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증 끝나면, 핵심 부품 ‘스택’ 수리비 4000만 원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이동식수소충전소, H무빙스테이션에서 수소차 넥쏘가 충전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이동식수소충전소, H무빙스테이션에서 수소차 넥쏘가 충전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를 향한 계획은 이어지고 있는데 정작 국내 완성차업체의 수소차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 인프라 부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국내 인프라도 문제지만 신차를 개발해서 만들어 내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할 곳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특히 수소 승용차의 내수 보급은 우여곡절 끝에 2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나 구입하는 순간부터 차량의 운용, 사고처리, 정비(수리), 폐차까지의 전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스트레스가 이어진다.

10년/16만km 무상보증 기간 종료를 걱정하는 수소차 ‘넥쏘’ 오너들
연료전지 스택, 전방 추돌사고 조금만 충격 있어도 정상 사용 불가?

끊임없이 인프라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 온 수소 승용차가 인프라뿐 아니라 또 다른 이유로 뜨거운 논쟁의 도마에 다시 올랐다. 현대자동차가 2018년부터 생산·판매하고 있는 넥쏘의 무상보증기간 만료시기를 앞두고, 만료 이후의 서비스 및 부품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공유되면서다. 

우선 현대차가 무상보증 기간으로 10년/16만km를 정해두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소 연료를 충전해 사용하다보니, 내연기관 차량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연간 주행거리가 길다. 이에 첫 구매(2018년)로부터 10년은 아직 멀었지만 16만km 무상 기간 종료 시기가 도래할 것을 두고 공식 카페나 동호회 등에서는 폐차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부족한 수소 인프라 극복? 수소 ‘충전’ 가격도 문제

우선 동호회나 공식 카페에서는 충전 문제를 가장 우선으로 두고 있었다. 수소 연료 충전을 위한 인프라 극복을 위해서는 소비자 간 정보 공유가 필수. 동호회는 수소충전소의 대기 상태 및 충전차량 현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한 넥쏘 카페에는 “A 충전소 정상 충전, 대기 없음”이라는 내용이 수시로 올라왔다. 또 “충전소 재고 부족”이라거나 “수소판매가격 인상”또는 “수소 충전 불가” 등의 각 지역별 정보가 수시로 올라왔다.

여기에다 수소 충전을 두고 비용 책정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수소충전소 설치 초기 지자체나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자금이 투입됐고, 관리도 해당 기관에서 맡았다. 하지만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데까지는 나서지만, 관리는 민간에 위탁을 하기 시작한 것. 지자체라면 손해를 감수할 수 있지만 민간에 위탁되면서 충전 비용이 눈에 띄게 높은 곳도 있었다.  

지자체가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면서 충전 가격을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최근 한 지자체는 소비자로부터 가격에 대한 지적을 받았으나, “민간위탁 운영으로 민간업체가 스스로 결정한 가격을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수소차의 수소탱크(오렌지 색). [이창환 기자]
수소차의 수소탱크(오렌지 색). [이창환 기자]

보증기간이 곧 운용기간, 수리·정비도 쉽지 않아 

수리나 정비는 어떨까. 현대차 홈페이지에서 찾아 봤다. 서울시내에서 수소전기차의 정상적인 AS를 받을 수 있는 곳은 3곳의 하이테크센터를 포함해 총 7곳이다. 지방으로 가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범위가 넓은 경상북도의 경우 포항의 하이테크센터 1곳을 비롯해 구미와 경산에 각각 1곳 씩 총 3곳뿐이다. 이웃하고 있는 대구광역시에도 단 3곳뿐이어서 차량 이상 발생 시 조기에 처치하기가 쉽지 않다. 

넥쏘 차량 이용자 사이에 “보증기간이 끝나면 폐차해야 한다”는 말도 돈다. 보증기간이 끝나면 폐차해야 한다는 전제 자체는 거짓이지만, 일부 사용자에게는 사실로 다가오는 말이다. 현대차가 제공하는 넥쏘 차량의 무상보증기간이 지나면 연료전지스택 교체 비용만 4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즉 고가의 전기차 한 대 값이 든다. 저렴한 충전 비용을 강점으로 갖고 있는 넥쏘지만 정해진 듯한 수명이 바로 사용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다. 

현대차가 초기 하이브리드 모델로 생산했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경우, 차량 소유주들이 주행거리 10만km를 지나면 중고 판매시기를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의 하이브리드 차량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당시 LPi 엔진으로 충전하던 하이브리드 배터리 수명 으로 “배터리 교체 비용이 1000만 원 든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막연한 기우라는 일부 주장도 있었지만 배터리 교체 비용 자체는 차량가의 절반에 이를 만큼 큰 부담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넥쏘 역시 배터리 스택 교체 비용을 고려해 “16만km 넘게 타다 고장나면 폐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이해된다. 복수의 넥쏘 소비자들은 보증 기간 내 문제 발생 시 무상 수리를 받고, 이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폐차’를 언급했다.

사고로 스택 문제 생기면 수리할까 vs 폐차할까

이런 가운데 수소차 폐차 관련 몇몇 영상들이 올라오면서, 작은 접촉 사고에도 폐차 수순으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차주들의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충격에 민감한 연료전지스택이 전방 추돌 사고로 손상을 입으면, 수리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우려는 더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차종에 비해 중고 부품 공유도 쉽지 않아 교체만 가능하다. 

혹시 폐차장에서 중고 부품을 구할 수 있을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몇 곳에 지점을 두고 있는 A 폐차장을 방문해 ‘넥쏘 차량의 폐차 유무’를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아직 한 번도 넥쏘 폐차를 받지 못했다”는 것. 해당 폐차장 소속 기술자는 “넥쏘 폐차가 오더라도 중요 부품은 못 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등포에 위치한 한 정비공장 대표는 취재진에게 “사고로 스택 다치면 넥쏘는 폐차해야 한다”라며 “일반 수리가 쉽지 않고, 교체해야 할텐데 아마 차량 가격만큼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 용도에 맞게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우리를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물어본다면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선택은 소비자의 몫

국내 수소차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김민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취재진에게 “단기적으로 보면, 내연 기관에 비해 충전 인프라 등으로 좀 불편하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가지 않을 수는 없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소 분야(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현대도 계획을 조금 늦춘 상황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는 올해 계획을 밝히며 수소 언급을 최대한 지양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외부로부터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의 사고에서는 넥쏘처럼 수소차 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도 마찬가지로 수리가 쉽지 않다”라면서도 “넥쏘 역시 개발 과정에서 충분한 충돌 시험을 거쳤기 때문에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접촉 사고를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약 2만 대 수준으로 국내 판매가 이뤄진 상태로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는 정부 보조금으로 구매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면서 “향후 수량과 차종이 확대되면 좀 더 수월하게 충전하고 좀 더 저렴하게 차량이 생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구입을 두고는 “지금 당장 일본의 토요타와 국내 현대차만 상용화 된 수소차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구입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다”라고 답했다. 앞으로 확장될 수소 인프라에 대한 기대를 품고 구매에 나설지 아니면 아직은 좀 더 안정화 단계에 있는 내연기관을 구매할 지는 각자의 여건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넥쏘. [현대차]
현대차 넥쏘.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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