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돌발 변수 ‘오미크론’… 국제선 노선 취소 이어져

코로나19 등으로 97% 수준의 감소율을 보인 국제선 노선들이 위드코로나와 함께 태국과, 사이판, 괌 등 국제선 노선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노선 취소 등으로 어려움에 놓였다.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등으로 97% 수준의 감소율을 보인 국제선 노선들이 위드코로나와 함께 태국과, 사이판, 괌 등 국제선 노선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노선 취소 등으로 어려움에 놓였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바닥으로 떨어진 국제선 수요로 어려움을 겪던 항공사들이 정부의 백신 패스와 트래블 버블 등을 힘입어 노선 재개 및 재취항에 나서려다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다시 낙심(落心)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분위기가 충만하며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동남아 국가들과 일부 유럽까지 여행객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유럽과 북미 등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했고 급기야 이달 초 국내까지 전파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로 아시아나, 제주항공 등을 비롯해 항공사들의 국제선 특별 노선이 무더기 취소되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률 확대 및 위드코로나 불구하고 해외여행 다시 ‘STOP’
항공업계 괌·사이판·태국·싱가포르 등 국제선 노선 재개 앞 좌절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 전파가 시작되자 일부 국가들이 국경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델타변이 확산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던 북미 역시 선제적으로 국경 봉쇄에 들어갔으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한 발 앞서 캐나다와 미국을 침투했다. 

급기야 국내에서도 지난달 24일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한 인천 거주 40대 부부 확진자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유추되는 오미크론 확산이 시작됐다. 이들 부부를 입국장에서 귀가 시킨 외국인 지인도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이로부터 추가적인 의심자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1월 시작된 위드코로나가 불과 1개월을 채우기도 전에 시작된 이른바 오미크론 공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확산됐다. 이는 4분기 들어 특별기 등으로 국제선 노선 확대 및 재취항에 나서던 항공업계를 직접 강타했다. 2년 만의 해외여행 및 국제선 항공기 탑승의 꿈에 부풀었던 여행객들도 실망하기는 매한가지.

서울시 금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A씨. 약 2년 만의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그는 최근 오미크론 확산 소식 등으로 항공사의 노선 취소가 이어지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A씨는 “트래블버블 등으로 싱가포르부터 시작된 해외여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랜만에 여행 계획을 세워봤다”면서 “새로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가 여름휴가 일정을 취소하게 만들었던 델타변이처럼 이번 여행 계획을 완성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항공사 줄줄이 국제선 노선 취소 및 연기  

트래블버블은 약자로 VTL(Vaccinated Travel Lane) 곧 여행안전 권역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해당 협정을 맺어, 양국 간 출입국 시에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 의무 격리 기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당초 국토부는 트래블버블 협정 국가를 점차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일만 하더라도 “싱가포르와의 트래블버블은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결국 싱가포르가 국경 빗장을 걸어 잠갔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3일 재개(再開)를 예고했던 인천~괌 노선 운항 일정을 한 달 미뤄, 내년 1월 30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괌 노선 하늘 길은 무려 18년 만에 다시 열릴 예정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오미크론 확산세가 발목을 잡았다.

에어서울 역시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날 예정하고 있던 인천~괌 노선을 내년 1월29일로 연기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4일부터 16일로 예정됐던 괌行 노선 8편 가운데 7편을 취소했다. 이후에는 확산세에 따라 조절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취소 또는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에어는 노선을 4편에서 2편으로 줄였고, 티웨이항공은 8일과 11일로 예정됐던 괌 노선의 운항을 모두 취소했다. 이와 관련 각 항공사들은 취소된 구간을 사전에 예약한 고객들의 취소 및 환불 수수료를 전액 면제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인천발 치앙마이 노선도 취소했다. 위드코로나가 시작된 지난달 5일부터 매주 금요일 운항에 들어갔으나 10일과 17일 운항 일정을 취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중단됐던 방콕 노선 역시 2년 만의 재개 소식을 전했으나, 다시 시작하기도 전에 운항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 

입국자 격리에 ‘축소’ 또다시 ‘버티기’ 모드

각 항공사들의 노선 축소 또는 취소는 오미크론의 확대에 따른 입국자 격리가 가장 큰 이유다.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면 국내 입국 후에 10일 간의 의무 격리 기간이 주어지기에 충분한 일정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여행객이 다시 줄고, 노선 축소로 이어진 것.

하지만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당장 몇몇 노선이 취소됐으나, 당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코로나19 감염병 확산과 더불어 국제선 급감 상태에서 2년을 버텨 왔기에 추가하려던 노선에 대한 취소는 타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최근의 유상증자와 더불어 기안기금 등으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라며 “이는 당장 유동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자금을 확보를 통해 향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것으로 봐 달라”고 덧붙였다. 

최근 산업은행과 제주항공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42차 기금운용심의회 결과 제주항공에 대한 추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이 결정됐다. 내년 유동성을 대비한 자금으로 총 1500억 원 수준이다. 앞서 대주주인 AK홀딩스가 참여했던 유상증자에서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한 바 있어 당분간 ‘버티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제주항공뿐 아니라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에서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오미크론 확산세를 예측할 수는 없으나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이들 LCC가 살아남을지 결정짓는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쾌재(快哉)를 부르고 있다. 4분기 들어 화물운임도 상승한 데다 화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국제선이 급락했으나, 현재 대한항공이 올리는 매출의 70~80%가 화물 운항에서 나온다. 노선 축소의 염려에서 벗어나 매출 증대 방안을 제대로 찾은 셈이다. 아시아나도 노선 축소 및 취소에 따른 화물 확대가 전망된다. 

한편 지난 3분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무려 5600% 넘는 상승세를 나타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2600%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모두 화물 증가에 의한 이익 확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과 더불어 인천공항을 통한 해외 출국이 항공사 수요 축소 만큼이나 줄었다.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과 더불어 인천공항을 통한 해외 출국이 항공사 수요 축소 만큼이나 줄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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