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어’ 글로벌 중심으로 나갈까… 국내 생산 50만대 목표

한국GM에서 '한국'이 사라졌다. 최근 국내에서 공개된 다수의 행사에서 GM이라는 대표명만 언급되면서, 취재진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단어가 빠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에이미 마틴 최고재무책임자,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 카를로스 미네르트 영업·서비스 부문 부사장, 정정윤 최고마케팅책임자. [이창환 기자]
한국GM에서 '한국'이 사라졌다. 최근 국내에서 공개된 다수의 행사에서 GM이라는 대표명만 언급되면서, 취재진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단어가 빠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에이미 마틴 최고재무책임자, 로베르토 렘펠 GM 한국사업장 사장, 카를로스 미네르트 영업·서비스 부문 부사장, 정정윤 최고마케팅책임자.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내에서 쉐보레 중심의 GM 브랜드를 생산·수입·판매해 오던 한국GM(GM Korea)의 이름에서 ‘한국’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최근 GM 브랜드가 2023년 한국시장을 향한 새로운 계획을 공개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단 한 차례도 한국GM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의도적으로 뺀 것일까. 우연하게 빠진 것일까. 한국GM의 입지를 두고 글로벌 GM이 올 한해 한국시장을 눈여겨 볼 것은 분명하다. GM은 올해 쉐보레, 캐딜락, GMC 등 GM 브랜드 삼총사의 완성차 모델을 한국 시장에 총 출동시킨다. 이와 더불어 ‘한국’이 빠진 한국GM이 도약과 도태 중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제너럴모터스 2023년 간담회…쉐보레·캐딜락·GMC 삼총사 총 공세
부평공장 인력 500명 창원공장으로 이전…글로벌 GM 성장 전략

지난달 30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2023 제너럴모터스(GM)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 기반 구축을 위한 청사진 제시라는 목적으로 진행된 행사에 실판 아민(Shilpan Amin)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제너럴 모터스는 한국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라며 “고객 중심의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 세계 시장에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은 괄목할 만하다”라며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모으고 있는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역시 한국에서 또 하나의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해 연내 글로벌 신제품의 한국출시가 예정돼 있음을 시사했다.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은 ‘한국 사업 지속을 위한 개선 조치’를 수입 브랜드 및 수입 모델 확대로 풀이했다. 그 시작은 2019년 수입차협회(KAIDA)에 가입하면서부터다. 당시 연식 변경이나 개선 모델 개발에 지지부진했던 한국GM은 국내 생산 모델들의 단종을 예고했다. 더불어 GM은 같은 해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등을 한국시장에 내놨다.

트레일블레이저, 글로벌 히트 & 올 해 신차 출시 예고

수입 확대는 곧 한국 생산시설 축소에서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수입 모델 확대와 함께 수입차협회 가입을 두고 이른바 ‘GM의 한국 철수’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한국GM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국내에서 대규모 생산 계획도 세우고, 수입도 확대한다”라며 “협회 등록은 수입차 이미지를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만 3년이 지난 현재, 한국GM이 생산한 ‘트레일블레이저’는 GM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가 됐다. 또한 ‘트렉스’의 변경 모델 역시 연내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또 수입 모델은 확대돼 쉐보레, 캐딜락, GMC까지 GM의 대표 브랜드가 국내 총출동하는 형국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GM이 국내 시장에서 서서히 폭을 넓혀 가는 가운데, 취재진은 최근 의도적으로 한국GM이 이름의 앞 글자 ‘한국’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봤다. 한국GM의 이름을 변경한다는 공식발표 같은 것은 없었지만, 각종 행사와 발표회 등에서는 거의 ‘GM’이라는 이름으로만 불렸다. 

‘한국’이라는 앞 글자가 빠지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풀어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GM 내에서 한국GM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GM만을 내세우게 된, 이른바 한국GM이 도태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글로벌 GM에서 한국GM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GM으로만 불릴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 

최근 국내 출시와 함께 이틀만에 초도물량 완판, 성공한 GMC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 [GM]
최근 국내 출시와 함께 이틀만에 초도물량 완판, 성공한 GMC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 [GM]

한국GM의 위상 글로벌 중심 기지로 ‘우뚝’

행사에서 만난 기자들은 현재 상황을 두고 ‘후자’로 해석했다. GM의 한국 시장 공세에 GMC의 대형픽업트럭이 가세하면서 대형 승용시장 장악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판매 대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 관심을 끌어내기에는 이미 충분했다. 

GMC가 올해 한국시장에 들여온 국내 최초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Sierra)는 지난 7일부터 온라인 계약을 실시한 지 단 이틀 만에 첫 선적 물량 완판을 달성했다. 국내는 시에라 모델 가운데 최고급 트림인 ‘드날리(Denali)’ 단일 모델만 출시됐다. GM 측은 초도 물량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는 약 100~300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GM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2019년 픽업트럭 수입 계획을 발표할 당시로 돌아가 보면, 성공 여부는 불투명했다. 업계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픽업트럭은 어느새 내수 시장 한 분야를 담당하며,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GM의 올해 계획 가운데 하나는 이미 성공 예고장을 날린 셈이다. 

GM은 내수시장 전략적 신차 출시와 더불어 연간 50만대 생산이라는 목표를 공개했다. 취재진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국내 주력 생산 모델이 두 개 차종뿐인데 어떻게 연내 50만 대 생산을 할 수 있을까. 

한국 50만 대 생산 목표 투(Two) 트랙 전략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은 “국내 생산차와 수입차 등 두 가지 전략(two track)으로 갈 것”이라며 “지금 4개의 글로벌 제품을 갖고 있고, 신차 2개 차종을 출시할 예정으로 창원공장에서 연간 30만 대 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평공장에서도 (일부 모델을) 생산하게 되는데 그러면 50만 대 도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렘펠 사장은 “우리는 이미 경험이 있다. SUV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적기에 적합한 제품을 가지고 시장에 나오는 것”이라며 “시간도 완벽하고 제품도 완벽하다. 나는 50만대 도달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GM은 고객 분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GM의 차량들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캐딜락 브랜드의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한 경험과 더불어 전 세계 트랜드에 맞춰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차종과 다양한 전략들에 더불어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애쓴다. 쉐보레에 이어 캐딜락과 GMC까지 브랜드와 모델의 다양성이 확대되는 만큼,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 GM 측은 서비스 점포 400개 보유를 언급하며, 영등포에 서울서비스센터를 비롯해 동서울 서비스센터까지 개소할 계획을 공개했다. 

다만 다소 뒤쳐져 보이는 전기차 경쟁력에 대해서는 적기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한국에서의 전기차 배정 및 생산 시기가 올 것으로 예고했다. 브라이언 맥머레이 GM 한국연구개발법인(GMTCK) 사장은 “GMTCK는 GM 글로벌 엔지니어링 조직의 핵심”이라며 “500명 이상의 엔지니어들이 전세계 GM을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머지않아 엔지니어를 두 배로 확대해 고무적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GM은 적자를 걷고 있지만, 지금 여건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에이미 마틴 GM CFO는 “2022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오는 4월에 재무 관련 보고가 있을 때 상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한국GM에서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한국’이라는 이름을 빼고 GM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수입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드나, 지프 등 미국 브랜드와의 경쟁을 넘어 독일 3사 등 유럽 브랜드와의 경쟁도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그간 SUV 대형화 추세에 재빨리 대응했고, 픽업트럭 모델까지 확대 출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남은 숙제는 준중형, 중형 등 세그먼트 확대와 가격 책정과 물량 확보, 그리고 서비스다. 소비자 경험을 앞세운 GM이 과연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GM행사장 어디에도 '한국'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이창환 기자]
GM행사장 어디에도 '한국'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이창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