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집중도 떨어진 포항시 인구 50만 아래로 추락

최정우 회장 허수아비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망나니 분장의 시위 참가자. [이창환 기자]
최정우 회장 허수아비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망나니 분장의 시위 참가자.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서울시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앞 인도에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허수아비가 등장했다. 허수아비를 들고 나타난 시민단체는 “국민들의 희생과 지원으로 설립된 국민기업 포스코의 제철보국 정신을 부정하고, 포스코의 역사를 조작해 날조하고 왜곡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죄인 최정우 허수아비를 즉시 참하라”고 처벌을 내렸다.

포항 참여연대 관계자 40여명이 지난달 31일 서울을 찾아 최정우 회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정우 회장을 상징하는 스티로폼 허수아비를 형틀에 묶어둔 채 포스코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나열하며 죄를 묻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최근 용산 청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오던 오상환 포스코플랜텍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침묵시위로 동참했고, 포스코 인천 송도사옥 ‘헐값 매각’ 소송 당사자인 테라피엔디 측 관계자가 참여해 “최정우 회장 규탄”을 외쳤다. 

또한 전국플랜트 건설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옆자리에서 ‘세계 최고 기업 포스코, 노동 조건은 세계최악’이라며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플랜트건설 노동자 요구를 무시하고, 여성 성폭행에 따른 사건을 묵인하는 최정우 회장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와 퍼포먼스를 주최한 김익태 포항 참여연대는 “최정우 회장은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돼 백년대계로 육성해 온 포스텍과  포철교육재단 등의 지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라며 “(최정우 회장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입으로 막대한 이익을 착복하고도 자신의 연봉은 천문학적으로 올려 사익추구에만 눈이 멀어 포스코에는 피해를, 국민에게는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영일만 모래벌에 ‘제철보국’ 기치로, 수많은 고통과 희생으로 포스코를 낳고 키워온 부모와 같은 포항시민을 저버렸다”라면서 “포항에서 나고 자란 본사를 서울로 옮겨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며 지방소멸에 앞장서고 있어 이 또한 엄중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집회 현수막.
집회 현수막.
최정우 회장 허수아비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있는 포스코 직원들.

허수아비에 참수형, 망나니 퍼포먼스까지 

최근 포항시의 인구는 50만 미만으로 하락했다. 1995년 포스코 포항 본사와 가까이 위치하던 영일군 일대를 통합하며, 50만 명 이상의 인구수를 유지해오던 포항시는 27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49만 명대로 떨어졌다. 지난 6월 기준 49만9854명으로 떨어진 뒤 연속 50만 명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는 현대 남구와 북구 등 2개 구로 나뉘어져 각각 구청과 경찰서, 소방서 등을 두고 있으며 산하 기관도 있다. 산업단지 조성이 이어지는 2015년에는 52만 명까지 인원이 증가하기도 했다. 다만 출산율 저하로 인구 축소가 이뤄지면서 포항시가 인구 유치에 나섰으나,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포스코 본사 이전을 포함해 산업 집중도가 떨어지며 인구 유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포항에서 올라온 집회 참가자 A씨는 “포스코가 포항을 배제하고 이차전지 및 미래산업 투자도 광양에만 집중되면서 차별을 받아 인구 유출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의 마지막에는 포항 참여연대 관계자가 최정우 회장 허수아비에게 “포항 참여연대는 전원 합의로, 포항시민의 들불 같은 반대를 모면코자 대리인을 내세워 거짓 합의 후 현재까지 포항 방문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국민기업이 아니라며 ‘양의 탈을 쓰고 개고기를 파는’ 최정우 허수아비에게 처벌을 내린다”라고 호통했다.

이어 “피고 최정우는 위 죄목을 허수아비에게 물어, 그 허수아비를 참형에 처한다”라며 “죄인 최정우 허수아비를 즉시 참하라”고 외쳤다. 곧이어 망나니 분장을 한 시위 참가자가 춤을 추며 모형칼을 들고 허수아비를 내리칠 것만 같은 퍼포먼스를 벌였다. 

하지만, 포도대장을 분장한 참가자가 나타나 허수아비에게 “죄인 최정우에게, 지역발전과 상생협의에 기회를 주고자 오늘 집행은 유예한다”라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각성하고 사죄함과 동시에 지역발전, 상생협력에 최선을 다하라.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치 형은 향후 재집행 하겠노라”고 소리 높이며 퍼포먼스를 끝냈다.

한편 수서경찰서 측은 이날 집회에서의 사고 방지와 주민의 통행을 위해 의경 1개 분대를 출동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집회와 시위는 국민의 권리로 보장된 것”이라면서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형 집행 유예를 선언하는 포도대장 복장의 참가자.
포스코플랜텍 소액주주 연대.
지켜보는 집회 참가자들. 
지켜보는 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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