이상반응(SUSAR)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식약처와 같은 규제기관이 실태조사 관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내에서만 총 566개의 제약회사에서 2781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그 참가자만 16만 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1822명이 임상시험 중 예상하지 못한 약물이상반응(SUSAR)을 보였다. 이 중 165명이 사망했으며, 1657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올 상반기에만 99개 제약사의 358건 임상시험에 총 1만7649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25명이 숨졌다. 또 290명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임상시험 중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약물이상반응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에 대한 통계만 취합해왔다. 그러면서도 임상시험 참여자들의 실제 사망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 등 어떠한 후속조치도 없었다. 

약사법 제34조 제6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임상시험에 대해 중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에는 임상시험을 중지하거나 의약품등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의약품등을 회수 및 폐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난 4년간 임상시험과정, 약물이상반응으로 165명 사망

실제 김영주 의원실에서 최근 4년 간 임상시험으로 사망한 참여자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식약처의 조사결과에 대해 자료요청을 하고 나서야, 식약처는 의약품과 참여자의 사망 연관성에 대해 살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제약회사가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 시 보험 가입 유무 등 피해자 발생 시 보상에 관한 규약을 제출받아 관리하고, 그 외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실시됐는지에 대해서는 ‘약사법’ 제34조 제3항 제5호에 따라 법률적 권한이 식약처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지난 9월 내놓은 ‘건강기능식품 개발자를 위한 인체적용시험 설계 가이드(민원인 안내서)를 보면 ‘연구로 인한 연구대상자의 위험과 이익, 보상 등에 대한 사항’을 연구계획서 심의 신청 항목에 포함하고 있었다. 앞서 식약처의 해명대로라면 법률적 권한도 없는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식약처의 안일함 뒤에 사실은 이에 대한 실태조사 등 연구대상자 보호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식약처 스스로가 밝힌 바 있다. 사실 식약처는 임상시험 선도국가를 향한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임상시험 및 대상자보호프로그램(Human Research Protection Program, HRPP) 운영 가이드라인을 통한 한국형 HRPP를 추진해왔다. 

식약처가 제시하는 HRPP에 따르면 연구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관의 모든 체계와 활동이 포함된다. 또 이와 관련 식약처 규정에 따른 평가 절차도 마련돼 있다. 사실상 생명윤리법을 관할하는 주무부서는 보건복지부이며, KGCP를 관할하는 기관이 식약처로 분류될 수 있으나, 임상연구의 윤리적 수행을 관리하는 기관인 것은 동일하다. 

2012년 식약처 자율점검제 도입 “시험기관에만 맡기라는 의미 X”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원칙적으로 임상시험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지는 의뢰자는 대개 제약회사 또는 임상시험수탁기관이 되며 모니터링 및 점검을 통해 품질관리 및 품질보증 업무를 진행한다”라면서도 “최종적인 자료의 신뢰성 확인과 규정에 따라 연구대상자 보호가 적절했는지 확인하는 일, 즉 실태조사에 식약처와 같은 규제기관이 관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식약처의 임상시험과 관련된 임무에 대한 것으로, 김영주 의원의 지적대로 식약처가 스스로 조사하고 연관성 원인 파악에 나섰어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또 식약처는 2012년 임상시험실시기관이 자발적으로 자료의 신뢰성과 연구대상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도록 2012년 자율점검제를 도입했다. 자율점검제를 도입했다고 해서 연구대상자 보호를 시험기관에만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식약처가 연구대상자 보호나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관리·감독기관으로서의 의무가 책임이 있음은 관련법과 식약처 스스로가 밝힌 가이드라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럼에도 그간 임상시험에 의한 피해자 발생을 두고 단순히 통계만 취합했다는 것은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영주 의원은 “예상하지 못한 약물이상반응으로 임상시험에서 1822명의 참여자가 사망하거나 치료를 받았는데 식약처는 인과관계에 대해서 살펴보지 않았다”라면서 ”단순히 제약회사가 보험에 가입했는지 규약만 살펴볼 것이 아니라, 임상시험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하루 빨리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도별로 가장 많은 약물이상반응(SUSAR)이 발생한 주요 임상시험 기업들로는 ▴2020년 한국로슈 6건, 한국엠에스디(주) 4건, 아이엔씨리서치사우쓰코리아 유한회사 3건, 종근당 2건, ▴2021년에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주) 7건, ㈜한국얀센 4건, 한국비엠에스제약 3건, 한국엠에스디(주) 3건, ▴2022년에는 한국아이큐비아(주) 5건, ㈜ 한국얀센 4건, 랩콥코리아 3건, 아이콘클리니컬리서치코리아 3건, 한국아스트라제네카(주) 3건, 한국엠에스디(주) 3건, 한국화이자제약(주) 3건, ▴2023년 한국엠에스디(주) 4건, 한국화이자제약(주) 4선, ㈜한국얀센 3건 순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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