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 불확실성에 조기 쇄신...미래전략 속도전 돌입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예년보다 빨리 임원 인사를 내며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지난달 말 SK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최근 삼성전자가 사업 지원 TF개편 소식을 알렸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도 이달 또는 내달 초에는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조기 인사 발표 움직임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조기 인사를 통해 내년도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조직 안정을 꽤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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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르면 이달 말 사장단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통상 12월 초 인사를 냈으나 최근 2년간 11월 말로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사장단 인사가 큰 폭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전문성과 경험, 글로벌 사업 역량 검증된 경영진 배치

정기 인사에 앞서 삼성전자는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인사)팀)로 바꾸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초대 실장으로 박학규 사장을 임명했다. 정현호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전무),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부사장),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등을 거친 전략·재무통이다.

전략팀은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을 이끈 최윤호 사장이 맡는다. 사업지원TF 소속이던 주창훈 부사장과 문희동 부사장은 각각 경영진단팀장과 피플팀장으로 임명됐다.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기 위해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한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이번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뒤 단행하는 첫 번째 인사여서 재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SK그룹도 지난달 말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재무 및 사업 개발 전문가인 강동수 PM부문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장용호 대표이사 사장을 보좌할 예정이다. 강 부문장은 SK의 사업 체질과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데 역할을 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정재헌 CGO(최고거버넌스책임자)가 사장을 맡는다. 정 사장은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높이고, 거버넌스 체계 지속 고도화를 통해 고객 신뢰를 높일 계획이다.

이형희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멤버사 및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SK 부회장단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는 염성진 CR팀장이 사장으로 승진/보임됐다. 염 신임 위원장은 그룹 대외 협력 기능을 총괄하며, 그룹의 전반적인 대외 협력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는다.

주목할 한만 점은 최태원 회장의 핵심 참모로 1980년대생을 발탁하며 젊은 피를 수혈했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류병훈 SK하이닉스 부사장을 내정했다. 

류 내정자는 김정규 전 비서실장(1976년생)보다 네 살 젊다. SK하이닉스 내 전략ㆍ기획 라인을 두루 거친 ‘미래 전략통’으로,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인 ‘빠른 변화와 실행 중심의 리더십’에 부합하는 인물로 꼽힌다. 김정규 전 비서실장은 SK스퀘어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SK그룹은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각 계열사가 직면한 현안을 빠르게 해결하고 차세대 리더 보임을 통해 그룹 경영 후보군을 탄탄히 함과 동시에 현장과 실행 중심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앞으로 그룹 전반의 경쟁력과 조직 역동성을 높여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도 이달 중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지난달 29일 그룹 광고 계열사 이노션 대표이사 사장에 1973년생 김정아 부사장이 승진·임명된 것을 변화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1959년생 이용우 전 대표보다 무려 열네 살 젊은 여성 대표의 발탁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취임 직후를 빼면 지난 5년간 세대교체라 할 만한 대규모 인사가 없었다. 특히 올해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관세가 기존 0%에서 15%로 오르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위기 대응 차원에서, 연말 인사 폭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LG그룹은 인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와 로레알 출신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 등 40~50대 젊은 임원이 전면에 부상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9월 말 사장단 회의에서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주력 계열사의 실적 및 업황 악화 등을 고려하면 인사 폭이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그룹도 지난달 28일 한화 건설 부문, 한화임팩트 사업 부문, 한화 세미텍 등 3개 계열사 신임 대표이사 3명을 내정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전문성과 경험, 글로벌 사업 역량이 검증된 경영진을 배치해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했다.

한화건설 부문 신임 대표이사에는 김우석 現 한화 전략 부문 재무실장이 내정됐다. 김 대표 내정자는 30년 넘게 한화그룹에 재직하며 주로 경영, 재무 분야에서 일했다. 

김승모 현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방산 전략 담당으로 자리를 옮겨 방산 사업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신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한화임팩트 사업 부문 양기원 대표이사 내정자는 한화케미칼 사업개발실장, 한화솔루션 전략기획실장, 한화 글로벌 부문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양 대표 내정자는 사업 개발 및 전략 기획 경험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한화임팩트의 내수시장 지배력 강화와 수출시장 확대를 견인해 나갈 계획이다.

- 주요 그룹 인사 시동… 연말 변화 바람 거세질 듯               

재계는 올해 정기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AI 사업 역량을 높이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정부 기조에  발맞쳐 현장실무형 인재가 많이 등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예년보다 인사 발표가 빠르게 나오고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내부 방침의 일환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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