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사로 위장… “서울프레스라고 들어보셨나요?”

국정원과 사이버안보센터 및 민간 보안업체가 함께 합동분석협의체를 구성해 위장 언론사 사안에 대응하고 나섰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국정원]
국정원과 사이버안보센터 및 민간 보안업체가 함께 합동분석협의체를 구성해 위장 언론사 사안에 대응하고 나섰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국정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중국을 향한 국내 여론이 차갑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불과 한 달 전에 치렀는데 오히려 반중 정서는 악화되고 있다. 올 초 서울 잠실의 한 중식당이 중국 비밀경찰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 제기로 중국에 대한 경계심마저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언론사로 위장한 중국發 뉴스 웹사이트가 공개됐다. 이에 정부는 사이버 안보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 특히 정보당국은 향후 한국 내 여론 조성에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까지 내놨다. 

한국 홍보업체 흉내, 텐센트社 호스팅 받는 중국 업체 무더기 적발
국정원, 중국 홍보 및 미국 비난 등으로 국내 여론 조성 가능성도 있어

지난 10월1일 펼쳐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에서 한국은 중국과 맞붙었다. 아시안 게임 중 펼쳐진 한중전 가운데서도 가장 관심을 모은 종목이었다. 한중전 축구 경기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뜨거운 응원전 양상으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다음(daum)’에서 클릭 응원전을 펼친 결과가 우리의 기대나 예측과는 다르게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축구경기는 2대0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이 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하게 됐지만, 이튿날 다음(daum)이 공개한 클릭응원전은 대한민국의 대패였다. ‘중국 응원하기’의 클릭 수는 2300만이 넘었고, ‘대한민국 응원하기’ 클릭 수는 210만에 불과했다. 단순히 중국을 응원했다고 해서 논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 대표 포털인 다음에서, 그것도 바로 전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완승을 거둔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응원수가 대한민국 응원에 비해 10배가 넘었다는 사실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또 다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공개한 응원에서는 중국 클릭수가 26만회, 한국 응원수가 322만회 수준으로 전혀 다른 결과 값을 나타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포털 여론조작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으나, 포털 다음의 경우 로그인을 하지 않고 응원할 수 있었기에 재한 중국 동포나 중국인들의 중국 응원이 쉬웠기 때문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럼에도 매크로를 사용한 조작의 흔적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다음의 온라인 응원전은 중국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기우는데 일조했다.

정확한 배후 세력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국정원 등 정보당국은 향후 국내 여론 조작 용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국정원자료]
정확한 배후 세력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국정원 등 정보당국은 향후 국내 여론 조작 용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국정원자료]

그럴듯한 가짜 언론사, 서울프레스·부산온라인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국정원과 사이버안보센터 등 국내 정보기관이 ‘중국의 (한국)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 악용 사례’를 공개했다. 실제 국내에 등록된 언론사가 아니지만 한국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가 버젓이 온라인상에 존재했다. 국정원 등은 중국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활동에 나선 것으로 풀어냈다.

복수의 중국 홍보업체는 한국의 언론사 및 뉴스와이어(뉴스배포전문채널) 등으로 위장해 실제 한국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 게재하기도 했다. 이들이 마치 언론사처럼 웹사이트를 제작해 기사 게재를 하고 있는 사이트는 국내에 언론으로 등록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 서버조차 중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홍보회사 Haimai(하이마이)社는 타임즈뉴스와이어(Timesnewwire)라는 뉴스와이어 플랫폼을 활용해 자체 제작한 국내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 18개를 생성했다. 또 이를 통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치·사회 관련 콘텐츠를, 정상적인 국내 기사와 함께 무단으로 유포했다는 것이 국정원의 설명이다. 

이들은 위장 언론사를 만들면서 서울프레스, 부산온라인, 대구저널, 충청타임스 등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있을 법한’ 이름을 사용했다. 만일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한다면 충분히 혼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이런 위장 사이트의 도메인이 중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텐센트社의 호스팅 서버로 확인되면서 그 배후에 대한 갖가지 의혹도 제기됐다.

배후 세력은 미상(未詳) “친중반미 내용 상당수”

다만 국정원에 따르면 아직 이들이 위장 웹사이트를 만들어낸 목적이나 의도를 알 수 없고 그 배후세력 역시 단정 지을 수 없다. 국정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배후 세력은 미상이며, 여론 조작 등이 목적인지, 아직은 그 의도를 알 수도 없다”라면서도 “우선은 패턴을 살펴본 결과 친중반미(親中反美) 내용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답했다. 

특히 하이마이社를 비롯해 또 다른 위장 언론 웹사이트를 생성 및 관리하고 있는 Haixun(하이준)社 역시 타임즈뉴스와이어나 월드뉴스와이어(Wdnewswire)를 통해 보도자료 배포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뉴스와이어와 연동된 위장 한국 언론사는 11개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제주 4.3사건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국 관련 홍보 및 보도자료로 확인됐다.

구글이 인수한 사이버 보안 기업 맨디언트는 지난 7월 ‘하이에너지(HaiEnergy) 공개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준社가 보유한 위장 웹사이트 72개 가운데 9개가 한국어로 제작된 사이트였다. 이들 9개는 하이마이社의 위장 사이트와 달리 정상 기사를 무단 게재하지는 않았으나, 게시된 글 가운데 일부가 반미(反美) 성향의 글로 확인됐다. 

특히 이를 두고 정보당국은 해당 사이트의 본문 기사 내용에 포함된 이미지와 비디오 등의 호스팅 주소가 하이준社와 관련 도메인으로 확인된 것에 비추어 ‘중국의 영향력 활동’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을 가장한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라면서도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도 볼 수 없다”고 답해왔다. 

이번 사안과 관련 국정원과 국가사이버안보센터 등 정부 정보기관과 EST시큐리티, SK쉴더스, S2W, Wins 등 민간 보안전문업체로 구성된 합동분석협의체가 공동으로 정보 수집 및 정보 분석에 나서면서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당국은 이후에도 유사한 사이버 안보 이슈 발생 시 공동 대응해 나갈 전망이다. 더욱이 올 초 빚어진 국내 소재 중국비밀경찰서 의혹이 제기된 ‘동방명주’ 사안을 비롯해 이번 위장 언론사의 거짓 웹사이트까지 이어지는 영향력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정원이 공개한 중국의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 악용 사례. [국정원]
국정원이 공개한 중국의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 악용 사례.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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