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이나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원인은 나토 확장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 불안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리덴티즘(실지회복주의)이다. 우-러 전쟁은 힘의 균형이 무너진 국제질서 속에서, 자유·시장·법치를 지키려는 국가들의 의지가 시험받는 전선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도시와 사회 기반시설은 상상을 초월한다. 머지않아 이뤄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에 따른 재건(再建)은 거대한 지정학적 재편, 글로벌 공급망의 재부흥, 민주주의 연대의 시험대로 한국이 외교·안보·경제의 세 축을 동시에 강화할 좋은 기회의 장이다.

우리는 6·25전쟁의 폐허와 잿더미에서 경제대국을 세운 값진 경험과 새마을운동 같은 선진 의식혁명을 우크라이나에 전수해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한강의 기적’을 교과서에 싣고 있으며, 카레이스키(고려인)의 후예들이 살고 있어 우리와 동질성이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미 원전, 방산, 자원개발, 재건사업에 한국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수도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과 우만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보리스필 국제공항 현대화 등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6개 프로젝트에도 합의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실행에 옮기고, 진출 분야를 더 확대해야 한다. 수주전은 국가 대항전이다. 정부는 면밀한 수주 전략을 짜고 광역 지자체 및 기업 등과 원팀이 되어 종전(終戰) 이전에 우크라이나를 돕는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재건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전후 인프라 복구 역량에서 한국만큼 검증된 나라는 드물다. 한국은 폐허에서 기적을 일군 국가이고, 중동·아시아·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SOC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발전·송전·철도·주택·스마트시티·디지털 정부 등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와 한국의 핵심 역량이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둘째, 안보 연대 차원의 전략적 가치다. 자유 진영 국가들이 ‘침략은 실패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만드는 일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려는 ‘힘의 논리’에 대한 견제이기도 하다. 한국 스스로가 지정학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고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의미가 크다.

셋째, 우크라이나에는 향후 10년간 1천조 원 이상의 재건 수요를 갖게 되는 시장이 열린다. 우리의 강점을 살린다면 한국경제의 위기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신성장 동력 확보, 에너지·식량 안보 확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으며, 국내 제조업 기반시설의 우크라이나 현지화를 통한 제2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저력을 보인 경상북도와 관련 기업들의 참여도 요청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농산물 수출액 기준 세계 4위 곡창지대다. 단기 성공사례인 겨울양파, 스마트팜,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유통, 물류 등 유관 산업과 수평적 통합은 파급효과가 지대하다. 이에 대비한 농업도인 경상북도의 선제적인 투자와 지원이 요청된다.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은 선점(先占)이 중요하다. 이미 일본 및 EU·G7 국가들은 재건 시장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재건은 ‘휴전 직후’가 아니라 ‘전쟁 중’부터 준비하는 나라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먼저, 깊게 나서야 하며 지금 취해야 할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우크라이나 재건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실 산하에 설치해, 각 부처·기업을 하나로 묶는 ‘팀 코리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한국형 재건 패키지 모델을 조기에 제안해야 한다. 예컨대 △발전·송배전 재건 △철도·도로·항만 복구 △도시·주거 재개발 △디지털정부 구축 △국방·안보 인프라 협력 등으로 구성된 종합 프로그램이다.

셋째, K-방산·K-재건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안보 체계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방산 장비·기술뿐 아니라 유지·보수·훈련 인프라까지 수요가 확대될 것이다. 넷째, 전후(戰後) 공급망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풍부한 농업·광물 자원을 가지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물류 요충지다. 재건 참여는 단순 건설 수주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화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후(戰後) 복구는 곧 시작된다. 우크라이나 재건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위험이 아니라 기회다. 그때 준비된 국가들만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이 이 기회를 잡는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를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성공적인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로 우크라이나가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커버할 생산, 수출, 물류 허브로 부상하는 ‘드니프르강의 기적’이 구현되길 기대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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