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소청과 병·의원… 줄줄이 폐업, 다른 과로 전환”
의료 현장 “소아청소년과 유지하겠다는 의사는 아무도 없을 것”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소청과 폐과 기자회견. [뉴시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소청과 폐과 기자회견.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소아청소년과 붕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의료공백을 우려해 올해만 세 번째 관련 대책을 내놓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없다. 오랜 기간 동결된 진료비와 열악한 환경, 아울러 저출생 문제까지 계속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붕괴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업 의사들은 “여러 소아청소년과가 이미 폐업했고, 남은 의사들은 다른 전공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라며 심각성을 알렸다. 남아있는 2개월여의 단기간에 문제가 개선될지를 두고 불신의 목소리만 나온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가 붕괴 위험에 빠졌다. 저출생·저수가가 심화됨과 동시에 지난 수년간 정부의 미온적 대책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정부는 의료공백을 우려해 올해에만 세 번째 소아청소년과 대책을 내놓았지만, 의료계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번 정부 대안은 야간·휴일 진료 가산을 비롯해 소아청소년 전문의에 별도 정책수가를 전공의에게는 월 100만 원의 수련수당을 지원하는 등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번 대안 또한 굉장히 미비한 수준이며, 턱없이 부족한 해결방안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부담으로 필수의료 내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수가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기준을 두었을 때 4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72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붕괴 현상은 심각하다. 지난 5월 서울연구원이 공개한 ‘2022년 서울시 개인병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가장 많이 줄어든 진료과목은 소아청소년과였다. 2017년 521개에 달하던 소아청소년과 개인병원은 2022년 456개로 12.% 가까이 감소했다.

소아청소년과 현장 “줄줄이 폐업”

일요서울 취재진은 경기권 소아청소년과 의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양영민(가명)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아픈 아이들은 항상 있기에, 단순히 아픈 애들이 있냐 없냐 식으로 환자 수의 감소 추세를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며 “하지만 태어나서 해야 하는 예방접종들이 있는데, 접종률을 비교해 보면 (환자가 줄어든 것이) 피부에 많이 와닿는다”라고 밝혔다.

양 의사는 “예를 들어 4개월, 6개월마다 해야 하는 예방접종이 있다. 필수예방접종인데 최근에 통계를 내본 적이 있다. 우리 병원은 2018년 개원을 했고, 신도시라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올해까지 예방접종의 개수를 비교해 보니 매년 20%씩 줄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방접종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환자가 20%씩 줄어든 건 아니겠지만, 어린아이들이 확실히 줄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통계였다”라며 “당연히 병원 진료를 하는 횟수나 방문 횟수 자체가 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취재진의 ‘소아청소년과의 수익 상황은 어떤가’ 질의에 양 의사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특성상 보험진료가 거의 10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보니, 정해진 수가 안에서 환자의 수가 어느 정도 유지가 돼야 한다”라며 “환자 수가 줄다 보니, 보험진료가 줄고 매출이 줄어 비급여 진료가 많지 않은 (소아청소년과) 특성상 병원을 유지하기 어렵구나 생각이 든다”라고 답변했다.

나아가 “각 지역마다 병원들이 폐업을 하거나 다른 과로 전환을 하고 있다”라며 “우리 지역도 최근 한 3년 사이에 병원 3곳이 폐업을 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취재진의 ‘정부 보조금 혹은 지원금 같은 경우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현 문제상황을 보완하기 어려운 수준인가’ 질의에는 “정부 보조금이나 지원금이라는 게 개인 병원 단위에서는 전혀 그런 걸 체감하기 어렵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그런 예산들은 아무래도 중증 의료나 응급의료 등의 시설을 확충한다든지, 인력을 배치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보니 개인 병원까지 (정부에서) 신경 썼던 적은 거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로나 전후 상황에서 이제 폐업을 하고 진료 보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제야 개인 병원에 집중하는 것이지 보조금, 지원금의 개념은 사실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소청과 폐과하면, 현업 의사들은 어디로 가나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전망이 현장에서도 비관적인 가운데, 이미 의료현장의 의사들은 폐과를 고려해 다른 전공을 찾아 나서는 추세다. 특히 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의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소아청소년과 폐과 시 현업 의사들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양 의사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을 살리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앞으로 일할 곳이 거의 없고 이제 수요 자체가 적을 것이니 대부분 폐업할 것 같다. 굳이 소아청소년과를 하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제 나이가 드신 분들이나 매출이 많이 떨어지는 지역의 병원 더불어 규모가 작은 병원들까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라며 “실제 환자 수를 보면 성인이랑 소아가 반반 정도 되니 굳이 소아 환자를 주력으로 볼 필요는 없어졌다. 우리나라는 가정의학과나 다른 의원이나 크게 구분이 없기에 그쪽으로 진출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젊은 의사들은 미용 쪽을 배우는 추세다”라며 “우리 소아청소년과에서도 과목 변경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수 강좌를 최근 하고 있는데 커리큘럼 대부분이 (미용 관련) 내용이다. 아무래도 실제 수요가 많은 쪽으로 이동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처한 상황이 개선되길 바라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대책에 큰 실망감을 보임과 동시에, 이미 폐업하거나 다른 과로 이동할 준비를 하는 추세다. 2024년부로 폐과를 선언한 소아청소년과에는 2개월 남짓한 기간만 남아 문제 상황이 개선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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