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제도 개선과 실질적 지원 시급

거동이 불편한 CRPS 환자가 짚고 온 지팡이. [박정우 기자]
거동이 불편한 CRPS 환자가 짚고 온 지팡이.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 대부분이 국가의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고립되고 있다. 특히 군 복무 중 부상을 당한 환자가 다수. 그럼에도 국가유공자, 보훈대상자 등급 판정이 상이하고, 치료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RPS는 사지 혹은 심한 경우 전신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통증, 부종 등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대부분 외상이나 이로 인한 시술, 수술 이후에 나타난다. 

2019년 대한통증학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51명의 환자 중 63.2%가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통증 점수는 70% 이상이 7~10점(10점 만점)으로 사실상 중증 외상의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절반 이상이 통증에 의해 4시간 이하로 수면을 취하며, 84%가 사회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는 환자는 9%에 불과했다. 이어 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장애등록을 신청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장애인복지법상 신경손상, 마비 등으로 지체기능장애 판정은 가능하나 시행규칙에서 ‘감각손실 또는 통증에 의한 장애는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CRPS 환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통증과 신체기능사용에 제한이 발생하는 부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국가유공자·보훈대상자 또한 마찬가지

2015년부터 CRPS 투병을 이어오고 있는 김 모(29) 씨는 군에서 다리 부상을 당해 평생 장애를 얻었다. 하지만 국방부로부터 지급된 금액은 약 500만 원이 전부였다. 

그는 또 연금지원 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신체검사에서도 가장 낮은 7급을 받아 월 40만 원 안팎의 치료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통증 등을 치료받기 위해 그가 매달 병원에 지불하는 금액은 약값을 포함해 평균 400~500만 원에 이른다. 

김 씨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월 치료비 중 약값만 500만 원 이상이 드는데, (현재 지원으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악마의 통증’이라 불릴 정도로 통증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절단, 출산보다 높은 통증 점수를 받음에도 최저 등급 판정을 받는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 “CRPS 환자가 가장 낮은 7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등급 판정 기준이 개선되거나, 치료비 지원이 확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골절의 경우 가시적이라 명확한 판정을 받지만, CRPS 경우 고통이 눈에 보이지 않아 검증하기 어렵다”며 “이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 주장했다.

나아가 “CRPS 환자들이 6급 판정만 받아도 조금이나마 처우가 개선된다”며 “현재 1~6급까지는 보훈병원에서 치료비를 100% 감면받지만 7급만 그렇지 않고, 6급과 7급의 지원금 규모도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보훈대상자 재해부상군경의 경우 6급1항은 116만 원인 반면 7급은 39만 원을 받는다.

김 씨는 “더욱 힘든 것은 CRPS 환자의 고통이 눈에 보이지 않아 ‘꾀병’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다분하다”며 “사회적 인식 개선과 약자를 위한 제도 그리고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