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院) 구성은 ‘함흥차사’...‘2년 뒤’ 총선에 꽂힌 與野 시선

민주당 안규백 전준위원장 [뉴시스]
민주당 안규백 전준위원장 [뉴시스]

- 민주당, 전대 룰 및 현행 지도체제 변경 등 논의 돌입     
- 국힘, 이준석표 혁신위 놓고 ‘친윤-비윤’ 신경전 지속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공전하고 있다. 여야의 시선이 ‘내부 현안’에 쏠린 까닭이다. 물가‧금리‧원자재시세 등이 급등하는 소위 ‘3고(高)’ 경제 리스크에 민생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는 정치권의 안중에 없는 사안으로 비춰진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원 구성 합의안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국회 정상 가동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더욱 시급한 현안은 2년 뒤 있을 ‘2024 총선(국회의원 선거)’이다. 총선은 여야 간 권력 지형 수술대이자, 정당별 당권 개편의 핵심 분수령이기도 하다. 정당 정치인들에겐 사실상 정치 미래와 생존권이 걸린 ‘수능 시험’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여야는 하나같이 2년이나 남은 총선 정지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전대 룰’과 현행 지도체제 변경안 등을 놓고 계파 간 혈투에 돌입한 모양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준석 대표를 주축으로 한 ‘혁신위원회’가 공천 룰에 메스를 대겠다고 천명한 만큼, 친윤(친윤석열)계 등 당내 주류의 저항이 감지된다. 미래 당권을 놓고 여야 ‘룰의 전쟁’ 서막이 올랐다.

최근 여의도 정가는 ‘권력 투쟁’을 중심으로 사이클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국회 원 구성이 사실상 유기된 상태에서, 여야 이권 다툼의 연속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 위원장 안규백 의원)를 발족하고, 이를 통해 오는 8월 28일 전당대회를 개최키로 결정했다. 이에 당내 최대 계파 간 신경전 수위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가져가기 위해 전대 룰과 지도부 운영체제 개편을 놓고 전면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의 윤리위 징계 여부와 당 혁신위의 ‘공천개혁’ 의제가 초대형 뇌관이다.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에 휩싸인 이 대표가 오는 7월 7일 윤리위원회 2차 징계심의를 앞둔 만큼, 당내 일각에선 이미 조기 전당대회설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이 거론된다. 또 당내 일각에선 윤리위가 혁신위 공식 출범일(지난 23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열린 것을 놓고도 이준석호 혁신위의 예봉을 꺾으려는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음모론마저 제기된다.

지난 22일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 왕왕 ‘이준석 대표의 징계가 결정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면서 “이런(이 대표가 당 징계 절차를 앞둔) 상황에서 비대위나 조기 전대 언급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말이지만, 실은 윤리위가 ‘공천 수술’에 나서겠다고 한 이준석표 혁신위의 힘을 뺄 수 있다는 계산도 이미 돼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이 대표는 윤리위의 ‘정치적 판단’ 가능성을 제기하며 경계태세를 올리기도 했다. 윤리위 징계심의에 친윤계의 견제성 입김이 닿았을 것이란 의문 제기로 읽히는 대목이다. 혁신위도 이 대표의 징계가 확정될 경우 리더 부재 속에서 공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공천 룰 등 시스템 전면 개편으로 국민의힘에 ‘청년정치’를 착근시킨다는 혁신위 의제가 좌초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野 전당대회 윤곽 잡히자 친명-친문 ‘룰의 전쟁’ 격화

민주당 전준위는 지난 22일 2차 회의에서 정규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오는 8월 28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기로 확정했다. 전준위 전용기 위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오늘 결정 안건은 전당대회 일정 확정안 하나였다”며 “오는 8월28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진행한다. 경기장은 1만5000석 규모”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준위는 오는 7월 12일까지 전대 룰과 당 지도부 체제 변경 여부 등을 최종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민주당 차기 당권의 가늠자인 전당대회의 윤곽이 잡히면서, 친명-친문의 이해관계 충돌도 심화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전대 경선 룰’과 당 지도부의 ‘단일지도체제→집단지도체제’ 변경 여부다. 

민주당의 현행 전대 룰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반영토록 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과 친명계는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고 새로 유입된 신규당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입장인 반면, 친문계는 ‘원안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엔 당내 토착 세력과 유입 세력의 경선 참여 비중에 따라 각 계파 당권주자의 유불리가 결정된다는 이해관계가 깔려있다. 당과 오랜 인연을 이어 온 대의원은 친문계열로 분류되는 반면, 권리‧일반 당원은 상대적으로 대선후보 출신인 이재명 의원에게 우호적이라는 게 정치권 중평이다.   

이에 이재명계는 지난 대선 정국을 거치며 급격하게 불어난 당원 지지기반을 적극 활용해야 전대에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재명 의원은 지난 18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가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문은 ‘이재명 전대 불가론’과 ‘세대교체론’을 띄우며 특정 집단에 유리한 전대 룰 수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일명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대의원들은 대체로 친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현행 룰(대의원 45%)대로 전대를 치를 경우 친문 당권주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친문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결국 전대 룰을 바꾸자는 것도 선거 패배 책임 당사자인 이재명 의원을 기어이 당 대표로 내겠다는 (이재명계의) 정치공학”이라며 “경선 룰을 뒤집어가면서 전대에 유리한 판을 깔겠다는 구상은 국민 눈높이와도 맞지 않다. 전해철 의원도 (전대) 출마를 포기한 마당에 전대 룰을 바꾸자는 것은 당 쇄신에도 역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체제 변경’도 두 계파가 격돌하는 지점이다. 친명은 기존의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이 강경한 반면, 친문은 당 대표에게 집중된 권한을 최고위원들에게 골고루 분산시키는 집단지도체제 개편론에 힘을 싣고 있다. 

단일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각각 선출하는 방식으로, 당 대표가 압도적 권한을 행사하고 최고위원들이 이를 보좌하는 수직적 ‘원톱’ 구조다. 당 대표를 구심점으로 지도부 단합이 용이하지만, 당 대표의 독단적 운영에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와 반대로 집단체제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해 당내 경선 1위 후보를 대표에, 2위 후보부터는 차례로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방식이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권한을 수평적으로 나눠가지는 형태인 만큼, 당 대표의 ‘일방통행’ 운영을 견제할 수 있으나 지도부 의사결정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

민주당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3선 의원은 “지도체제 변경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2년 뒤 총선도 있는데 지도부 체제를 수술대에 올려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강력한 리더십을 재구축해서 신속한 의사결정 속에 단일대오를 갖춰야 하는데 집단지도체제는 그게 불가능하다. 현안마다 지도부 의견 충돌이 생기면서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의 당내 분위기라면 차기 지도부에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이 전면 배치될 공산이 큰데, 만약 이재명 상임고문이 당 대표로 취임하게 되면 정강 정책 수립 단계부터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집단지도 체제 도입은 친문계의 ‘조커’ 카드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전대에서 지더라도 (이재명계에 대한) 후속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결국 민주당 전준위의 결정에 따라 친문-친명의 희비도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준위는 전대 경선 룰 및 지도체제 변경안에 대해 당내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절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20일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대의원 비중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것은 당 정체성과 맞지 않다”며 경선 룰 소폭 조정안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도부 체제 변경에 대해선 “우리 당이 전통적으로 여당일 때, 야당일 때의 지도체제가 약간씩 달랐다. 여러 의원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까 한다”고 여지를 뒀다.   

한편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장고를 거듭하며 지난 24일 현재까지도 전대 출마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친문계는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이 지난 22일 전대 불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이재명 면전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문파 일각에선 이 의원이 전대 출마와 관련해 조속히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징계 심의 중인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도중에 잠시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징계 심의 중인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도중에 잠시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국힘 李 윤리위 ‘속도전’, 혁신위 흔들기?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가 성 상납 의혹으로 풍전등화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친윤계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차기 지도부 구성이 논의되고 ‘이준석표 혁신위’가 공천개혁 의제로 외풍을 맞는 등 파고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띄운 국민의힘 혁신위가 지난 23일 인적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민주당에 앞서 정당 혁신 이슈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호평이 나오지만, 당 쇄신보다 특정 이해집단에 유리한 ‘공천 룰 개편’에 방점을 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엄존한다. 이는 곧 당내 친윤-비윤 갈등으로도 비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당 쇄신방안에 대한 세부 논의에 앞서 혁신위의 ‘공천개혁’ 의제가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윤리위가 지난 22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심의 일정을 잡은 것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날은 혁신위 공식 출범을 하루 앞둔 날이었던 만큼, 이 대표가 만약 부정 이슈로 중징계가 결정될 경우 혁신위는 출범과 동시에 큰 혼란에 휩싸일 게 자명한 상황이었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이 실질적 리더인 이 대표를 대신해 혁신위를 진두지휘하기엔 내부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이에 윤리위 조기 개최가 ‘혁신위 흔들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당내 해석을 낳기도 했다. 다만 윤리위는 지난 22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심의를 보류하고, 오는 7월 7일 재심의에서 징계 여부를 확정키로 했다.

그간 국민의힘 내부에선 혁신위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혁신위의 ‘공천개혁’ 의제는 2년 뒤 총선을 겨냥한 이 대표의 정략적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 파다하다. 아울러 혁신위가 친윤석열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이 대표의 친위대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만큼 윤석열계와 이준석계의 신경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또 한편으론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 결과에 따라 친윤-비윤 갈등이 의외로 쉽게 종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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