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재개발 정비사업 첫 발표 후 방문만 수차례
국토부 판자촌 지원사업… 서울시 ‘지자체 회의 참석도 안 해’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판자촌 '구룡마을'. [박정우 기자]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판자촌 '구룡마을'.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은 30여 년간 침수와 화재 위험에 매년 고비를 겪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정비사업 계획을 발표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까지 이뤄진 바가 없어 주민들은 정치적‧행정적 불신에 이르게 됐다. 또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300억 원 규모의 판자촌‧달동네 지원사업을 발표했으나, 서울시는 이 ‘설명회’마저 불참했다. 또 지원사업을 신청하지도 않을 예정이다.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호화스러운 고급 아파트와 빌라가 즐비한, 부촌으로도 유명한 ‘강남구’에 속한 빈민 지역이자 개발대상으로 지정된 곳이다.

과거 경기도 광주군(현 광주시)에 속해있었던 서울시 강남구 지역이 성동구 관할로 편입되고, 1975년 강남구가 분구로 바뀌며 ‘구룡마을’ 일대도 포함됐다. 1970~80년대 강남개발 당시에도 소외되던 지역이며, 1980년대까지는 농촌이었다.

1980년대 후반 서울올림픽 개최 준비로 도시미관 개선으로 서울 시내 달동네들이 강제철거를 당하자 철거민들이 몰려들었고, 현재의 구룡마을이 형성됐다. 이어 1994년 도곡동 판자촌이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이 건설한 주상복합 아파트 ‘타워팰리스’ 부지로 선정되자 원주민 거주지가 철거되면서, 또 다른 철거민들이 구룡마을로 향했다.

구룡마을 재개발 논의는 2000년대 부동산 상승기 때 강남 아파트값이 오르자 함께 주목받으며 재개발 대상지로 입방아에 올랐다. 투기목적으로 전입한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으나, 부동산 불황기로 다시 잦아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 올리지 못한 공

무허가 판자촌 상태였던 구룡마을은 2011년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에 의한 임기 종료 직전 정비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발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지 활용 방안과 보상 방식을 두고 서울시가 주민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12년 넘게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계획이 지지부진하게 미뤄지는 사이, 1999년부터 이곳에서는 3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1월에도 큰불이 나 주민 500여 명이 대피하고, 주택 60채가 불탔으며, 6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구룡마을 현장을 찾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이 빨리 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으나, 주민들은 해당 발언에 대해 냉소적인 입장이다.

이슈 때만 반짝 “정치인 안 믿어요”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마을 주민들이 정치인들을 믿지 않기 시작한 건 십여 년도 넘은 이야기”라며 “수십 명이 다녀갔지만, 변한 건 단 하나도 없다”라고 분노했다.

식사를 준비하던 구룡마을 청년회 B씨는 “이제는 포기했다”라며 “재개발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10년 정도 걸리는 일 아닌가, 여기 어르신들 연령이 80~90이 넘어가는데, 이제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차갑게 답했다. 

30년 넘게 거주한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C씨는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데, 악취는 물론이고 구더기도 나온다”라며 “여름에는 침수 피해를, 겨울에는 한파와 화재 위험을 항상 우려한다. 난방, 수도, 전기도 제대로 안 되는 일상을 (정치인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데 앞으로 뭘 더 기대하겠는가”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열악한 환경의 '구룡마을'. [박정우 기자]
열악한 환경의 '구룡마을'. [박정우 기자]

국토부가 던진 지원사업, 서울시는 “액수가 작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4월 판자촌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안전 및 생활 인프라가 취약한 도시와 취약지역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도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발표했다. 아울러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신규 사업 절차 등을 안내하는 ‘지자체 설명회’를 지난 4월4일 개최했다.

이번 사업은 2024년부터 5년간 국비 약 3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지원사업이다. 특히 집중호우, 폭염 등으로 인한 재해 피해가 가중되는 도시 취약지역의 생활환경을 우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며 재해 발생 지역에는 가점이 부여된다. 구룡마을의 경우 지난 1월 큰 화재가 발생하며, 큰 재해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하지만 일요서울 취재결과 서울시는 이번 국토부 지원사업에 신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 관계자는 “서울시는 신규 사업을 안내하기 위해 마련한 4월4일 지자체 설명회에 불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취재진의 ‘구룡마을의 여건이 심각한 상황인데, 서울시 판자촌에 대한 지원사업 여부는 어떻게 되는가’ 질문에 관계자는 “(서울시는) 신청하지 않았다”라며 “5월 말까지 기간이 주어지니 아직 신청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이나, 지자체 협업과 관련해서는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며,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앞선 지자체 설명회 불참과 관련 서울시 균형발전정책과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지자체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은 건, 강남구청 등 자치구에서 신청하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취재진의 ‘지원사업 신청 관련’ 질문에는 “신청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강남구 구룡마을의 경우 지원이 시급한 상황인데, 신청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질문에 “강남구청에서 나서야 하는데, 이번 사업의 지원 액수로는 창호 개선, 지붕 수리밖에 할 수 없는 정도라서 (강남구청이) 원하는 수준의 사업은 아닌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매년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열악한 환경의 구룡마을. 조금이라도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현장의 목소리와 서울시·강남구청 등 행정의 적극성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책임자들은 구룡마을 주민을 대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주민들에 대해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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