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2년 대선을 17개월여 앞두고 여권의 대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구도는 이낙연 대세론속에 1(이낙연) 1(이재명)과 군소 후보의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415 총선 이후 호남 대망론을 꿈꾸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대세론이 공고화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돌발 변수와 각 대선주자들의 경쟁력 하락 등 여러 가지 정치 상황 변화가 겹치면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권의 대권 구도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세 가지 키워드는 크게 이낙연 대세론 균열족쇄 풀린 이재명’ ‘박원순 사망으로 정리할 수 있다. PK(부산·울산·경남)와 호남 대망론 대신 TK(대구·경북) 대망론이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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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대망론이낙연 독주 체제’, 수도권 기반 TK출신 이재명이 위협
- PK출신 조국김경수고난속박원순 몰락, TK 김부겸추미애유시민 주목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415 총선이 끝난지 3달이 지났다. 여권은 표정 관리를 하며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여당의 총선 압승을 등에 업고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대세론을 굳혀갔다. 또 여권에 우호적인 민심 흐름을 타고 대망론을 꿈꾸던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기회를 엿보며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은 점차 균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한때 대선주자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대권 레이스에서 이탈했다. 진보 분열을 초래했던 PK 잠룡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 TK 출신 잠룡들의 행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법원 판결로 사법적 족쇄에서 풀려났고 당권 경쟁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낙연 의원과 각을 세우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면 충돌하며 연일 언론을 뒤덮고 있다. 조국 전 장관과 김경수 지사의 정치적 고난이 계속되면서 친문의 시선은 유시민 전 의원에게 향하고 있다. 이 같은 잠룡들의 움직임은 여권의 대선 경쟁 구도 판을 뒤흔들 현재 진행형 변수가 되고 있다.

위기 맞은 이낙연 대세론,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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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의원의 호남 대망론, 대세론이 최근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총선 직후 40%대로 급상승했던 이 의원의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420~24일 실시한 4월 정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p)에서 이 의원은 11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지지율은 3월 대비 10.5%p가 급상승해 40.2%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6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정례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p)에서 이낙연 의원은 30.8%를 기록해 1위를 지켰으나 지지율은 전달 조사보다 3.5%p 하락했다.

이 의원과 2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 격차가 처음으로 한자릿수(8.8%p)로 좁혀진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4·6·7일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 범여권에서 이낙연 의원은 28.8%1위를 지켰고 이재명 지사는 20%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전달 이뤄진 62주차 조사보다 4.5%p 하락했고, 이 지사는 5.5%p상승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의원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415 총선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지나친 신중 행보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됐다. 이낙연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기대감의 조정도 있을 것이고 내가 문재인 정부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어서 여러 가지 국민의 실망이 반영될 수 있다민심은 늘 흐르는 것이고 그때그때 중요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17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총선이 끝난 이후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이 의원이 현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당대회 이후에 다시 회복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동안 이낙연 의원의 안정적이미지와 지나친 신중 행보는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는 물론이고 야당에서 분명한 소신과 개혁 이미지를 내세운 대선 주자가 부각될 경우 이 의원의 대세론은 흔들릴 가능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철학자 탁석산 박사는 최근 MBN 시사프로그램 판도라에 출연해 이낙연 의원이 계속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 의원의 장점인 안정감이라는 이미지는 민주당과는 맞지 않다민주당의 생존을 이끈 것은 변화였고 그것을 통해서 지금까지 성공해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낙연 의원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미래통합당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선 후보를 낸다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PK 주자들 연이은 수난사조국김경수지고 박원순마저...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친문의 본산인 PK 주자들의 수난사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지만 경남 창녕군 출신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며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박 전 시장은 차기 대선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최근 박원순계 의원들과 만나 대선 도전에 대한 조언을 들을 정도로 대선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대권 꿈은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완전히 몰락했다.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은 PK 출신의 친문 적자를 대선주자로 내세우고 싶은 열망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한때 친문 적자 대선주자로 존재감을 자랑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지사는 대권 레이스의 본 무대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은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됐고, 김경수 경남지사도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TK 주자 뜬다이재명 기사회생, 김부겸추미애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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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TK 출신인 친문 유시민 전 의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고 있지만 그의 의사와 별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를 여전히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부상할 수 있는 잠재적 잠룡군으로 보고 있다.

역시 TK 출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박원순 전 시장 사망으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가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을 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후 차기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TK 맹주로 대권을 노리던 김부겸 전 의원은 현재 당권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그는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 대표 2년 임기를 완수하고 차기 대선에는 불출마하겠다고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김 전 의원이 당권 경쟁에서 이낙연 의원에게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차기 대권 도전에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을 정치적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그동안 그를 옭아매고 있던 사법적 족쇄에서 풀려나 차기 대선주자로서 날개를 달게 됐다.

무엇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7월16일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그는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는 친형 강제입원관련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었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그의 경기도지사 당선은 무효가 되고 피선거권도 5년간 제한되면서 차기 대선 출마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제 대권 행보에 최대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이 지사는 향후 대선주자로서 종횡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지시가 향후 이낙연 의원을 맹추격하면서 이 의원의 대세론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이 의원의 대선주자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경우 이 지사와 불편한 관계인 친문이 대안으로 유시민 전 의원 등 제3의 카드를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이낙연 독주 체제가 이낙연과 이재명의 양강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앞으로 이재명 대 반이재명구도로 바뀌면서 이낙연과 이재명의 지지율이 역전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친문이 주자를 다시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을 할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친문이 유시민 전 의원을 다시 소환할 수도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지자들이 원하니 운명이라고 받았던 것처럼 유 전 의원도 같은 패턴의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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