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재미있어 찍었다”요즘 취재진들의 아우성이 상당하다. 5월 16일 개봉한 영화 <와일드 카드(감독 김유진, 제작 씨앤필름·유진 E&C)> 홍보차 각종 언론매체를 돌며 인터뷰하는 양동근 때문에 진땀을 빼지 않을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네”, “아니요”, “관심없어요” 등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명료한 그의 대답이 바로 그 원인이다. 양동근은 역시 듣던 바 대로였다. 그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도 기자의 질문보다 긴 답을 절대로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잊어버렸다”, “신경 쓰지 않는다”,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다”, “모르겠다”는 양동근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이었다. 이하 인터뷰 전문에서 그가 이 같은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했는지 세어 보면 취재진들이 진땀을 빼야 했던 속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양동근의 스타일에 대해 미리 포석을 좀 깔자면 지난달 말, 영화 <와일드 카드> 기자시사회장에서 그가 날렸던 무대 인사 멘트가 적격인 것 같다.“비까지 오는데 이렇게 많이 오셨네요. 역시 한철 장사는 우산 장사가 최고죠.” 무슨 선문답인 것 같기도 하고…. 주변에서는 ‘피식.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언론의 평가를 받는 자리인 시사회 장에서 이와 같이 엉뚱한 소감을 말한 배우는 아마도 그밖에 없었던 것 같다.

작품 완성도에 만족 … 정진영씨 알게돼 기뻐

‘멋있다’는 표현 익숙지 않아 놀리는 것 같아

-<와일드카드>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다. 방제수라는 매력적인 형사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연기가 괜찮은 영화 생산에 일조했다고 생각하나?
▲그런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영화는 왜 찍었나?
▲나는 단지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서 했을 뿐이다.

-한 작품의 촬영을 모두 마치고 결과물을 보면 만족하는 편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질책하는 편인가?
▲지나간 것은 잊어버린다. 후회도 미련도 없다.

-이번 작품 <와일드카드>로 인해 얻은 것이 있다면.
▲정진영 형님을 알게 된 것이다. 촬영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오영달 형사로 분한 정진영씨와의 연기 호흡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두 형사 각각의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파트너가 됐을 때 두 사람의 매력은 배가 됐다는 느낌이다.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연기호흡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처음엔 진영 형님과 나이차이도 있고 해서 친해질 수 있을까 했다. 하지만 같이 촬영하는 신이 많다보니 얘기하는 시간도 자연스레 길어지고 그렇다 보니 어느새 친해져 있었다.

-이번 작품에 대한 만족도를 표현한다면.
▲나는 만족한다. 하지만 벌써 <와일드 카드>도 잊어 버렸다.

-일설에 의하면 여성스태프들이 ‘멋있다’고 하자 ‘나는 멋있지 않다’며 화까지 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그렇다. 난 그런 말에 익숙하지 않다.

-멋있다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지 의아하다.
▲괜히 나를 놀리는 것 같아서 싫다.

-본인은 스스로 멋있지 않은 남자라고 생각하나?
▲그런건 신경쓰지 않는다.-외모를 중요시하나?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요즘 각종 인터뷰 기사를 보면 양동근의 단답형 대답에 많은 기자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가끔은 본인의 그런 성격이나 행동 때문에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신경쓰지 않는다.

-혹시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가?
▲표현하는 것은 힘든 일 같다. 말이든, 글이든…

-본인 스스로 성격이 유별나다고 생각하나?
▲에이~ 그건 기자들이 나에게 하는 말 같은데… 나도 친한 사람과는 평범하게 얘기하고 평범하게 지낸다.

-주변 연예인들과는 어떻게 지내나?
▲연예인들과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들과 거리감이 생긴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하다보면 또래의 친구들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게 됐을 텐데 아쉬움 같은 것은 없는가?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다. 다른 건 생각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연기를 평생 하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도 그 생각에 대해서는 변함없나? 혹시 특별한 이유나 그런 생각을 갖게 된 동기가 있다면.▲연기는 내 업이다. 할 줄 아는 게 이거 밖에 없으니까.

―혹시 연기 인생에 전환점 같은 것이 있었나.
▲모르겠다. 하지만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일본 활동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아무것도 계획된 것 없다. 일단은 쉬고 싶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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