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모든 (소아)병원의 진료가 마비될 수 있을 것”
정부 대책? 사실상 소아청소년과 사망 선고와 같아

임현택 회장. [뉴시스]
임현택 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0월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에 걸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소아청소년과와 관련 문제들을 집중 해부했다. 2023 전국 전공의 지원 207명 중 33명만 소청과에 지원하며 전공의 지원율이 15.9%로 폭락하는 상황이 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지난 5년간 600개가 넘는 소청과가 폐업했지만,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 중”이라며 ‘폐과’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일요서울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의 정부 대책에 대한 입장 및 소아청소년과 위기 극복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2017년 521개에 달하던 소아청소년과 개인병원은 2022년 456개로 12.%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신건강의학과가 76.8% 증가했고, 마취통증의학과가 41.2%, 흉부외과가 37.5% 늘어난 것과 사뭇 대조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번 3차 대책도 기존에 발표했던 대책을 보완해서 내놓은 후속 대책이다”라며 “이 대책을 발표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일단 신속하게 추진을 하고 구체화해야 하는 게 우선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책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지만, 추진하면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며 “계속 학회나 의사회의 얘기를 들어야 하고, 그렇게 조금씩 보완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처한 상황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의료계는 더욱 악화된 상황이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보건복지부에서 소청과 관련 3차 대책이 나왔다. 소청과 의사들에게 긍정적인가

▲ 복지부 3차 대책이 발표되고, 많은 언론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때마다 하는 말은 “더 이상 기대할 것조차 없어서 이제 인터뷰조차 하기 싫다”라고 얘기를 했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나라 소아과는 망했다.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공의 수련 지원금 확대, 100만 원씩 더 준다.’ 중앙일보에 이게 근본적인 대책이 되겠냐는 칼럼이 실렸다. 이 칼럼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의료계 인사가 아닌 분들의 시각에서도 그 정도 생각할 정도다. 

-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저출생 문제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가

▲ 물론 저출생 문제도 있겠지만, 절대로 저출생 문제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의사회 회장직을 네 번째 임기, 8년 가까이하고 있다. 그동안 (소청과 문제 관련) 빨리 근본적인 개선이 되지 않으면, 과가 없어질 거라고 보건복지부와 질병청에 누누이 얘기했다. 근데 사람들이 거의 귀를 기울인 적이 없다. 심각하게 받아들인 적도 없다.

결국에는 지금 붕괴 중이라고 하는데, 이미 붕괴됐다. 의료 현장에 나가서 직접 눈으로 보면 더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대형병원 응급실을 가보라. 소아 진료가 되는지. 입 간판이 하나 있을 거다. 응급실 전면에 ‘소아 진료 끝났습니다, 못 받습니다.’라고. 서울 시내 한복판 가장 큰 병원 5곳에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 이제 아이들 진료가 안 된다는 얘기다. 두 군데밖에 남지 않았다. 서울대학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다. 그곳도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 게 아니나 몇 시간 기다려야 한다. 이후 4년 차 전공의가 나가는 내년 1월부터는 진료가 안 될 것이다.

전국 모든 병원이 진료 마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죽는 아이들이 생길 것이다. 굉장히 심각한 일이기 때문에 올해 3월 말 상황을 (정부에)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9월 대책을 이 모양으로 마련했으니 이제는 끝났다고 본다.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여야 인터뷰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 소아청소년과가 처한 위기는 결국 극복이 어려운 것인가

▲ 이제 끝났다.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를 그냥 땅에 묻고 미련 없이 돌아서야 되겠구나 생각한다. 11월 말에 내년 1차 레지던트 지원을 받는다. 올해 높은 지원율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휴일, 야간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수당을 올려준다는 것, 그 액수조차도 너무 형편없다. 몇 달 전에 영국 로이터통신하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로이터통신에서 자체 조사를 해 다른 나라 소아청소년과 진료비 수준을 알아봐 명시를 했다. 호주가 29만 원, 미국이 27만 원이었다. 우리나라는 1만3000원이었다. 이게 유지가 될 수 있겠는가. 이 액수를 얼마나 오랫동안 받았냐면 무려 50년 가까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생긴 이래로 이 액수를 받았다. 45년 전에는 우리나라가 정말 힘든 수준으로 살았었다. 공무원들에게 월급 대신 맛없는 쌀을 쿠폰으로 주던 나라였다. 45년 전에 건강보험 제도를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것보다 보상 수준을 훨씬 낮춰서 들여온 게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다. 

- 소청과의사회 회장으로서 느끼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벤츠 s클래스가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가 됐다. 근데 45년 동안 개선된 게 없다. 이 상황은 의사도 만족을 못 하고, 환자도 만족을 못 하고, 누구도 만족을 못 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게 50년 가까이 버티나 가장 취약한 과인 소아청소년과부터 붕괴가 된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같은 경우에는 수입 자체가 정부에서 주는 수입밖에 없다. 정형외과 같은 데는 초음파, 충격파 치료와 같은 비급여 항목이 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는 그냥 진찰료 1만3000원밖에 없다.

- 끝으로 현재 상황을 총평한다면

▲ 어떤 문제가 있으면 시스템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뭐가 문제인지 확인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7년 전부터 지금의 문제를 지적했다. 심지어 장관이 나온 자리에서 ‘폐과 상황이고, 이제 아이들이 죽을 것이다’라고까지 말했는데 이런 대책이라면 거의 사망선고를 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장관이든 차관이든 의료를 전공한 의사도 아니고,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사람도 아니다. 아플 때 가끔 병원에 가는 사람들이다. 결국 비전문가들이 함부로 수술하겠다고 나섰다가 지금 환자를 죽이고 사망 선고한 상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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