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매매 과정 200억 행방묘연’ 대북송금 의혹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해외 도피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KH 부회장. [뉴시스]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해외 도피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KH 부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와 쌍방울 김성태 회장 등이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인터폴 적색 수배에도 불구하고 황제도피를 이어가고 있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카지노를 소유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엇보다 해당 카지노의 매매 과정에서 손상처리 된 200억 원 등의 행방이 묘연해 또 다른 대북송금 의혹이 제기됐다. 

카지노, 매각 과정서 손상 처리 200억 왜?
‘경제공동체’ 쌍방울 김성태 “대북송금” 혐의 재판

인터폴을 피해 해외 도피 중에도 카지노와 리조트 이용 등 ‘황제 도피’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관계사 등 기업을 통해 필리핀 소재의 카지노까지 소유한 바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카지노의 매매 과정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200억 원이 손상처리 된 것으로 나타난 것. 이렇게 사라진 200억 원이 대북송금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배 회장은 현재 대북송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른바 ‘경제공동체’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미 김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지만, 검찰은 추가적으로 증거 파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검찰이 최근 배 회장이 김 회장의 대북송금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런 의혹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손상차손으로 사라진 215억 원. [이창환 기자]
손상차손으로 사라진 212억1500만 원. [이창환 기자]

배상윤 회장 측근, 안원환 필룩스 대표 등장

KH그룹의 배상윤 회장이 카지노를 보유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배경에는 투자·인수·합병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KH필룩스 대표 출신 안원환 씨가 있다. 공인 회계사로 알려진 그는 2018년 3월 KH그룹의 자회사인 필룩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재무담당 이사였던 그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바이럴진 인수로 법적 문제에 휘말리면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안 대표는 필룩스가 바이럴진 인수를 마치자, 또 다른 업체로 넘어갔다. 전통의 공작기계전문업체 유지인트가 느닷없이 제약사업에 나서면서 에이비프로바이오로 상호명을 변경한 이후다. 에이비프로바이오의 최대주주는 베리타스투자조합인데 이 투자조합의 최대출자자는 원진파트너스. 바로 안원환 대표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회사다. 그는 에이비프로바이오 총괄사장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바로 이때부터 카지노 인수와 매각을 둘러싼 수상한 매매 정황이 포착된다. 에이비프로바이오의 공작기계부문 Y 대표가 2020년 1월 루덴스개발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뒤이어 안원환 대표가 2020년 7월 사내이사로 취임한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21년 2월23일 나란히 사임했다. 이유는 루덴스개발을 매입했다가 불과 1년 만에 다시 매각했기 때문이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2019년 7월을 전후해 루덴스개발을 23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불과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2021년 2월 이들은 루덴스개발을 27.7억 원에 매각했다. 그 사이 약 200억 원이 증발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Y 대표와 안원환 대표가 루덴스개발에 취임해있는 동안 이들은 200억 원을 손상 처리했다. 

이들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9년 기준으로 150억 원 매출을 올렸던 업체다. 직전 2018년에도 158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업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2021년 2월 일제뉴바이오투자조합에 27.7억 원에 매각을 한 것. 일제뉴바이오는 230억 원 회사를 30억 원도 안 되는 돈으로 거저 얻은 셈이다. 

루덴스개발 소유 ‘카지노’ 필리핀 세부 ‘J파크’

J파크 카지노는 오프라인으로 직접 가서 즐길 수도 있지만, 해외에서 아바타 카지노로 이용할 수도 있다. 사진은 J파크의 CCTV를 통해 투자하는 모습. [이창환 기자]
J파크 카지노는 오프라인으로 직접 가서 즐길 수도 있지만, 해외에서 아바타 카지노로 이용할 수도 있다. 사진은 J파크의 CCTV를 통해 투자하는 모습. [이창환 기자]

이들 루덴스개발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취재진에게 “루덴스개발은 결코 30억 원 수준으로 매각될 수 있는 업체가 아니다”라며 “루덴스개발이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 중 한 곳인 벤투라 벤처스 가치만 100억 원에서 150억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루덴스개발은 벤투라홀딩스와 필리핀자회사 벤투라 벤처스, 모인코프 등 3개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벤투라홀딩스는 경영컨설팅 업체로 한국 소재지만, 나머지 두 곳 벤투라 벤처스는 카지노 허가권을 보유하고 있는 필리핀 소재 업제, 모인코프는 카지노 지분 99%를 보유하며 카지노를 운영하는 업체다. 

이 루덴스개발이 보유한 카지노가 바로 현재도 필리핀 세부 제이파크리조트(Jpark resort) 내에 있는 제이파크카지노(Jpark Casino)다. 이곳은 현지 방문객들이 직접 카지노를 즐길수도 있지만, 국내에서도 이른바 ‘아바타 카지노’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코로나19로 카지노 방문객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바타 카지노로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으로 현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라며 “이 모든 과정에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27억7000만 원에 루덴스개발을 매각한 그의 측근 안원환 대표가 연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쌍방울 김성태 회장과 경제공동체인 배상윤 회장의 측근 안원환 대표가 단 6개월 사내이사로 있으면서 2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손상처리하고 단 1년 반 만에 루덴스개발을 매각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200억 원의 행방은 알 수 없지만, 대북송금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태 회장과의 관계 등을 볼 때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A씨의 진술과 루덴스개발의 공시 자료 등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루덴스개발이 소유한 벤투라 벤처스의 카지노 허가권이 100~15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필리핀 등에 알려져 있고, 또 다른 필리핀 자회사 모인코프가 카지노로 벌어들였을 수익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으로 추정해 보더라도 최소 200억 원은 넘어서는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편 안원환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이비프로바이오는 지난해 3월31일 루덴스개발을 일제뉴바이오투자조합에 27억7000만 원에 매각 처분하고, 손상차손 212억 원을 공시한 바 있다. 

안원환 대표 등이 루덴스개발 대표와 사내이사 등으로 취임했던 내용. [이창환 기자]
안원환 대표 등이 루덴스개발 대표와 사내이사 등으로 취임했던 내용.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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