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사진으로만 보던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벨라를 만났다. 생각보다 큰 체구에 놀랐다. 예쁘고 우아한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어서 깜찍한 SUV를 기대했던 것은 오산. 넓고 낮은 차체에 중후함까지 갖췄다. 상대적인 평가지만 그렇다고 예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고상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아, 밟았더니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섰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벨라를 보는 사람들마다 “예쁘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랜드로버 역시 벨라에 대해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타 보면 달랐다. 벨라는 단순히 예쁜 이미지만 가진 것이 아니라 레인지로버다운 주행 성능을 갖췄다. 

처서(處暑). 여름을 떠나보내려 마지막 비가 내리던 날 시승을 시작했다. 비가 잠시 그치는 틈마다 매미는 마지막 울음을 내뱉었다.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시승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주행 중 창문을 열어도 될 정도면 어느새 여름이 가고 있다는 의미다. 해 질 녘 강변북로에 차를 올렸다. 

한강을 우측에 두고 차에 몸을 맡기면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 강물에 반사된 빌딩 불빛이 반짝이면서 ‘드라이브 할 맛’을 느끼게 해 줬다. 벨라의 오디오 시스템은 메리디안(MERIDIAN) 서라운드(SURROUND). 어떤 음악을 재생하느냐에 따라 감각적인 음악 감상이 가능했다.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왔다. 잔잔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음색이 나만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도시고속도로를 따라 서울 도심을 벗어나면서 차량이 부쩍 줄었다. 속도를 올렸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기대 이상의 중후한 엔진음이 기분 좋게 들렸다. 도로를 차고 나가는 힘은 역시 레인지로버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굉음을 동반한 불안한 가속이 아닌 안정적인 가속이었다. 단단하게 차체를 잡고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섰다. 

가속 시의 안전을 위해 핸들을 힘껏 잡아야 하는 부담 없이 자연스럽고도 재빠른 가속으로 주행을 즐겁게 했다. 온로드 성능이 강조된 차량이라는 느낌이 컸다. 랜드로버는 “특허받은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 4코너 에어서스펜션 및 지능형 토크-온 디맨드 AWD 기능이 최상의 접지력을 유지시켜 준다”고 말했다. 

벨라의 어댑티브 다이내믹스(Adaptive Dynamics)는 차체 움직임을 초당 500회 감지해 향상된 승차감과 핸들링을 제공한다. 불안함 없는 주행과 가속이 가능한 이유다. 여기에다 2021년형부터는 모든 모델에 3D 서라운드 카메라와 도강 시 수심 감지기능(Wade Sensing)이 장착돼 더 안전한 운행을 지원한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2017년 처음 등장한 벨라는 다이얼식(또는 ‘로터리’식) 기어를 적용했지만, 소비자들의 요청 및 개선점을 찾아 토글 방식 기어로 변경했다. 앞쪽의 버튼을 잡고 기어를 밀어주거나 당기면 전진 또는 후진으로 선택되고 기어 하단부의 P버튼을 누르면 파킹(주차)이 선택된다. 조금 더 직관적 사용이 가능해 졌다고 본다. 

이번 시승차는 P400 R-Dynamic HSE로 레인지로버 벨라 가운데 최상급 모델이다. 3.0리터의 I6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400마력의 출력에 56.1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5.5초의 ‘제로백’ 성능까지 보유했다고 하니 스피드로는 절대 부족함을 느낄 수 없어 보였다. 

한편 1969년 등장한 초기 레인지로버의 피가 흐르는 벨라는 ‘월드 카 어워드(World Car Awards)’에서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을 수상한 이력도 있다. 최적화된 비율과 아름다운 실루엣으로 독보적 우아함을 갖췄다는 평이다. 시승 차량인 P400 R-Dynamic HSE 모델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21인치 5 스포크 휠이 적용되어 외관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억1460만 원으로 정통 럭셔리 SUV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