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vs 경찰 ‘대공수사권’
수십년 현장 노하우 교육으로 가능?

지난 2월 국정원을 방문해 업무 보고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지난 2월 국정원을 방문해 업무 보고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일요서울 | 이창환]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집중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당장 4개월 뒷면 국정원이 갖고 있던 대공수사권을 모두 경찰에게 몰아주게 된다. 특히 국정원이 집중하며 수십년간 노하우로 정보를 취득해온 해외 방첩망 관련 수사권이 경찰로 이첩되면서, 그 노하우와 방법을 경찰이 얼마나 빠른시일 내에 정상적으로 습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흉기난동이나 각종 이상동기범죄 등에 대한 대응으로 경찰이 현장 인력 확대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 경찰 내부적으로 인력 부족에 대한 분석과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수사권 집중으로 경찰의 의무와 권한이 확대된 데 대한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다.

치안인력 부족한 경찰, 현장 인력 강화 나선다? 대공수사인력은?
정우택 부의장, “경찰은 민생치안 업무 전념 국민 불안 최소화”

최근 시민을 위협하는 흉기난동과 이상동기범죄 등에 의해 시민 불안이 증폭되면서 경찰이 현장 인력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경찰 인력 확충과 관련된 이슈는 사방에서 커진다. 유커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관련 경찰은 치안 수요에 대비해 특별 치안 강화 등 인력을 추가 배치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또 주요 지하철 인근에서 각종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사·체포 등 특별사법권이 없는 지하철보안관이 치안유지와 예방에 경찰의 보조 역할만 하고 있어 결국은 현장에 경찰이 달려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경찰은 현장 인력을 확대해 시민들의 불안을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인력 증원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경찰, 전체 인력 그대로인데…대공수사 인력 확대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경찰로 집중되는 대공수사권도 여전히 큰 문제다. 경찰은 국정원과 협력해 국정원이 보유한 해외 방첩망 관련 수사권까지 모두 이양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인력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깊은 의문이 남아있다.

2020년 12월13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에 따라 국정원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대공수사권은 오는 2024년 1월부로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로 이관된다.

하지만 이를 도맡을 경찰이 준비를 갖췄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현재 각종 사건 사고 현장 대응 인력이 부족해 의경(의무경찰제도에 따라 군 복무를 대신한 경찰)을 다시 부활시키려는 일각의 주장에 반대의사를 보이지 않았던 경찰이다. 각종 집회와 기본적인 교통 업무를 대신하던 의경제도 폐지로 인력 활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개혁 일환으로 논의되면서 박근혜 정부 때 전경(전투경찰)을 폐지했고,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국정과제로 세운 의경폐지에 따라 2018년부터 매년 20%씩 모집인원 감축과 함께 상당수 줄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3월5일 일요서울에 “(대공수사권 전담으로) 수사 인력이 더 필요하다”라면서도 “공무원 정원 기준 등으로 현재의 비수사 인원을 수사 인력으로 돌려 600명 규모에서 800명으로 늘렸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대공수사 분야에만 투입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자체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경찰이 비수사 인력을 수사인력으로 전환시켰지만, 이들이 다시 또 다른 현장에 투입돼야 할 상황이어서다. 그렇지 않고는 경찰이 공언한 현장 인력 확대는 더더욱 불가능한 상황.

국정원의 수십년 노하우, 단 몇 개월 교육으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수십년 노하우를 파악하고, 이를 습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재 경찰청 조직 일부에서 대공수사권 관련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안보 분야 교육을 받고 대공수사 현장에 투입해도 되는지 검증할 방법이 당장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9월1일 취재진에게 “현재 경찰청 산하 한 분실에서 대공 수사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라면서도 “현재 대공 수사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고 해서 경찰이 수십년의 국정원 해외 방첩 능력과 관련된 수사 등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은 해외 방첩망과 첩보 능력으로부터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라면서 “경찰이 대공 관련 국정원의 해외 첩보 등을 통해 수집한 것을 전해 받아 대공 수사에 나서는 것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완벽할지 보증할 수 있는 이는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경찰청은 “국정원의 정보를 잘 받아야 한다”라면서 “내년부터 국정원이 수사를 못하면 좋은 정보가 사라질 수 있기에 (수사부터) 검거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을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원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가정보원 조직의 존재의 이유, 즉 본질적 책무는 우리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자유 수호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정보기관 직원의 자세와 마음가짐은 남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하는 방식과 근무태도 역시 여타 국가기관 공무원과 달라야 한다”며 “거대한 제방도 작은 개미굴에 의해 무너지듯, 국가안보 수호에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 관련 “분단된 한반도의 안보현실은 엄중하고, 국제정세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며 “북한 정권의 오판과 도발을 무력화하고 글로벌 정보전에서 당당히 경쟁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미래 핵심기술 확보와 이를 지키는 것이 국가안보 디딤돌”이라며 “국정원이 민관군과 긴밀히 협력해 국가사이버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첨단기술을 북한·해외·방첩정보 분석에 적극 접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우택, “대공수사권 국정원 존치 논의 필요”

지난 8월29일 국회부의장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대공수사권의 국정원 존치와 관련된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2024년부터) 국정원이 경찰에 대공수사 관련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라면서 “모든 권한이 경찰에 있는데, 국정원이 그 책임을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경찰은 아직 대공수사 역량과 전문 인력 및 경험이 부족한 현실에 있다”라면서 “대공수사권 이전을 마냥 반기긴 어렵다는 경찰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찰 본연의 업무인 민생치안 이슈들이 다양화·심화하는 추세인데, 치안 최일선의 지구대·파출소 현장인력조차 부족한 경찰이 치안업무와 공안업무 모두를 잘 수행해 낼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안범죄는 국민 안전과 생명, 자유와 권리, 종국에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현실은) 대공수사권 이양에 따른 혼란이나 경찰의 경험축적, 시행착오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찰은 민생치안 업무에 전념해 국민 불안을 덜어주고, 대공수사권은 국정원에 존치시키는 방향으로 대공수사 정상화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경찰 고위직 출신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현장에서 국정원의 노하우가 담긴 대공수사권을 경찰이 완벽하게 이행해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경찰은 기존에도 대공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일부를 존치시켜 협력하는 방법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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