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장 전기차 샀더니, 요금 인상 우려”
전기차 충전 위한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

전기 충전 중인 모습. [이창환 기자]
전기 충전 중인 모습.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때 이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을 동반할 수 있다’는 슈퍼 엘니뇨가 예고된 가운데 지난 18일 서울시내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며 계절의 여왕 5월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기요금을 지속 올리고 있어 이미 여름철 에어컨 가동을 앞둔 서민들의 비명이 들린다. 특히 전기차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전기차 충전 비용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 올 들어 전기 요금 두 차례 인상…전기차 소유주 불안감 증폭
전기 요금 인상폭 등 100㎾이상 급속충전 400원대 진입 시간문제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적용된 전기요금 인상안에 따라 ㎾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을 8원 올렸다. 올해 1월 ㎾h당 13.1원이 인상된 지 4개월 만이다. 한국전력에 다르면 이는 지난 1월 요금 조정에서 반영하지 못했던 2022년 연료비 증가분 중 일부가 반영된 탓이다. 그럼에도 소비자 수용성 등을 고려했다며, 소비자 부담 경감방안도 함께 마련했다는 것이 한전의 입장.

앞서 한전에 따르면 2021년 고유가 등 국제 연료 가격 폭등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32.7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더불어 올 1분기에도 6.2조 원의 영업손실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 국제 석탄가 및 유가 등 연료 가격은 안정화 추세에 있지만 평년 대비 여전히 높고, 국제 가격과  국내 도입 가격 사이의 반영 시차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률은 현재 요금수준에 비해 약 5.3% 인상에 불과하다”라며 “월평균 332㎾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 가구 기준으로 부가세 및 기금 등을 포함해 월 3020원 수준의 요금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월평균 사용량은 2020년 에너지총조사를 기반으로 사용량 증가율 8.3%를 반영한 추정치다. 

하지만 이미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아우성은 이어진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주말만 하더라도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덥다고 해서 에어컨을 켰다”라면서 “지난해보다 훨씬 빠르게 더워지고 있는 날씨에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지 검부터 난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B군은 “전기세 아끼려고 조금 더워도 선풍기를 가능한 늦게 사용할 생각이었다”라면서도 “최근 갑자기 증가한 하루살이 등 벌레가 너무 많아 문을 열어둘 수도 없어서 마지못해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올라버린 전기 요금을 걱정했다. 

전기차 충전 비용은? 요금 인상 시간문제

정부에서 한전의 전기 요금 인상을 허용한 것과 관련 자동차업계와 전기차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요금 인상이 멀지 않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 지원금도 그 폭을 줄여나가는 상황에 전기차 충전 비용마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의 현실을 감안하면 전기차 충전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전의 적자와 영업손실이 매분기 천문학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한국전력의 전기차 충전 요금 특례할인 종료와 함께 요금 현실화 조정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전기차 급속충전기 이용 요금을 50kW 기준 kWh당 292.9원에서 324.4원으로, 100kW 기준 309.1원에서 347.2원으로 한차례 인상된 바 있다. 

이에 지난 16일 전기요금 인상과 더불어 전기차 충전 비용 역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올해 안에 100kW 이상의 급속 충전기 기준 충전요금이 kWh당 400원 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 비용 넘어 인프라도 '큰' 문제

한 전기차 소유주는 “전기차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충전 시간은 오래 걸리고,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제는 더 이상 이슈가 못 된다”라면서 “그런 내용은 이제 기본으로 깔고 가는 사실”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아파트가 많지 않은 오래된 주택가에서 충전 시설을 찾는 것은 더욱 힘들다”고 덧붙였다. 

50~100kW급의 급속 충전기라 하더라도 최소 30분에서 최대 1시간가량 충전을 해야 완충이 가능한 데 공공 충전기를 찾아보면, 충전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의 급속 충전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이에 전기차 소유주들은 국산, 수입을 막론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충전기 위치 공유는 기본이고, 현재 고장나서 사용할 수 없는 충전기의 위치까지 실시간으로 공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비공유 충전기’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전기차 충전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신도시나 대단지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에 거주하는 전기차 소유주들이 개별 주택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일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적게는 100만 원 남짓 정도의 비용에서 많게는 약 15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내고 각자 자신의 집에 7kW 수준의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 

전기차 소유주 C씨는 “완속 충전기라 충전시간은 오래 걸리긴 한다”라면서도 “그래도 퇴근하고 주차장에서 충전시켜두고 충전된 차를 타고 아침에 출근할 때면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부디 최대한 천천히 올려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정부를 향해 당부했다. 

친환경을 외치며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보급 및 활성화 정책을 내면서도, 정작 충전 인프라 요구에는 답하지 못하는 정부와 관계부처 또 관련기관 앞에서, 전기차 소유주들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서고 있다. 

전기차 충전 시설 전시 중인 한국전력. [이창환 기자]
전기차 충전 시설 전시 중인 한국전력. [이창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