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여론 진화용 아닌 HDC 내부 지배력 강화라는 지적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붕괴사고. 해당 사고로 38층부터 23층 까지 무너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뉴시스]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붕괴사고. 해당 사고로 38층부터 23층 까지 무너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였다. 지난해 15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 현장 사고 이후 1년이 되기도 전에 또다시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나서서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으나, 오히려 여론의 뭇매가 이어지고 있다. 

철거물 붕괴사고 이후 7개월 만에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사고
정몽규 회장 대국민 사과에도 국민 여론 ‘분노’ 그치지 않아

지난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가 건설 중에 무너졌다. 38층부터 무너져 내린 아파트는 23층까지 뼈대만 앙상하게 남긴 채 주저앉았다. 당시 현장에서는 많은 근로자들이 마무리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해당 아파트 붕괴 사고로 현재까지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 상태다. 소방당국이 나섰지만 추가 붕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접근도 쉽지 않다. 바닥에 추락한 1명의 사망자를 지하 1층에서 발견한 것을 제하고 5명의 실종자는 추락 중 상층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고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절개 부위에 매달려 있는 잔해물들이 낙하할 가능성도 높아 소방당국과 HDC현산 등은 낙하물 방지망을 설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또한 공사를 위해 설치됐던 타워크레인이 아파트 붕괴가 여파로 기울어진 채 방치돼 있어 해체 작업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공감한다며 사퇴했으나 여론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뉴시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공감한다며 사퇴했으나 여론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뉴시스]

정몽규 퇴진 초강수 ‘부작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회피’ 지적

소방 당국에 따르면 곳곳에 추가적인 낙하나 붕괴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한 후에라야 수색이 가능하다. 이에 현장 안전 보강 작업과 하층부의 잔해물 제거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HDC현산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정몽규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건설 부문 경영 최일선에서 물러나는 초강수를 뒀다. 아울러 23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등 여론 악화에 정면으로 맞서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악화된 여론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8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을 사임했다. 불과 반년 만에 연이어 발생한 대규모 사고로 인한 ‘책임 통감’이 그 이유다. 정몽규 회장은 기자들 앞에서 “23년 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고객 신뢰를 지키고자 했으나 이번 사고로 그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몽규 회장이 ‘보여주기식’ 퇴진에 그쳤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히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건설 부문 회장’ 직을 내려놓으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꼴”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그간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의 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가 발생해도 해당 업체가 이를 고치지 않고 유사한 유형의 사고가 재발하는 등 물적 인적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한 CEO의 책임을 묻는 법이다. 

지난해 광주 동구 학동 철거현장 붕괴사고와 이번에 발생한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사고 후폭풍이 불기 전 자리를 피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수색 중인 소방관. [소방청]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수색 중인 소방관. [소방청]

자사주 매입 ‘여론 진화’ 아닌 지배력 강화 목적?

아울러 언론들은 정몽규 회장 등 HDC 측의 주가 매입이 사고로 인해 악화된 여론을 진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떨어진 주가를 지배력 강화 기회로 삼는 것이라는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HDC그룹이 사고 직후 주가가 떨어지던 것과 동시에 자사주 구입에 나섰던 것이 화근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HDC 측은 총 23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와 함께 급락한 주식을 매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라며 “주주 신뢰 회복을 드러낸 경영 의지”라는 말이 나왔지만 여론은 오히려 “정몽규 회장이 책임 회피와 함께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사고 수습이나 수습 방안 마련에 앞서 주식 매입을 우선하면서 이른바 ‘주워 먹기’ 논란까지 나왔다. 기존 대비 하락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하면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인데 실제로 정몽규 회장의 지배력은 높아졌다. 

반면 HDC 측은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오히려 “향후에도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매수를 진행할 수 있으며,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HDC를 배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진행되는 공사만 총 4건으로 입주 예정자나 조합은 HDC현산이 지속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마음이 불안하다. 전국적으로 HDC현산과의 계약 해지나 추가 공사에 대한 후보 건설사 가운데 HDC현산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모든 법규 적용 강한 패널티 언급

이와 관련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실종자 수습 등 사고원인 규명 후 HDC현산에 합당한 처벌을 할 것”이라며 “사고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두 번 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든 법규와 규정을 동원해 가장 강한 페널티를 줘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 등 전국에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십여 년간 협력사로 공사를 진행해 온 A씨는 취재진에게 “붕괴 아파트 건설 공사에서 자재를 비롯해 건설 일정 등을 확인해 규정을 어긴 것이 없는지 정확히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에 비춰 볼 때 무너진 잔해 혹은 절단면 등의 사진을 보면 콘크리트를 지지하는 철근에 시멘트 등의 혼합물이 남아 있지 않다”며 “제대로 철근을 잡고 있지 못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핵심 위험 요인인 기울어져 있는 타워크레인과 불안전한 상태의 외벽이 제거될 경우, 전면적인 수색구조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대한민국 구조대의 도시탐색구조능력은 UN에서도 최고등급(Heavy)을 인증받을 만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소방청은 실종자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모든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혹시 모를 생존자를 찾기 위해 소방관이 열화상 카메라로 무너지 잔해 더미 위에 비춰보고 있다. [소방청]
혹시 모를 생존자를 찾기 위해 소방관이 열화상 카메라로 무너지 잔해 더미 위에 비춰보고 있다. [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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