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프트럭 기사 “토양오염 밝힐 것” 무단 굴착까지
인천시의회 조사 나설까…소관 상임위 회부 결정

내부고발자인 제보자 A씨가 직접 포크레인을 동원해 폐주물사 매립을 제기한 지역을 파헤치는 장면. [제보자]
내부고발자인 제보자 A씨가 직접 포크레인을 동원해 폐주물사 매립을 제기한 지역을 파헤치는 장면. [제보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인천 서구에 위치한 공단지대에 “유해화학 폐주물사를 불법 매립했다”며 “내가 바로 그 당사자”라는 제보자가 나타났다. 이른바 ‘내부고발자’인 A씨는 1999년 신세계자원에 근무하며, 당시 구청에 신고한 것과 다른 오염물질을 불법 매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해당 업체의 덤프트럭 기사로 일하면서 약 5만 톤에 이르는 폐기물 불법매립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 서구청을 비롯해 정부 관련기관에도 수차례 민원을 넣었으나, 2010년 굴착 검사 이후 추가적 조사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인천 서구 지역에서 과거 불법적 매립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 제보자는 인천광역시 시의회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진정을 제기했고, 시의회는 상임위 회부를 결정했다.

감사원·환경부·경찰 등 10여 차례 민원… 의혹 남은 이유 “내가 직접 매립했다”
불법 매립 의혹 업체 대표와 민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 모종의 관계에 주목

인천광역시 서구청에 따르면 A씨의 민원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9월20일 인천시 서구청은 신세계자원의 동의를 얻어 현장 조사에 나섰다. 4개 지점을 선정하고 포크레인 굴착 및 시료를 채취했다. 다만 당시 서구청은 민원인 A씨가 동석하길 원했으나, A씨는 업체 측과의 관계를 고려해 참여하지 않았다. 시료는 서구청 환경보전과에 의해 인천광역시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졌다. 

“유해화학물질 폐주물사, 불법 매립 밝혀 달라”

보건환경연구원이 2010년 10월1일 작성한 폐기물시험성적서에 따르면 납, 구리, 비소, 카드뮴 등이 일부 검출되긴 했으나, 기준치 이내였다. 하지만 A씨는 같은 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동일한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 서구청 환경보전과는 토양오염도 검사를 실시했고, 토양우려기준 초과에 따른 토양정밀조사에 나섰다. 32개 지점 198개 채취(지하수 2개 포함)를 통해 토양 정화조치명령을 통보했다. 

인천 서구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최초 민원 제기 이후 현장을 찾아 굴착과 함께 검사를 진행했던 상황인데다 (국민권익위 민원 제기로) 그 뒤로 토양검사까지 했다”라면서 “당시에 전체적으로 토양오염도 검사를 통해 일부 (기준치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화조치를 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토양오염 외 불법 매립 관련 민원이 지속되는데 대해)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데 한 사업장을 수없이 점검할 수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인천서구청과 국민권익위 민원에 이어 2012년 3월 감사원에 재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서구청으로 이를 이관했고, 서구청은 신세계자원에 협조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체 측은 “구청 지시(2010년)로 현장 굴착 결과 위반사항이 확인되지 않았고 토양오염 정화작업까지 완료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해화학 폐주물사 매립 의혹이 제기된 장소에 운영 중인 벽돌 공장. [이창환 기자]
유해화학 폐주물사 매립 의혹이 제기된 장소에 운영 중인 벽돌 공장. [이창환 기자]

신세계자원 임원 B씨는 지난 7일 취재진에게 “A씨의 지속적인 민원제기는 회사에 악의적 감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010년 굴착하면서 시료 채취한 이후 더 이상 우리는 응하지 않았다. A씨에게 (요구대로) 해줄 의무도 없고, 할 것도 다했다”라면서 “당할 만큼 당했고, 더 이상은 민원을 넣더라도 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A씨가 민원을 제기한, 권익위를 비롯해 인천서부경찰서, 감사원, 인천서구의회 등에서는 앞서 2010년의 굴착 검사 등을 근거로 서구청으로 이첩하거나, 내사 종결했다. 인천서부경찰서는 “정당히 행정처분 명령에 의해 정화조치가 이뤄졌기에 본 건 내사 종결”이라고 답변을 통지했다. 

덤프트럭 운전수는 왜 무단굴착까지 했나

신세계자원 측의 주장대로 A씨가 악의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면 A씨가 경찰에 고발당하면서까지 해당 위치에 불법 굴착을 진행한 것은 이해가 쉽지 않다. 그는 2022년 3월 개인 비용을 들여 포크레인을 동원하고 신세계자원 사업장에 진입했다. A씨는 폐주물사 매립지로 추정되는 지역을 굴착했고, 이후 업체 측에 의해 경찰에 고발당했다.

결국 그는 포크레인 용역비용과 더불어 신세계자원을 무단으로 들어간 데 대해 건조물침입 등으로 벌금 1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왜 A씨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걸까. A씨는 “2010년 민원제기 당시 확인된 시료는 정확하지 않다. 굴착하고 팠다는 곳의 토양 배열이 매립 당시 순서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주변 오염지역에서 각종 질병을 앓고 있거나, 기형아 강아지 탄생 등을 보면서 화학유해 성분 불법 매립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라면서 “내가 덤프트럭 기사로 근무하면서 수도 없이 불법 폐기물을 직접 실어 날랐고, 그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로 인해 벌을 받게 된다하더라도 달게 받을 준비는 돼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 기관에서 매립지를 굴착해 정확히 분석 및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약 5만 톤에 이르는 폐기물이 매장돼 있다. 15톤 트럭으로 3000대 이상의 분량이다. 최초 신고하고 성토(저지대에 쌓아 땅이 메워지는 폐기 형태)하는 과정에서 신고했던 점토점결(인체 무해)폐주물사와 토사 등을 혼합해 버린 것이 아니라, 유해화학 폐주물사를 그대로 버렸다는 주장이다. 

실제 신세계자원은 1999년 성토재 혼합비율 부적정 등으로 위반사항이 적발돼 2차례나 행정 명령을 받은 바도 있다. 다만 A씨가 주장하는 화학유해 물질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 신세계자원 측의 답변이다. 

인천 서구청 주관 신설 도로 예정 도면. 빨간 실선이 도로. 신세계자원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인천 서구청 주관 신설 도로 예정 도면. 빨간 실선이 도로. 신세계자원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인천 서구 해당지역은 오염 고발지역 1순위

문제는 인천 서구의 해당 지역은 이미 각종 오염으로 인해 악평이 높다. 바로 옆 사월마을은 비산 먼지가 날리며, 2019년 정부로부터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오류동 내의 한 공장은 해당 부지에 신축 공장을 짓기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서 매립된 폐기물을 발견해 매각 당사자와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 서구청은 해당 지역에 도로 공사를 예정하고 있다. 특히 A씨가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온 신세계자원 부지가 포함된다. 서구청 도로과 관계자는 “해당 (신세계자원) 부지는 구에서 건설하는 도로가 지나는 곳으로 예정돼 있다”라면서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 보상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은 인천시, 서구청, 업체 측 등 세 곳이 선정한 감정평가 업체를 통해 보상액을 산출하게 된다.

만에 하나라도, 해당 부지에 A씨가 직접 매립을 주장하는 유해화학 폐주물사가 매립된 것이 맞으면 해당 업체는 도로 공사로 인해 오히려 서구청으로부터 보상을 받고 땅을 내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신세계자원 측은 “공시지가로 보상받아 좋을 것 없다”고 답변했으나, 서구청 도로과가 설명한 ‘시세 따른 감정가 보상’과는 상반된다. 

번번이 거부되는 민원, 신세계자원 대표 영향력?

A씨는 “십여 차례 이상 민원이 번번이 거절되거나 서구청으로 이첩 또는 내사 종결되면서 결과도 모른 채 마무리 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신세계자원 대표의 지역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 신세계자원 대표는 인천대 동문으로, 인천지역 민주당 소속 C국회의원과 관계가 깊다. 2014년 인천대학교 입학식에서 인동회라는 인천대 출신의 정재계 동문 모임을 통해 장학금 전달하는 과정부터 동행이 포착됐다. 

이후 신세계자원 대표는 C의원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박태환수영과학진흥원 이사장을 맡았다. 연탄봉사와 더불어 동행하는 모습이 수차례 언론에 노출됐다. 특히 지난해 인천자원순환특화단지조합 사옥 준공식에서도 이사장을 맡은 신세계자원 대표와 축하 내빈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A씨는 “인천 서구의회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함께 하겠다는 구의원들이 다수 있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1~2주가 지나면 전화를 회피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A씨는 ‘마지막 희망’이라며 지난 4일 인천광역시 시의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시의회에서 이를 받아들이면 상임위로 올라가 의회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다. 

한편 인천시의회는 지난 7일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A씨가 의회사무처에 제출한 진정서가 소관 상임위(산업경제위원회)로 회부됐다“라면서 ”관련 처리 진행 중이오니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연락해 왔다.

인천광역시 시의회에 제기된 환경오염 관련 진정. 시의회는 상임위 회부를 결정했다. [인천시의회]
인천광역시 시의회에 제기된 환경오염 관련 진정. 시의회는 상임위 회부를 결정했다. [인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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