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숨겨진 속내… 소액 투자자와 노동자 ‘발끈’리드//

기업들이 가치 재평가와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 개편 등의 이유로 물적분할을 행하고 있지만 개미들과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기업들이 가치 재평가와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 개편 등의 이유로 물적분할을 행하고 있지만 개미들과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물적분할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개미 군단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오르내리는 주가와 물적분할 후 어떻게 진행될지 모를 기업공개(IPO)와 상장 등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서야 할지 신설 출범하는 기업을 잡아야 할지도 고민이다. 기업에는 물적분할을 통해 지배력 강화 및 이후 또다른 자본 유치라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미로 일컬어지는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우려해야 할 일이 많다. 물적분할을 통해 주요 사업 부문 등이 떨어져 나가게 되면서 주가 하락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를 대표하는 LG, SK, 한화, 포스코 등 물적분할을 앞둔 행보 앞에 개미들의 시름이 높아지고 있다.

개미 군단 아우성 “물적분할 등 소액주주 희생시키는 편법” 반발 확산 
LG에너지솔루션이 쏘아 올린 ‘물적분할’…SK이노베이션·한화·포스코 동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신설법인 출범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업계와 시장은 적잖게 놀랐다. 한 달여 지나던 지난해 9월 임시주총에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과 석유개발 사업 부문의 분할을 확정했고, 연이어 10월1일자로 신설법인을 출범시켰다. 

기존 배터리사업 부문은 ‘SK온’, 석유개발사업은 ‘SK어스온’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범했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을 앞세울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수행하는 중간 지주사로 전환됐다. 다음으로 진행할 것이 IPO 추진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배터리 사업 분할 뒤 상장”을 계획했다. 하지만 시장 여건이 이를 모두 충족시켜주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이에 배터리 사업 투자금 등 자금 마련이 절실하지만 IPO는 미뤄지고 있다. 

LG엔솔이 쏜 ‘신호탄’ 산업계, 물적분할 도미노

기업들이 연이어 물적분할에 나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을 혼동에 빠트리게 된 계기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일으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과 자동차 배터리 관련 특허 침해 등을 포함한 각종 소송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던 LG화학이 물적분할을 통해 출범시킨 100% 자회사다.

2020년 9월 구광모 LG 회장은 전장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LG화학과 LG전자의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 결과로 LG화학은 같은 달 이사회를 열어 배터리사업 부문의 분할을 결정하고 LG화학이 신설법인의 주식을 모두 소유하는 물적분할을 채택했다. 

당시 LG화학은 “배터리산업의 급속 성장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회사 분할의 적기라는 판단”이라며 ”전문 분야 집중 및 경영 효율성을 높여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결정에 따라 2020년 12월 배터리사업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자리를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의 법적다툼에서도 승기를 잡으면서 기분 좋은 한 해였으나, 예정했던 상장은 올해로 미뤄졌다. 상장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상장적격성 심사는 승인이 났다. 1월 안에 진행이 될 전망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새판’ 태양광·수소·첨단소재

한화솔루션은 물적분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한화솔루션의 기수로 올라선 뒤 자체적으로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한화케미칼, 한화큐셀, 한화첨단소재 등을 각 분야 리딩(leading) 기업으로 일으키고 있다. 

호주와 프랑스의 에너지 기업을 인수했고, 미국에서는 에너지 솔루션 기업과 수소 관련 기업을 사들였다. OLED 핵심 소재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인수했고,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자의 와이파이 모듈 사업 부문 인수를 마쳤다. 연간 매출 10조 달성을 코앞에 두고 미국 현지 법인까지 설립했다. 한화에 따르면 오는 2025년 매출 21조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공격적인 행보로 기업 규모는 갑절로 커졌으나, 주가는 뚝 떨어졌다. 60% 수준으로 하락한 주가에 개미들은 버텨야할지 떠나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 그럼에도 한화솔루션은 글로벌 수소와 첨단 IT소재 진출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의 물적분할 뒤에 숨은 속내는

포스코 역시 오는 28일 물적분할을 계획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한 ‘기업가치 재평가’라는 목표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으나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지주사 전환은 검토 중인 사항이라고 밝혔으나, 올해로 넘어오면서 이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친환경을 앞세워 사업 다각화를 구상하고, 철강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회사와 지주회사인 투자회사로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지주사 아래 철강 등 사업회사와 주요 계열사를 자회사로 둔다는 운영 방안이다. 

이를 두고 포항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및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기업법)을 통한 처벌을 피하기 위한 최정우 회장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중대기업법으로는 최고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처벌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최정우 회장이 지주사로 전환된 포스코홀딩스의 회장이 되면, 포항제철소나 광양제철소 등의 각종 사고 책임을 사업회사의 수장에게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 참여연대는 “포스코는 자기 근로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정확한 원인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이라며 “지주사 전환과 포스코홀딩스 설립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최정우 회장의 꼼수로, 각종 사고에 대한 책임을 각 제철소 등 사업회사로 떠넘기고 책임 없는 경영을 하겠다는 선포”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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