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검토 등 방역조치 강화 필요성 대두
전문가들, 확진자 1만 명 시간문제…유럽 오미크론 비상

코로나19로 폐쇄된 서울대병원의 한 통로의 모습. 정부가 지난 11월부터 시행해 온 단계적 일상회복을 뒤로 하고 방역 지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방역 지침 강화와 관련 논의 결과를 오는 18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창환 기자]
코로나19로 폐쇄된 서울대병원의 한 통로의 모습. 정부가 지난 11월부터 시행해 온 단계적 일상회복을 뒤로 하고 방역 지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방역 지침 강화와 관련 논의 결과를 오는 18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백신의 당위성을 언급하며 2회 접종 권고와 함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서둘렀던 정부가 다시 한 번 ‘부스터샷’이라며 백신 추가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차 백신 접종 이후 4개월 만에 맞으라던 부스터샷 접종 간격을 3개월로 줄였다. 정부의 갈팡질팡 백신 관련 방침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과 함께 ‘확진자 1만 명’ 전망이 나오면서 ‘위드코로나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5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는 7850명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1만 명대가 멀지 않았다는 예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까지 제시됐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15일 발표 이달 안에 1만 명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이날, 백신 접종 효과를 반영한 전국 및 지역별 유효 감염생산지수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아울러 위중증 환자의 재원 기간 등을 반영한 위·중증 환자 예측 레포트를 공개했다. 

수리과학연구소의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예측’에 따르면 이달 안에 일평균 확진자 증가수가 1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UNIST 이창형 교수의 생물수학 랩에서는 재생산지수별 일평균 확진자 수 예측 데이터를 만들어냈다. 감염자 1명으로부터 전염된 환자 수를 뜻하는 재생산지수가 1 이상이면 감염병이 확산된다. 

이창형 교수는 “지수가 1.0이면 오는 29일 기준 확진자가 8596명, 1.4가 되면 1만3462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교수는 “현행 거리두기 정책 상 최근 2주간 재생산지수값은 약 1.3329”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현행 거리두기 정책’ 효과를 반영한 예측 확진자는 오는 12월29일 기준 1만2467명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15일 공개한 코로나19 예측 자료에 따르면 이달 말경이면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표=국가수리과학연구소]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15일 공개한 코로나19 예측 자료에 따르면 이달 말경이면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표=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정부, 4단계 대유행 이후 ‘언 발에 오줌 누기’

지난 7월 휴가철 앞 정부가 꺼내들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계획은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 등장에 무산으로 돌아간 바 있다. 유럽과 북미의 델타변이 창궐에도 K방역을 내세워 방역조치 완화 ‘강행’ 의지를 보이던 정부는 급기야 7월을 3일 앞둔 마지막 주말 결정을 번복하고, 4단계 거리두기를 유지했다. 4단계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이후 정부는 백신 2회 접종 권고에 나섰고, 다시 코로나19 증가세가 주춤하자 일상회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추석을 전후해 접종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과 함께 정부는 11월을 기점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이라는 이름의 ‘위드코로나’를 시행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들의 일상 회복에 대한 물음에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 

백신 접종자가 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줄 것이라던 전망과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백신 접종률과 확진자 증가가 오히려 비례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통한 ‘단계적 일상회복’ 선언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날로 증가하는 확진자 수로 송두리째 뽑혀 나가기 일보 직전이다. 내년도에 계획된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는 당장 불가능해 보인다.

보건당국과 방역당국 등은 부스터(백신 3차)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부스터 샷을 접종하면 코로나19 예방률이 높아지고, 감염되더라도 위중증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對국민 설득 과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의 목소리는 오히려 높아만 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 선별검사소를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확진자 증가로 퇴근하고 방문하면 1시간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검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 선별검사소를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확진자 증가로 퇴근하고 방문하면 1시간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검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방역지침 강화될까…자영업자 ‘울상’

서울시 영등포구 거주하는 40대 A씨 “정부가 방역수칙 지키라 해서 그리했고, 백신 2차 접종하면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백신을 2회 접종했는데 또 거리두기 강화를 논의한다고 한다”라며 “이제는 3차 접종(부스터샷)까지 맞으라 하니, 점점 정부가 근거 있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로부터는 정부의 방역 방침에 대한 불만이 크다. 확진자 급증에 허둥댄다는 지적이다.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취재진에게 “정부에서 코로나19 관련 논의한다고 하니 다시 강화된 방역 지침이 나올 것 같다”며 “지금 (확진자 증가) 상황을 보니 겨우 (위드코로나) 한 달 만에 이렇게 됐는데 정부가 너무 허둥댄다”고 했다. 

B씨는 “앞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라며 3개월 지원비로 나온 비용은 한 달 월세를 내고 났더니 사라졌다”며 “다시 거리두기 방침이 강화되면 식당 운영이 정말 어려워 질 것”이라고 한숨 섞인 푸념을 내뱉었다. 

서울시청 인근, 오랜 먹자골목 한자리에서만 4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왔다는 C씨 역시 “정부로부터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았다. 3개월치라고 했지만 2주치 영업이익에 불과했다”면서 “그것도 감사하긴 하나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입장을 좀 더 헤아려 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백신패스(PASS) 추진에 반대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서울 시내 길거리에 붙은 백신패스 반대 포스터.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정부의 백신패스(PASS) 추진에 반대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서울 시내 길거리에 붙은 백신패스 반대 포스터.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백신 패스(PASS) 도입, 학생도 학부모도 ‘불만’

또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을 2회 이상 접종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각종 식당이나 문화생활 등을 누릴 수 백신 패스(pass)까지 도입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도 합세하며 초중고 각 급 학교 학생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다 청소년 백신 패스까지 도입하자 학부모들까지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주도했던 학교 내 백신 접종에는 신청자가 29% 선에 그치면서 사실상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또 한 설문조사에서는 70% 넘는 학부모가 청소년 방역패스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와 정부부처는 이를 두고 삐걱대는 모습까지 모인다. 아직 소아·청소년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성에 불신이 있어서다. 지난여름 4차 대유행에 앞서 델타 변이 방어에 실패하면서 방역조치 완화가 무산됐고,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은 잠시 언급하다 사라졌고, 단계적 일상회복은 시행 중이지만 곧 중단될 상황이다. 

‘마스크 등 방역지침 준수하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백신 1차만 접종해도 감염률 낮춘다. 집단면역 가능하다. 2차까지 접종해야 예방률 높인다. 백신 접종률 높아지면 위중증 비중 줄어든다. 확진자 감소 등 단계적 일상회복 가능하다’ 등 그간 정부의 방역 대책 실패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언급들이다. 

정부가 예고했던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는 먼 이야기가 됐고, 다시 논의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가 강화되면 소비 심리 위축과 함께 더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는 경제 전망도 나온다. 국민들의 신음소리가 겨우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별검사소의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진단 시약. [이창환 기자]
선별검사소의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진단 시약.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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