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K저축은행, 시공사 한통속?… 과연 금융감독원 나설까

더케이저축은행 앞에서 시위하는 수분양자. [이창환 기자]
더케이저축은행 앞에서 시위하는 수분양자.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00년대 초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서 세계 최고 수질의 온천이 발견됐다. 온천단지 개발이 시작됐고 수백억대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됐다. 하지만 시행사와 시공사는 공사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도중에 시공사가 변경되고 시행사 대표도 바뀌었다. 수백억 원을 투자하면서 온천을 분양받은 투자자들은 주관 금융사로부터 ‘신용불량자’로 내몰렸다. 이런 가운데 2016년부터 진행된 공사는 수년째 중단을 반복하는 상황. 일부 건물은 외벽까지 만들어졌지만, 일부는 뼈대만 올라가 있다. 그마저도 1년째 방치돼 있어 흉물스럽기만 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피눈물 흘리는 수분양자의 절규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공사 중단에 뼈대 드러낸 건축물… 공사비 대출은 시행사 채무변제?

지난 12일 찾아간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리안월드 공사 현장. 서울시로부터 80km, 강화대교로부터 약 30km 거리에 있는 현장은 석모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320미터 해명산 정남쪽에 위치한 매음리에 소재한다. 과거 염전이었던 지역에서 온천개발이 진행된 터라 붉은 색의 염생식물(鹽生植物)이 주위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해명산 허리를 돌아 내려가는 길, 고층 건물 하나 없는 시골이라 먼 곳에서도 단번에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일부 기둥과 뼈대가 드러나 공사가 중단된 상황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미네랄 함유량이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수질이 좋아 온천 지역 가운데 국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던 곳이지만 공사는 재개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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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반도 전체가 우기(雨期)에 접어들면서 쏟아지는 폭우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온천 단지 옆에 예정된 호텔 건축 현장에는 현장 관리팀장이 공사장으로 쓸려 들어간 진흙을 청소하려고 안간힘이었다. 그 뒤로 보이는 리안월드 공사현장 가운데 하나인 ‘효자촌’ 지구의 한옥은 흉물스러워 보였다. 

한옥 뿐 아니라 ‘모던 빌리지’ 역시 콘크리트 외벽을 세우고 지붕만 올려뒀을 뿐 껍데기뿐이었다. 단지 구성을 위한 내부도로나 원활한 공사 차량의 이동을 돕는 기본적인 도로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공사중단된 리안월드. [이창환 기자]
공사중단된 리안월드. [이창환 기자]

공사장 입구도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와 함께 ‘통행금지’ 푯말이 서있고, 시공사인 동호건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늘어져있었다. 이미 1년 반이나 공사가 중단된 탓에 입구에는 거미줄이 가득했고, 현장 관리인이 출근하면서 세워둔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석모도 리안월드 핫스프링빌리지 계약자 협의회(이하 협의회) 언론 담당 A씨에게 현장 관리자들에 대해 물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공사도 중단됐는데, 공사를 못할 것 같으면 확약에 따라 책임을 져야하고, 은행은 나가라고 강제해야하는데 그대로 방치돼 있다”고 답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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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K저축은행·시공사 한통속? 신용불량에 내몰린 투자자

공사 중단으로부터 이어진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 문제다. 2016년부터 진행된 초기 공사에서 처음 시공사로 들어왔던 업체는 제대로 삽도 뜨지 못하고 쫓겨났다. 그렇게 2019년 들어온 시공사는 업계에서 대규모 공사 진행 경험이 있던 동호건설. 동호건설은 추가 공사비를 요청했고, 투자자들은 이를 마련하기 위해 더케이저축은행으로부터 집단대출을 진행했다. 

2021년 3월26일 322억 원의 대출이 승인됐고, 그렇게 마련된 금액은 전액 시공사의 통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실제 공사에 쓰인 비용은 140억 원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비용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협의회 측은 “더케이저축은행이 계약자에게 대출 안내를 할 때 ‘각 세대 준공자금, 즉 공사비로 쓸 것’이라고 안내를 했었다”라면서 “그런데 2021년 12월 공사 재개 9개월 만에 다시 공사가 중단됐더라. 알아보니 대출금액 322억 원 가운데 150억 원은 시행사의 채무를 변제하는데 쓰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했는데, 책임준공을 이행되지 않았다”라면서 “지난해 3월(대출 시점으로부터 1년) 해당 사실과 관련해 은행이 제반조치를 하도록 요청했으나, 은행 역시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은행이 지급명령을 청구하고 법원으로 넘어가도록 만들었어야 하지만, 이를 1년이 넘도록 지연시키다가 투자자들에게 그 책임이 돌아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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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스러운 대출 계약, 더케이저축은행은 왜?

더케이저축은행은 대출 이자 등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투자자에게 상환 요구를 시작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은행에 시행사와 시공사의 책임을 묻도록 요구했지만, 더케이저축은행은 투자자들을 신용관리대상자로 등록시켜 금융거래를 꽁꽁 묶어버렸다. 

더케이저축은행 측은 지난 11일 취재진에게 “지난 6월 중 연체 이자를 납부하면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고 수분양자들에게 안내했다”라며 “만기 3개월 경과 시 신용관리대상자로 등록돼 금융거래 제약 발생 가능성도 안내했으나 연장 진행 의사가 없어 연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및 시공사 등 연대보증인 전원을 대상으로 지급명령 신청해 진행 중”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시공사에 대해 필요한 법적조치(공사대금채권 추가 가압류 등)를 실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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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더케이 측이 예초부터 책임준공을 약속한 시공사에 책임추궁을 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특히 공사비로 대출이 실행됐으나, 시행사의 채무 변제라는 다른 용도로 쓰인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협의회 측 관계자는 “시공사는 서약 서류에서 책임준공을 말하면서도 공사 기일을 적지 않았었다”고 지적했다. 

또 “각각 수분양자들이 자신의 분양 물건 담보 서류를 은행에 제출하는 등 공사와 관련 담보 대출로서의 서류 제공을 요구받았고 그렇게 진행됐다”라면서도 “대출이자 지연으로 수분양자를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둔 지금, 322억 원의 대출이 신용대출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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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과 공정위, 의혹 해소 나서줄까

결국 협의회는 이 사안을 금융감독원에 가져갔다. A씨는 취재진에게 “시공사인 업체와 은행이 공모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넣고 판단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당 민원에는 200여명의 수분양자가 동참했다. 

윤석열 정부는 금융소비자 피해 방지와 권리 보호를 위해 국민 청구가 가능토록 창구를 만들었다. 해당 사안이 받아들여지면 금감원 조사국이 나서서 사안을 검토하고 현장 조사에 나서게 된다. 과연 금감원이 더케이저축은행과 대출 과정 및 시공사와의 계약 과정 등을 두고 조사에 나설지 이목이 모인다. 협의회는 이번 사안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앞서 300명이 넘는 수분양자들은 각각 1억 원씩 더케이저축은행에 공사비 대출을 신청했고, 더케이저축은행은 시공사인 동호건설의 통장으로 322억 원을 입금시켰다. 동호건설은 책임준공을 약속한 시공사이자 연대보증인이다. 그럼에도 더케이저축은행이 대출금을 시공사가 아닌 수분양자만을 상대로 대출 이자를 요구하며 금융거래 정지까지 시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세계 최고 수질은 자랑하는 석모도 온천단지 리안월드 개발 사업이 수년째 지체되고 있다. 시행사, 시공사, 금융 대주단 더케이저축은행을 둘러싼 대출 계약 및 거래 과정을 두고 투자자들의 의혹을 제기한 문제의 해답을 금감원과 공정위 등 감독기관을 통해 풀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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