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은 ‘왜’ 대법원 선고 이후, 원고 자격 따지고 나섰나

전국 각지의 임대아파트를 두고 부영 측은 소송에 걸려 있다. [이창환 기자]
전국 각지의 임대아파트를 두고 부영 측은 소송에 걸려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부영그룹과 부영이 건설한 임대주택 임차인 겸 입주자 사이의 소송전이 장기화 된 가운데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부영 측과 다퉈오던 일부 원고의 ‘원고 적격 여부’가 쟁점에 올랐다.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송을 진행하면서 단 한 차례도 제기되지 않았던 원고적격을 따지는 부영 측 주장에 입주자들은 “부영이 또 다시 시간 끌기로 버티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 대상으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거론된 것과 관련 이들은 “반성과 사과 없는 이중근 ‘사면 검토’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법,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 손해배상청구 원심 파기 고법에 돌려보내
파기환송심서 임대주택 입주자 “원고 자격 여부” 주장 내건 부영 버티기 돌입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올 연말 신년 특별사면을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 요청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되면서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되면서 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는 상태다. 형기는 지난 3월 만료됐다.

법무부가 특별사면과 관련해 12월20일경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연말 예정인 특사 대상 선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상공회의소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각 경제단체들로부터 특사 관련 의견 수렴은 이미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상의로부터 사면 요청이 기대되는 인물 가운데 한사람으로 이중근 회장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이중근 회장의 사면 요청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영건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임대주택 피해자 단체가 발 벗고 반대 입장을 내걸었다.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는 정부를 향해 “사회적 약자인 무주택 서민을 상대로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취하고도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는 파렴치범 부영 이중근에 대한 사면검토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외쳤다.

부영연대는 그간 부영건설 등 부영이 전국에 건설한 공공임대아파트의 임대 기간 종료와 함께 분양전환에 따른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임차인 및 우선분양전환세대 입주자들의 모임이다. 분양전환 과정에서 부영에 납부한 분양대금이 과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런 소송은 청주, 판교, 제주, 김해, 원주 등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의 원심 파기. [이창환 기자]
대법원의 원심 파기. [이창환 기자]

대법원, 건축비 쟁점 “감정평가 아닌 신고 과세금액 타당”

대법원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에 이르러 부영 관련 민사소송에서 소송의 핵심 쟁점이던 건설원가의 구성항목을 두고 “건축비는 감정평가금액이 아닌 공사 당시 신고했던 과세표준 신고금액이 타당하다”며 원고인 부영연대 소속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즉 ‘감정평가 금액을 건축비로 인정한다’는 원심을 파기하고 이를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부영은 이 사건 아파트의 취득세를 신고·납부하면서 공사원가명세서를 첨부해 과세표준을 신고했다”라며 “공사원가명세서에는 재료비, 설계비, 외주비, 급여, 건설자금이자, 안전관리비, 세금과 공과금을 비롯해 각종 비용 항목별로 지출 금액이 상세히 기재돼 있고, 신고 확정된 취득세 과세표준은 법인장부인 공사원가명세서를 기초 한 것으로 실제 건축비를 반영하는 유력한 증거자료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부영 측이 감정평가법인 및 한국감정원 등을 통해 산출받은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을 건축비로 인정해 분양가 전환가격 산정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것. 대법원은 당시 2심 재판부가 내린 판단을 두고 “법리 오해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하며 부영이 산정했던 택지비도 “계약금액 아닌 ‘실제 납부한 할인 후 금액’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2심은 원고인 임차인 측 주장을 배격하고, 부영이 주장한 대로 ‘산정된 감정평가 금액’을 건축비로 인정했다. 택지비 역시 할인받아 납부한 금액이 아닌 ‘계약 금액’을 인정하면서 실제 투입 비용과 다른 금액을 인정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에서 뒤집혔고, 이런 판결에 부영연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부영연대는 “부영 공공임대주택 건설원가 소송을 위해 자체 파악한 결과, 부영 측의 부당이득은 세대 당 적게는 500~600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세대 당 평균 1000만 원으로 계산하면 전국적으로 약 2~3조 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영, 파기환송심 이르러 12년 만에 원고 자격에 ‘제동’ 

이영철 부영연대 대표는 “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 분양전환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기다렸던 서민들은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부영이 주장한 건축비를 바탕으로 분양비용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우선 납부했지만 부영이 부당하게 챙겨간 부당이득은 반드시 반환받아야 했기에 10년이 넘는 세월 소송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부영연대 등 전국에서 부영 측과 소송을 진행해 온 임차인 및 입주자들은 대법원의 원심 파기로 이어진 재판에서 부당이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 또 다른 쟁점이 떠올랐다. 부영 측이 원고적격 여부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 

부영 측은 그간 소송을 진행해 온 원고를 두고 ‘일부는 자격이 되지만 일부는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초임대차계약 당시부터 우선분양전환 시기까지 계약자는 물론 세대원까지 무주택자여야 우선분양전환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송을 진행 중인 다수의 원고는 이런 주장이 부당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더불어 부영연대는 재판부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2001년 경남 김해에서 시작된 부영 임대주택 아파트는 대규모로 조성되며, 대량의 미분양 세대가 발생했다. 부영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부동산업자 등을 통해 선착순 입주자 모집에 나섰고, “분양 전환 시에 임차인이 무주택자면 분양전환 가능”을 홍보했다. 이는 당시 광고 전단에도 게재가 됐다. 

그렇게 임차인을 모집해 공실을 줄이며, 보증금 및 임대료 등으로 수익을 올린 부영은 임대기간 종료 후 우선분양전환률을 높이기에 애썼다. 각 계약자들이 무주택자 요건을 갖춰 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승인받도록 안내까지 했다. 이들은 지자체에 ‘주택소유 유무 전산검색’으로 자격 여부를 판단 받고, 부영은 소송 원고인 이들과 우선분양전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 부영이 대법원까지 이르는 지난 12년간 한 차례도 제기하지 않았던 원고 자격 여부를 파기환송심에서 새롭게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부영의 주장은 파기환송심에서 부당이득금이 인정될 경우 앞서 계산된 금액을 최소로 잡더라도 수조 원의 비용을 환급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부영아파트 한 임차인은 “부영이 직접 홍보해서 부영의 임대아파트에 들어왔더니, 이제는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한다”라며 “신년 특사를 두고 재계에 언급되는 이중근 회장 사면 검토를 부영 임차인들이 환영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부영 측은 취재진에게 이중근 회장의 사면이 언급되고 있는 것과 관련 공식적인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임대주택법 준수를 외치던 당시 부연연대의 기자회견 모습. [부영연대]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임대주택법 준수를 외치던 당시 부연연대의 기자회견 모습. [부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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