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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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내년부터 단독으로 대공수사권을 갖게 되는 경찰이 이달 초 대공수사 인력 양성을 위한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를 개소했다. 경찰은 대공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안보수사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를 두고도 염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기존에 대공수사를 해왔다는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첩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 대공수사 관련 교육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더욱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인력, 장비,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대공수사의 공백을 피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국정원 수십 년의 대공수사 노하우를 교육받는 이유는?
대공수사 인력·장비·예산 부족한 채 시작되는 국정원 대공수사 폐지

과거 북한의 대남공작은 국내와 국외로 선명하게 나뉘었다. 즉 북에서 남파하는 간첩이나 국내에서 내통하는 세력들을 대응하거나 내란을 꾀하는 이들에 대한 정보 수집부터 조사 및 수사는, 일부 국가정보원과 국군 기무사령부 등이 담당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국내 대공수사 부문을 담당하는 경찰의 몫으로 여겨졌다. 

반면 해외에서 거주하다 국내 잠입한 간첩, 그리고 해외에서 북한 또는 그 배후 세력과 접선하는 이들, 해외를 오가며 중간에서 혼선을 빚게 만드는 등 교란을 일으키고 해외 거주 교민을 상대로 간첩 또는 국가 전복 등의 위기를 야기하는 이들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수집과 조사 및 수사는 국정원이 담당했다. 

이렇게 경찰과 국정원은 그간 국내외를 구분해 대공수사업무를 담당해 왔다. 남북한이 분단된  상태, 다른 체제를 갖고 있는 북한과 총구를 겨누며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안녕과 안보 유지를 위해서 대공 업무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하지만 대공 업무의 특성때문인지 경찰도 국정원도 그 선을 넘어 과거부터 수차례 권력 남용에 대한 지적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법을 개정하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수순에 이르렀고, 오는 2024년 1월1일을 기점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업무는 모두 경찰로 이첩되게 됐다. 하지만 경찰이 단독으로 대공수사권을 보유하게 되는 시점이 코앞에 놓였으나, 대공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일각에서도 경찰의 안보 공백의 우려가 없을 때까지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는 않고 있으나, 당장 법 개정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이에 국회 안팎에서 관련 포럼과 세미나 및 관련 토론이 꾸준하게 이어졌다. 당장 대안이 없으면 경찰의 대공수사 공백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첩 앞둔 경찰 어떤 교육받고 있나

경찰은 기존에 대공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대공수사권과도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첩을 앞두고 경찰은 그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국정원은 사실상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국정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업무 특성상 모든 내용을 다 공유 드리지 못한다”라면서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경찰 역시 기존에 대공 수사권을 갖고 있었던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 전체 인력은 공무원 총량 관련 규칙 등에 사로잡혀 확대할 수 없고, 대공수사 인력으로 몰아주기 역시 쉽지 않다. 의무 경찰제도 폐지가 그 첫 번째 이유이고, 최근의 흉기 난동 등 동기 없는 폭력 및 살인 등에 대한 현장 인력 증원이 그 두 번째 이유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노하우는 사실 일이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961년 전후의 대한민국에서 방첩 및 국가보안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앙정보부가 그 시초이고, 이후 개칭했던 안전기획부, 1999년 국가정보원으로 개편됐다. 1999년부터 보더라도 이미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해외 방첩, 첩보 수집, 정보 조사 및 대공수사를 수행해왔다.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 개소를 전후해 경찰의 대공 업무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당장 국정원의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하는 경찰의 역량은 둘째 치고 인력, 장비, 예산이 채워지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완전히 넘어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관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한 포인트”라면서도 “2000년 이후 북한의 대남 전략은 대부분 해외 파트와 연계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대남 간첩 공작은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해외를 통해 국내로 전달되므로 해외 파트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라면서 “과연 경찰이 당장 이를 감당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을 흐렸다. 

앞으로는 국정원의 대공 방첩망을 통해 확인되고 수집된 첩보를 토대로 국정원의 협조 속에서 경찰이 각각의 대공수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경찰은 인력·장비·예산 부족, 국정원 수준으로 갖춰야

이런 가운데 국정원의 대공수사 업무를 대신해 경찰이 당장 내년부터 증원해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불과 20여명 남짓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국회에서 ‘북한의 간첩 공작과 대공수사권 이관 점검’ 정책세미나가 열린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내년부터 대공수사권을 전담하게 될 것을 대비해 세워둔 계획을 밝혔다. ‘대공수사권 폐지 대비 추진사항 보고’라는 제목으로 경찰이 들고 나온 내용에는 내년부터의 대공 인프라 확장을 대비한 인력 증원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는 정기직제를 기준으로, 대공수사 인력 65명을 포함한 안보수사 인력 115명이 요구된다고 서술하고 있었지만, 대공수사 인력 20명을 포함해 21명의 증원이 확정됐다고 밝히고 있었다. 이에 일요서울 취재진은 현재 교육받고 있는 인력이 얼마나 확대됐는지 물었다. 

지난 9일 기준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에서 대공수사권 관련 교육받는 경찰은 겨우 20명 내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관계자는 상세한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겨우 20명 교육받는 것으로 내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인력 증원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에 대한 질의에 “당장 보충할 인력이 더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경찰이 9월 밝힌 증원 20명 외에 추가 인력 증원이 다소 있다하더라도 크지 않은 선에 머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상황. 경찰 역시 스스로 인력 증원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나온 대안이 탈북자를 보호 및 관찰하는 신변보호관을 수사인력으로 전환한다는 것.

“최근 들어 탈북자들이 감소하는 추세이기에 신변보호관을 대공수사 담당으로 배치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당장이라도 탈북자가 늘어나게 되면 대안이 없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이제 약 70일 후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폐지되고, 경찰이 단독으로 대공수사권을 가지게 된다. 앞서 교육센터 관계자의 말대로 지금은 이미 법 개정에 따라 경찰이 대공수사를 전담하게 됐으나, 이를 인정한다하더라도 당장 인력 부족, 장비 부족, 예산 부족에 따른 대공수사 공백을 면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끝으로 앞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정부에서 국정원 수준의 인력 정도와 장비 및 예산을 경찰에 편성해 당장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공·안보 수사의 공백으로 인한 북한의 공작 등을 완벽하게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대공수사권 이관 대비 상황 보고. [이창환 기자]
경찰의 대공수사권 이관 대비 상황 보고.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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