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지옥철’ 곡소리…오세훈·원희룡·이재명 ‘책임공방’
김포골드라인 이용객 입모아 “지옥철, 골병라인”
정치계 ‘책임공방’, 우려와 실망 속 불안한 출퇴근길

김포골드라인. [박정우 기자]
김포골드라인.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김포골드라인’의 안전사고는 2019년 개통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압사사고에 대한 우려 등으로 소방당국이 나서서 역무원 교육까지 진행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미 호흡곤란과 실신 등으로 안전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김포시를 넘어 수도권 교통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않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책임공방’만 이어진다. 당장 뾰족한 대안도 없는 김포골드라인을 취재진이 들여다봤다.

인명사고로 논란의 정점에 오른 ‘김포골드라인’의 출근 시간대 혼잡률은 289%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철도 중 악명 높기로 소문 나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소위 ‘지옥철’이라 불린다. 실제 개통 이후 현재까지 150여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포골드라인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개통 이후 열차 또는 승강장 내 안전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9년 9월28일 철도 개통일로부터 올해 3월 말까지 151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약 4년 6개월 동안 119 신고만 101건이 접수됐는데, 2020년 2건에서 시작해 2021년 32건, 2022년 54건으로 계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 현재는 13건이 신고됐다.

혼잡이 가장 심한 구간은 김포공항역, 고촌역, 풍무역, 사우역 등으로 사고 중 61건이 ‘서 있는 채로 정신 잃음, 어지럼증, 쓰러짐, 혼잡으로 인한 부상’ 등의 사유였다. 다음으로는 에스컬레이터 전도 사고가 27건으로 많이 발생했다. 급정거 및 급제동 그리고 열차 오작동으로 인한 승객 부상도 6건 일어났다.

김주영 의원은 “안전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책임주체인 김포골드라인의 눈에 띄는 실질적 안전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자료로 남은 게 이 정도이지, 김포공항역 현장에는 하루 건너 한 번씩 호흡곤란 환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이 찾은 김포골드라인 고촌역 현장. 김포소방서에서 역무원 전부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방문했다. 소방관은 일요서울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김포골드라인 안전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유관 기관인 김포소방서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역무원 전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며, 압사 사고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다. 비상시 행동요령 특히, 심정지 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 등을 배운다”라며 “교육기간 동안 김포골드라인의 각 역무원들이 고촌역에 모여, 모든 역무원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고촌역 현장. [박정우 기자]
고촌역 현장. [박정우 기자]

현장의 목소리 “지옥철·골병라인”

아침 8시에 구로구로 출근하는 김포 지역 거주자 A씨는 “출근 시간대에는 (전철을) 기본 4차례나 보내고 나서야 탑승이 가능하다”라며 “저는 일찍 나오는 편인데 이후 시간대에 출근하시는 분들은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B씨는 “다들 중간 지점에서는 사실상 탑승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탑승을 위해 기점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고촌역 인근에 거주하는 C씨는 “차라리 퇴근시간을 피하고, 정시 퇴근을 하지 않는 게 나을 때도 있다”며 “숨이 턱 막히는 느낌보다 늦은 귀가가 낫다”고 호소했다.

풍무역 인근 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D군은 “친구들은 골드라인을 지옥철이라 부른다”며 “골병라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나 정치인들이 경험해보지도 않고 문제 관련해 논의하는 것이 어이없다”고 답했다.

고촌역에서 근무하는 역무원은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가장 혼잡한 시간대는 8시30분 직전인데 이때는 배차 간격을 3분7초 이내로 유지하고자 굉장한 노력을 한다”며 “이후 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5~6분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촌역 안내판. [박정우 기자]
고촌역 안내판. [박정우 기자]

시민들은 곡소리, 정치계는 ‘책임공방’

지난 11일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실신했다. 이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퇴근 시간대 전철 탑승 플랫폼에 방문해 서울시를 향해 일갈한 바 있다.

원희룡 장관은 “현재 김포시 관할인 고촌~개화는 버스전용차선이 지정됐으나, 서울시가 관할하는 개화~김포공항은 지정되지 않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버스전용차로 문제에 임해달라, 국토부는 언제라도 서울시와 적극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택 실거래 정보 제공 여부 관련 “부처 칸막이를 깨야 행정 수준이 높아진다”며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중앙집권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꽤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포골드라인을 탑승한 뒤 “근본적인 해결책은 5호선 연장”이라면서 “서울시에서 관계없는 건설 폐기장 이전 문제를 연계시키는 게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김포골드라인 탑승 체험을 하며 “김포골드라인의 2량 미니 경전철 결정과 운행 개시 당시 경기도지사가 누구였는지 돌아보기를 바란다”며 “이 대표가 세상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논란의 도마에 오른 ‘김포골드라인’은 여전히 운행 중이며,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출퇴근을 이어가고 있다. 안전사고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책임 있는 이들의 소모적인 정쟁보다 시민을 위한 시급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