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폐지된 국정원 앞, 경찰 대공 담당 ‘홍제분실’ 부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산하 안보수사국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의 역할 확대를 담당하게 된다. [이창환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산하 안보수사국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의 역할 확대를 담당하게 된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24년 1월1일부로 국가정보원은 대공 업무와 관련해 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으로서,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유지해온 대공수사권은 폐지됐고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일임하게 됐다. 과거 경찰, 검찰, 국정원은 나란히 국가의 3대 수사기관이었다. 때로는 동일한 사건을 두고 물밑에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대선정국을 전후해 이뤄진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따른 경찰의 수사권 독점에 이어, 2024년을 기점으로 대공수사권마저 온전히 경찰만 보유하게 됐다. 2023년 한 해 동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어졌지만, 경찰이 완벽하게 이를 대비했는지를 두고는 아직 의문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대공수사 핵심 기관의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 대공수사권 확대
국정원, 첩보 업무 강화 나서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1961년 중앙정보부,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 1999년 국가정보원.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그 전신으로부터 이어진 긴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대공수사권을 박탈당했다. 정부부처와 각 언론들은 ‘개정된 국가정보원법에 따른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국정원은 사실상 ‘대공수사권 폐지’라는 표현을 썼다. 

앞으로 국정원은 경찰의 대공수사에 협력하고 공조하는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대공 관련 이슈가 발생해도 국정원은 정보 수집만 할 수 있고, 경찰이 수사의 주체가 된다. 그렇다면 그간 국정원이 유지해왔던 대공수사권을 경찰이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어떤 것도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그간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을 경찰이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타 부처에서 근무 중인 전임 경찰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경찰이 대공수사 경험이 있고, 물론 나름의 노하우도 있으나 모든 대공수사를 완벽하게 담당해 낼 수 있을 지를 묻는다면 ‘불가능’이라고 본다”라면서 “어쩔 수 없이 당장은 국정원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청 수사부서 퇴직 간부는 최근 취재진과 만나 “경찰의 대공수사권 일임에 대한 (일각에서의) 문제제기가 아닌 법으로 결정된 사안인 만큼 이제는 이를 위한 대비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본다”라면서도 “그럼에도 한 번에 모두 몰아가기보다 조금은 점진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홍제동 분실. [경찰청]
홍제동 분실. [경찰청]

경찰의 대공수사권 확대…비용, 장비 및 인력 증원은?

이와 관련 최근 일요서울은 2023년 10월 단독으로 ‘경찰청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첩 과정에서 인력 증원이 20명 내외에 머물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제 1539호 참조) 당시 경찰청은 홍제동 분실에 ‘안보수사 연구·교육 센터’를 개소하고 국정원 관계자 및 대공 분야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해 ‘대공수사’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당장 20명 교육하는 것으로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2차로 20명, 3차로 20명 등 연간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국정원의 그간의 노하우 및 경찰과는 다른 수사 방법 등에 대해 교육 훈련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앞에 그간의 노하우를 경찰이 모두 전수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사실상 큰 문제는 인력과 비용이다.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모두 익히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른바 ‘시간이 약’이라고 언급되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 

최근 동아일보가 보도한 ‘경찰청 수사 핵심 인력’ 관련 보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724명의 안보수사 인력이 2024년 750여명 수준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사실상 안보수사 인력 증원은 25명 안팎으로 2개월 전 일요서울이 보도한 20여명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결국 그간 증원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한 반증이다. 

경찰청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의 지원과 더불어 법 개정까지 필요하다. 즉 인력 증원에 따른 예산 확보에 이어 정부 각 부처 간 인원에 대한 공정성 여부 등도 부가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로 예상된다. 인력과 함께 대공 수사를 위한 장비도 예산을 필요로 한다. 

국정원, 해외 전지역 ‘재외국민 보호 조치 강화’

국정원의 대공수사 노하우 뒤에는 수십 년을 이어온 정보망과 첩보 능력을 지지하는 인력과 기술 및 장비가 공통으로 지원돼 왔다. 이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에도 이른바 최첨단 첩보 능력 유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즉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첩보 역량 역시 그에 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예산 확보가 요구된다. 

사실 2020년 초 국정원법 개정안이 나오기 직전 경찰에서는 그간 대공수사로 악명을 떨치던 옥인분실 등 보안 분실의 폐쇄 및 업무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과거 대공 및 보안 분실은 사이버수사 및 과학수사 등의 업무를 맡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법 개정에 따른 경찰의 대공수사 업무 확대로 경찰은 홍제동 분실을 대공수사 교육 거점으로 사용하면서 다시 대공 분실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법개정에 따른 역할 확대가 경찰의 기존 계획에도 지장을 초래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비판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개정된 국정원법에 의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폐지됐으나 이를 넘겨받은 경찰의 역량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 지속 제기되던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국정원은 혹시 모를 공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장 강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최근 “해외 전지역에 ‘국제안보이슈 관리 및 재외국민 보호 조치 강화’ 특별근무지침 하달 및 전국 지부에 ‘지역에서 발생 가능한 안보 위협 상황 예측해 선제적 예방 조치’를 지시했다”라면서 “대공수사권 폐지에도 조사권에 기반해 대공정보 수집 및 현장 활동을 강화하며,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근거해 국가안보 관련 재난정보 수집활동도 내실 있게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직원들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초심으로 똘똘 뭉쳐 총성 없는 정보전쟁에서 24시간 깨어있는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정원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당장 대공수사권 폐지와 더불어 국내 간첩 활동 등의 안보 문제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첩보와 방첩 업무에 더욱 집중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 철저히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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