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 소외된 ‘독거노인’… 민간단체만 분주
복지부·서울시, 물가 상승에 따른 대안 없어
기업출연으로 구성된 민간단체, 자진해서 독거노인 복지 앞장

복지센터에서 프로그램 중인 독거 어르신. [일요서울]
복지센터에서 프로그램 중인 독거 어르신. [일요서울]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겨울철 전기·가스 등의 공공요금이 급등하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은 최소한의 경제 여건도 보장받지 못해 위태로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 ‘독거노인’은 사회정보망에서 고립돼  고독사(孤獨死), 생활고 등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주위의 관심으로부터 멀리 떠밀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결국 독거노인 복지는 민간단체의 몫으로 남았고 정부나 지자체는 방관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빠르게 고령인구가 늘고 있다.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독거노인’ 수도 2005년 기준 74만 명에서, 2018년 144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인 12.6% 대비 4배나 높은 45.7%이며,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인 18.4명(10만 명당) 대비 3배나 높은 58.6명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공요금이 대폭 인상되며 취약계층 특히, 독거노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가스비는 36.2%, 전기세는 29.5%가 인상됐다. 이에 정부는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 경감지침’을 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위기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 돌봄·응급 지원, 물가 상승 대안 전무(全無)

보건복지부는 기존의 사업을 유지한다는 기조다. 현재까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독거노인을 위한 지원계획 및 정책에 대해서는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기초연금대상자’ 중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에게 복지관이나 관련 수행 기관에서 전담사회복지사를 통해 제공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안전확인’, ‘가사지원’, ‘사회참여활동지원’ 등이 포함된다. 복지부는 지원대상이 5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응급안전서비스는 가정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장비를 설치해 화재, 낙상 등의 응급상황 발생 시 119에 신속한 연결을 도와 구급·구조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지역사회 내 안전한 생활을 돕는 지원사업”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거노인의 ‘4대고’인 소득, 건강, 안전, 여가를 기준으로 지원정책을 마련한다”며 “난방용품 등을 후원하지만, 아직 보조금 지원은 예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특히 최근 서민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전기·가스비 인상에 따른 대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히 난방용품 등을 보조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함으로 발생하는 전기세 문제도 역시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서울·경기 ‘독거노인 복지’ 공공요금 인상 대안 없다

지자체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독거노인 복지 사업은) 올해는 기존 사업만 유지할 것 같다”며 “신규로 계획된 사업은 없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독거노인 지원계획 및 정책에 관한 질문에도 “경로당, 요양원 등 시설에 대한 지원은 있으나 (독거노인) 개인 가정을 대상으로는 하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복지시설, 경로당 등에 난방비 346억 원을 지원했지만, 고립된 독거노인 개인에 대한 지원은 밝힌 바 없다. 독거노인의 경우 고독사율이 높은 만큼 개인의 고립이 문제가 돼 관련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 또한 “보건복지부와 함께 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하고 있으나,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독거노인 고립) 관련해 별도의 사업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산광역시나 광주광역시 등 광역단위 지자체 또한 보건복지부의 공통된 지원사업 외에는 특별한 정책은 없었다. 

반면 전라남도 장성군의 경우 난방비 급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긴급난방비 예비비’를 편성했고, 경상남도 남해군도 ‘긴급난방비 지원’을 진행해 독거노인 가계의 어려움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발로 뛰는 비영리단체

일요서울은 비영리 재단 등 시민단체가 독거노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단체 관계자는 “국내 노인 중 약 20%는 독거노인으로 우울·고립감이 더 심하고,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라며 “독거노인 자립을 위한 일상생활 자립, 사회성 증진, 건강 증진 3가지 영역에서의 지속가능한 복지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현재를 분석했다.

기업 출연금으로 구성된 한 재단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환경개선과 일상자립 프로그램 지원에 나서고 있었다. 고립된 환경으로부터 외부 공간을 제공하고, ‘태블릿 PC 기반 인지재활 프로그램’, ‘일상생활자립’, ‘사회성증진’, ‘건강증진’ 등을 지원했다.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독거노인 3973명(누적)이 전국 17곳 센터에서 지원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간단체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독거노인 실태파악’을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보면 “기초생활수급비 수십만 원으로는 월세도 충당이 안 된다”며 “구체적인 실태파악에 나서야 한다. 건강 문제나 경제적 여건, 환경적 요인 등 어려움이 다양한 데 비해 정책은 획일적이고, 적재적소에 지원이 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증거로 독거노인 지원과 관련 부정수급을 하는 사람도 많고, 필요한 사람이 지원을 못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실질적인 정책 효과가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비판했다.

오히려 비영리단체가 현장에서 독거노인 문제해결을 위해 손발을 맞추고, 목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경기 성남시 한 다가구주택에서 생활고에 시달린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 등 정책 대상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활동 중인 독거 어르신들. [일요서울]
활동 중인 독거 어르신들. [일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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