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년 만의 정권교체로 공수를 교대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신경전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 같은 거대한 정국 변화 흐름 속에서도 물밑에서는 지방선거 결과와 맞물린 정계개편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다. 여러 가지 정계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계파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결국 분당 사태를 맞게 된다면 정국은 또 한번 크나큰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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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들지 않는 정계개편설, ‘민주당발시나리오도 오르내려
- 지선결과 민주당 요동 전망, ‘8월전대’ ‘2024년 총선분기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함께 정치권의 관심 화두로 떠오른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정계개편이다.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한 축은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을 선뜻 내키지 않는 정당이라고 표현하며 정권교체를 해야 되겠고 더불어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제가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 멋진 협치를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에 더해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정계개편 전문가로 평가 받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영입하면서 정계개편 가능성에 불이 붙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민주당 내 일부 이탈 세력까지 흡수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윤석열 신당설이 돌았다. 윤 대통령이 정계개편으로 여소야대정국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또다른 줄기로 민주당이 친문당친명당으로 분당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정계개편 사례를 찾자면 우선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와 열린우리당 창당이 있다.

민주당 계열 정당들의 분당역사는...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후보를 내세워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이후 계파 간의 갈등 등으로 친노 및 개혁파 세력 일부 의원이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열린우리당은 200311월 의원 47명으로 창당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20044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등에 업고 152석을 확보해 원내 제1당이 됐다. 이후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됐고, 정계개편 과정에서 20078월 창당된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합당되면서 소멸됐다.

지난 20162월 국민의당이 창당하면서 빚어진 민주당의 분당 사태도 존재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52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획득했고, 친문과 비주류 간의 계파 갈등은 심화됐다.

결국 안철수 전 의원, 김한길 전 대표 등과 호남 지역 비주류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 창당에 합류하면서 민주당은 사실상 분당됐다. 국민의당은 창당한 그해 420대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켜 38석을 획득해 원내 제3당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20182월 바른정당과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이 창당되면서 해산됐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한 일부 의원들이 국민의당을 탈당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분당 역사의 근저에는 계파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정치권의 호사가들은 이 같은 역사적 전례가 있는 만큼 향후 민주당의 분당이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극심한 계파 갈등을 이미 노출했다. 개혁 성향이 강한 일부 친문과 이해찬계, 이재명계가 결합해 한 축을 형성했고, 또다른 축은 이재명 전 대선후보 지지에 합류하지 않은 친문 핵심과 이낙연계가 결합해 형성했다.

양측은 대선 경선 기간 대장동 의혹 등을 놓고 감정 싸움을 벌이며 정면 충돌했다. 대선 경선이 끝난 이후에도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원팀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검찰공화국 탄생으로 인한 정치 보복공포심이 민주당의 완전한 분열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선 과정에서 집권 후 전 정권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어느 정도 민주당의 내부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지켜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이후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다시 본격화될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 이심송심’(李心宋心, 이재명의 마음이 송영길의 마음) 논란을 일으켰던 송영길 전 대표가 차출론을 이유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재명계와 친문·이낙연계의 갈등 구도로 바라봤다.

민주당 계파 갈등의 종착역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2022.04.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2022.04.15. 뉴시스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판세가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론으로 계파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전 대선후보는 인천 출마가 명분이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택했다. 그는 보궐선거 출마와 함께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아 대선 두 달 만에 정치권에 재등판했다.

그는 지난 8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출마 명분에 대해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자신은 계양을에서 당선되더라도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또 동시에 대선 책임론을 놓고 당내 공방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이후 지방선거가 곧바로 이어지면서 민주당의 대선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는 계파 갈등의 향배를 가르는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계양을 당선으로 원내에 진입한 이후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 장악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채이배 민주당 비대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많은 분들이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냐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선출될 차기 당 대표는 2024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된다. 이로 인해 당권 쟁탈전이 표면화되면서 이재명계와 친문·이낙연계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호사가들은 만일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당권을 획득할 경우 비주류가 된 친문이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202422대 총선도 민주당 분당 사태의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공천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공천 갈등이 최악의 수준에 이르면서 분당 사태로 이어지게 된다면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가 복귀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정치를 통해 친문당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정계개편 가능성을 두고는 정치권에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김한길 전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은 최근 SBS에 출연해 누구의 의도에 의해서 누가 그림 그려서 이렇게 저렇게 해 보자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양당 중심 정치가 다당제로 가기 위한 필요에 의해서 자생적으로 정계개편이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정계개편 얘기는 꿈도 꾸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인위적 정계개편이라는 것은 20세기와 함께 정치 박물관으로 간 개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자중지란은...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 하는 실무자 모습. 뉴시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 하는 실무자 모습. 뉴시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0한두사람이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갈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이 분당되거나 탈당 세력의 신당 창당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분당이 되고, 이후 신당을 창당하려면 그 세력을 이끌 지도자가 대중적 지지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천을 주고 당선시키려면 그만큼의 정치적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 울타리 내의 정치 지도자 중에서는 그런 인물은 없어 보인다인물이 부재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분당이 되고, 새로운 당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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