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삼표·HDC·여천NCC 근로자 사망사고 줄 이어

광주광역시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 [이창환 기자]
광주광역시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해 1월, 진통 끝에 마련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1년이 지난 지난달 27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으나, 실제 재해 및 사고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포스코, HDC현대산업개발, 삼표산업, 여천NCC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고용노동부 등 소관 부처와 관계기관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후 줄지어 터지는 사고 ‘실효성’ 의문 제기
근로자 사망사고 ‘중대재해법’ 피해 달아난 최정우·정몽규 선례 남기나 

최근 일부 언론들이 나서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고용노동부 등 소관 부처와 지방청 등이 마지못해 사고 발생 기업의 처벌 또는 현장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각 공장이나 공사 현장 근로자들은 정부가 등 떠밀리듯 현장 조사를 통한 처벌에는 어떻게든 나서고 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부터 시행이 있기까지 1년 동안 사고방지를 위한 단속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또 해당 법안의 시행에 앞서 대상 사업장의 재해방지 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개선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묻는다.

지난달 29일 양주시 삼표산업 석재 채석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설 명절을 앞둔 연휴 기간 동안 발생한 사고로 온 국민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실종자들의 구조를 기대했으나, 몇 시간 만에 3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언론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사고를 두고 대서특필했으나, 실제 고용노동부의 조사나 경찰 수사 등은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해당 기사가 나오자 고용노동부는 반박문을 냈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사고와 관련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신속히 입건해 수사 중에 있다”라며 “이와 더불어 삼표산업 본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를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번째로 적용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만큼 신속하고 엄중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해당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적용을 통한 처벌이 힘들 것이라는 언론의 지적이 나온데 대한 해명을 포함한 반박자료를 통해서 나왔다. 

광주광역시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 [이창환 기자]
광주광역시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 [이창환 기자]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할까

산업계 일각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되는 현장은 긴장상태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 중이던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아파트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데 따라 유사 업종의 기업들이 관계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실제 해당 법을 통해 기업들을 단속하기까지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사고가 발생한 즉시 건설 부문 CEO 자리를 내려놨다. 눈치껏 한걸음 물러난 셈이다. 이를 두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CEO 근무 당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이 분명이 있다”고 말하지만 조사 및 수사 시점의 CEO가 공식 대응에 나서면서 정 회장의 접점이 줄어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간 포항제철소 본사와 광양제철소 및 포스코 케미칼 등 자회사, 그리고 계열사와 다름없는 사내 하청업체 등에 소속된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언론과 여론의 지탄의 대상이 돼 오던 포스코도 입에 오르내린다. 

특히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 바로 다음날,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설립하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경영권과 자금 투자에 대한 권한은 고스란히 들고 지주회사로 올라가면서도 현장의 어려움에는 등 돌린 회장이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을 피해간 정 회장과 최 회장의 사례가 선례로 남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서 삼표 채석장 관련자 처벌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는 고용노동부도 해당 법안의 시행과 더불어 포스코나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의 재해 예방 도는 재발 방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반박하듯 고용노동부는 철저한 조사와 점검에 나선다고 밝히고 있으나, 앞서 같은 지역 동일한 업체의 사고 때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되며 17명을 태우고 아래를 지나던 버스를 덮쳤고,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겨우 8개월 만에 같은 광주 지역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또 관리 감독 소홀에 의한 사고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낯선 외국인 근로자들이 책임자도 없는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부실 공사의 기록까지 남겼다. 온 국민이 뉴스를 통해 해당 장면을 목격하며 비판했다. 그 비판 대상은 HDC뿐만 아니라 광주광역시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였다. 

사고 나면 조사에만 나서는 고용노동부

국민들의 분노와 슬픔이 이어진 것은 지난 11일 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여천NCC 3공장의 폭발 사고였다. 결국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해당 사고와 관련 고용노동부가 부랴부랴 여천NCC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근로감독관 20여 명을 여천NCC 본사에 투입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위반 사실 증거 확보에 나섰다. 당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열교환기 폭발예방에 대한 안전보건계획 및 긴급 대응 매뉴얼 등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최금암 여천NCC 사장과 김재율 부사장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라며 “여천NCC의 안전 관리 부실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고가 터지고 원인 찾기에만 나서는 고용노동부라는 딱지가 붙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업 현장에 근무하는 A씨는 일요서울에 “눈으로 가서 보면 아직 사고가 터지지 않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안전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도 위(고용노동부 등 감독기관)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며 “실제로 개선을 위해 사측(포스코)에 요구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과 관련해 지방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해도 개선을 위한 시도를 하지 않고 몇 년이 지나도 그것은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까지 이를 제정한 국회도,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사고가 발생한 기업도 사고가 터지기 전 예방에 나섰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없다. 기존의 근로 현장을 그대로 방치해 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관련 최근 복수의 언론들은 대기업 현장의 근로자 사망 사고 발생이 반복되자 이제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의한 처벌을 요구하는 기사를 내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