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원장 떠난 자리… 대통령실, ‘신중한’ 침묵

윤석열 대통령이 방명록을 작성하는 동안 김규현(좌) 전 원장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서 있다. 2023년 2월24일.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방명록을 작성하는 동안 김규현(좌) 전 원장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서 있다. 2023년 2월24일. [대통령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가정보원의 수장자리가 공석이다. 김규현 원장이 떠나면서다. 이는 최근 대통령실 개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지난 6월 한 차례 원장 교체설이 나왔고 그로부터 5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다만 당시 김 원장에 힘을 실어줬던 대통령이 생각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국정원 1,2 차장도 전격 교체됐다. 내부 대립을 잠재우기 위한 대통령의 용단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지난 4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사퇴 이후 안보실과의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던 결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외부 입김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국정원은 주어진 상황에 묵묵히 대응해 나간다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김 원장의 사퇴와 동시에 1,2차장이 교체된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수위 높은 비판을 내놨다. 

김규현 전 국정원장 경질과 관련 안보실과의 이상 기류 의혹
1,2차장 동시 교체 및 하마평에 야권 비판 목소리 “국정원 장악”

지난 11월27일 국가정보원은 김규현 전 원장의 이임식을 열었다. 지난 1년 6개월간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이었던 그는 이임식에서 “난 1년 6개월 동안 새 정부에서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했고 상당한 결실도 이뤘다고 생각한다”라며 “국정원 직원 모두가 시대적 소명을 인식하고 최선의 역량을 발휘한 결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국가 운영에 가장 중요한 기관인 국정원을 바로 세우고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하도록 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충분히 기대에 부응했는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라면서도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길을 잃고 방황했던 국정원의 방향을 정하고 직원 모두가 다 함께 큰 걸음을 내딛은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회를 털어왔다.

김 원장 재임 기간 성과로 국정원의 정체성 확립과 조직역량 강화, 안보 침해세력 척결, 가치동맹과 국익 창출 뒷받침 등이 꼽힌다. 유창한 영어와 폭넓은 외교 라인이 미국·영국·호주 등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 체제 정상화를 끌었고, 북핵이나 러-우크라戰 및 하마스-이스라엘戰 등 현안 정보의 긴밀한 공유와 대응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경남·제주 지하조직 및 민노총 간첩, 전북 고정간첩 혐의자 등 북한 지령에 따라 국가기밀 수집 혐의를 규명해 검찰에 송치하는 대공 수사 성과를 끌어냈으며,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의 초대 원훈을 복원시켜, 국정원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평도 나온다.

대통령 “헌신” 주문에도 결국은 사퇴까지 이어져

이런 일련의 일들이 올 상반기 빚어진 인사 파문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김 전 원장을 한 번 더 신뢰한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은 인사파동 논란에 있던 이들에 대해 면직처분 하고, 김 원장에게는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해 달라”고 주문하며 다시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던 사태는 이어졌다. 특히 이런 일이 대통령의 순방이 이어지는 중에도 지속 빚어진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앞서 김 전 원장은 인사 파문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보고에 앞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전언.

다만 지난 4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떠난 뒤 안보실과 국정원의 관계는 자연스럽지 못했다는 것이 주변의 풀이다. 국정원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의 사퇴 이후 다양한 통로를 통해 하마평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한 안보실의 반응을 보더라도 국정원과의 관계를 인지할 수 있다.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로는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얀구원 이사장, 김승연 국정원장 특보 등이 있으나 당장 뚜렷한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을 두고 정계 일각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보기관의 원장과 차장들을 동시에 교체한 적이 없었다”라면서 “(차기) 원장이 누가될지 모르는데 차장부터 임명하는 것은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원을 장악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성옥 이사장이 하마평에 오르는 것과 관련해 “정치 개입의 상징으로, 국정원 댓글 공작 당시 국정원 내 심리전단장으로 법원에서도 죄가 확정돼 자격정지를 받았었다”라면서 “갑자기 최고의 대북전문가라고 띄우기 시작했는데, 국정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김용현 처장과이나 천영우 수석 등과 관련해서는 안보실 내부에서 반대하는 기류다. 

윤 대통령 나선만큼, 자연스럽게 상황 수습될 것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 차례 굵직한 인사 관련 이슈에 휘말렸던 국정원의 상황으로 홍역을 치렀던 대통령실은 아직은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우선은 국정원 1,2 차장을 중심으로 분위기 수습과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맡겨둔다는 설명. 

대통령실은 육사 43기 출신으로 국정원장 대북특보 등을 역임한 홍장원 1차장과 서울대 출신으로 북한정보국장을 역임하며 북한 정보 분야 전문가로 불리는 황원진 2차장을 선임했다. 이에 홍 1차장은 당분간 국정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겸하게 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월26일 김규원 전 국정원장과 권춘택 전 1차장, 김수연 전 2차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김 원장은 정권 교체기 국가 최고 안보·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 체계 주축을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대통령실은 즉각 신임 1,2차장 임명에 나서며 “하며,2 차장은 해외정보 및 대북 정보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 내부 사정을 아는 소식통은 “당장 국정원에 수장이 없어도 기조실장이나 정부특보 등 여러 대응이 가능한 인력들은 있어 업무 처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좌충우돌이나 안보실로부터의 입김으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문제가 수장 공백으로 우려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용단을 내리고 나선 만큼 상황은 빠르게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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